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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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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7일 01시 03분 등록

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에코

수다쟁이였던 에코는 뜻하지 않게 유노여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남의 말을 받아 한 마디씩 밖에 못하게 된다. 에코는 어느 날 숲속에서 나르키소스를 보고는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에코의 가슴은 이 사랑의 열기에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아 나르키소스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먼저 말을 걸 수 없었다. 친구들과 동떨어지게 된 나르키소스가 동무를 부르는 소리를 되울릴 수 있게 된 에코는 그것만으로는 견딜 수 없어 숲 속에서 뛰어나와 나르키소스의 목을 껴안는다. 나르키소스는 늘 그래왔듯이 이 요정에게서 도망치며 소리를 지른다.

「이 손 치워! 차라리 죽지, 너 같은 것의 품에 안겨?」

「안겨… 」

에코는 나르키소스로부터 당한 모욕을 참지 못하고 숲속으로 들어가 날빛이 비칠 동안은 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에코의 가슴에 내린 나르키소스에 대한 사랑의 뿌리는 깊었고, 실연의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마다 이 사랑의 뿌리는 나날이 깊어갔다. 에코는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가다 아름답던 몸은 그만 한 줌의 재로 변하여 바람에 날려가고 말았다. 그 후로 에코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지만 에코의 목소리만은 살아 있으니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나르키소스로는 에코의 사랑마저도 농락했고, 이렇게 나르키소스로부터 박대 받은 이들 중 하나가 하늘을 향해 그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시되 사랑을 이룰 수 없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결국 나르키소스는 사냥 중 갈증을 느껴 샘에 내려와 물을 먹으려다 물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해버리고 만다. 자신의 모습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나르키소스는 구할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고, 육신마저도 사랑의 고통 속에서 사위어가다 가슴 속의 불길에 천천히 타들어가고 아름다움도 그의 몸을 떠나게 된다. 나르키소스와 나르키소스가 사랑한 자신의 모습 그리고 에코는 죽음의 공간에서 함께하며 그렇게 나르키소스는 눈을 감게 되고, 수선화 한 송이로 남게 된다.

세 가지 이유

1. 에코의 나르키소스에 대한 열망 - 자신의 비전에 대한 열망

에코는 자신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위해 기다리고 때를 놓치지 않고 용기를 낸다. 그 마음은 철저히 무시되고 에코는 그로 인한 절망감으로 은신해 버리지만, 사랑에 대한 뿌리는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길게 뿌리를 내린다. 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몸이 사라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투신한다.

2. 자신을 사랑하게 된 나르키소스 - 내가 원하는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있다는 믿음

나르키소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갈망하게 된다. 그는 좇는 동시에 좇기고 있는 것이었다. 원하지만 내가 갖고 있지 못하는 것들을 다른 이들 안에서 보게 되면 부러운 마음이 들고, 그로인해 때로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에 몇 가지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3. 나르키소스의 자기 사랑에 대한 의지 - 장애물이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자신의 사랑이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닿지 못하는 것을 매 순간 느끼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 사랑을 이루려는 의지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만나게 되는 장애물들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나의 신화 - 소녀의 꿈

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꼭 이루고 싶은 작은 소원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화 속에서 읽었던 에코의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어이없고 철없는 소녀의 한 때 호기심이라 여겼지만 소녀는 아주 진지했고 꼭 이루고 싶었다.

소녀에게 에코의 사랑이야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단순한 감동이상이었다. 자신의 사랑으로 인해 한 줌의 재로 사라져 버린 에코를 만나서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랑을 찾을 수도 있지 않았느냐고...

에코의 모습이 보고 싶은 날이면 소녀는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산으로 올라갔다.

“보고 싶어, 에코야....” ···에코야...”

“어디에 있는 거니...” ···거니...”

에코는 목소리로만 자신을 나타낼 뿐이었다.

그 날도 한동안 그렇게 소리 내어 에코를 그리다 아쉬운 마음을 담고 산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산 전체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로 뒤덮인다. 산의 청량한 기운이 소녀의 몸을 감싸 안는다. 소녀는 내려갈 수가 없어 잠시 앉아 쉬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순간 소녀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져 있음을 보게 된다. 언젠가 읽었던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의 모습이 이랬을까? 그건 바로 요정들이었다. 사실 요정이라고 확신은 못한다. 소녀는 요정이란 단어 외엔 딱히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을 뿐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이리 저리 날아다니며 저희들끼리 떠들고 웃고 즐거워한다. 그들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요정들이라면 에코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마침 그때 한 요정이 소녀의 눈앞으로 날아온다.

“너 여기에 자주 올라와서 에코가 보고 싶다고 외치다가 내려가곤 하는 그 애구나?”

“지금 여기서 뭐하니?”

“안개 때문에 길을 내려갈 수가 없어서...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어디에 가면 에코를 볼 수 있어요?”

“에코? 에코의 모습은 우리도 볼 수 없어. 일 년에 딱 하루 빼고는. 근데 그날도 정해져 있는 게 아니어서 우리도 알 수 없어.”

