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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명찰 하나를 발견 하였다.
뭉클한 느낌. 이것이 아직도 있었구나.
카네기(Carnegie) 리더십 강사의 경력을 쌓아 가던 중 우연히 청소년 대상 캠프에 초대를 받았다. 약 일주일 동안의 기간 동안 리더십 내용을 응용하여 강의 및 운영을 하는 것이었는데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경험의 장이었다. 그래서 대상자 입맛에 맞게 자료 재편집을 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였는데 이유는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중학생 학년의 반을 담당 하였는데 오리엔테이션시 처음 만난 학생들의 