실망할 법도 한데 소녀는 일 년에 한번은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소녀는 그날부터 매일 올라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말로 소녀는 바로 그 다음날부터 매일 산을 올라 에코를 부르다 가곤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소녀의 마음은 언젠가는 에코를 볼 수 있다는 희망에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계절이 몇 번을 바뀌어도 소녀는 에코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소녀의 엄마는 소녀가 산에 오르지 못하도록 방에 가두어 놓았다. 그도 당연한 것이 그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산을 오른 탓에 소녀의 몸은 약해질 데로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녀의 의지는 꺾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소녀는 산에 올랐다. 에코를 부르다 산을 내려오는 소녀는 너무 많은 비를 맞아 쓰러질 것 같이 위태한 모습이었다. 결국 그날 소녀는 심한 열병을 앓게 된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게 되면서 소녀는 산에 오를 수 없게 되자 안절부절한 마음이 커지기 시작한다.

‘내가 산을 못 올라간 사이에 에코가 나타나면 어쩌지?’

열이 내리자마자 소녀는 바로 산으로 올랐다. 그날은 산을 오르는 사이에 갑자기 산 전체가 안개로 뒤덮인다. 오래 전 어느 날처럼 소녀 앞에 요정하나가 날아온다.

“왜 어제 올라오지 않았어? 에코가 나타났었는데.”

“아...... 어제요...?”

소녀는 마음이 주저앉으면서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개가 걷히자 소녀는 산에 올라가 주저앉아 한참을 울다 외치기 시작한다.

“왜 어제 나타난 거야...” ···거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렸는데...”

그렇게 한동안을 울다가 외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소녀는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느끼지를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내려가려고 하는데 앞을 분간할 수가 없다. 그 순간 갑자기 눈 앞으로 달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달빛이 저렇게 아름답고 밝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치 달빛을 타고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그 빛을 타고 하늘 저 위에서 부터무엇인가 또르르 굴러져 내려온다. 그렇게 달빛을 타고 내려온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더니 사람의 형상을 취한다. 그저 아름답다란 말 이외엔 다른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소녀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그런 소녀를 보고 그녀는 밝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내가 바로 에코야.”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간절히 보길 원했던 에코가 바로 눈앞에 서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다 와락 에코의 품으로 들어가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고마워요 고마워...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 주어서......”

에코도 소녀를 보면서 눈물을 짓는다.

한참을 울다 소녀가 눈물을 그치자 에코는 소녀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한다.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어, 난 몸이 아주 오래전에 사라져서 일 년에 딱 한번 신이 허락한 날에만 몸을 가질 수 있었거든. 하지만 오늘은 너의 모습을 보고 신도 감동을 하셨는지 나에게 또 하루를 주셨어. 고맙다. 네 덕에 나도 하루 더 내 몸을 가지게 되었어.”

소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나 소중해서 무슨 말이라도 하면 에코가 사라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저 에코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에코는 소녀의 그런 마음을 다 알고 있는 듯 여전히 아름답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내가 비밀하나 알려줄까? 난 네가 나를 만나러 왔던 그날부터 네 마음속에 살고 있었어. 나는 형체가 없잖아, 그래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단다. 사람들은 산에 올라야만 나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야. 간절히 원해서 외친다면 그 외침은 너의 마음 안에서 울리게 되고 그것 또한 나를 느끼게 되는 것이란다.”

소녀에게는 에코의 말이 조금 어려웠지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간절함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늘 함께 하고 있는 거야. 눈에 보이는 형체가 있어야만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에코가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소녀는 에코의 꽉 잡고 있는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다. 에코가 마음속에 함께 하고 있음을 이젠 알았기 때문이다.

에코의 몸이 물방울처럼 변하더니 다시 달빛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소녀는 한참을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밝게 웃고 있긴 했지만 눈물이 흐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달빛을 안내를 받아 산을 내려오면서 소녀는 가만히 마음속으로 속삭여 보았다.

“거기에 잘 있는 거죠?”

소녀는 마음 저 안에서 따뜻한 울림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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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05.18 10:34:00 *.113.130.40
연희동에서 저녁을 먹고 사람들과 산책을 하던 중 
나무가 우거진 집에 위즈덤 센터라고 써있는걸 봤어.
함께 걷던 사람들은 늘 궁금했지만...그대로 지나가고는 했다는 거야.
알고 싶은가? 궁금한가?  말을 걸어볼까? 물어보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만 바라보는거야...

용감 무쌍한 내가 문을 두드렸지...
그곳이 바로 황상민교수의 연구실이었어.
친절한 연구원이 상냥하게  안내를 해주더구나.

WPI, Whangs personality Inventory.... ㅋㅋ
내가 관계에 충실하느라고 나의 로맨틱한, 아이디얼한 생각들을 억누르고 있다더라.

미선은 매월 세번쩨 금요일에 내게 전화를 해봐.
"세금"이니 외우기 편할거야.  함께 산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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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2011.05.18 22:50:05 *.205.67.118
네 선생님^^
잊지 않고 전화드리겠습니다.
그 셋째주가 바로 이번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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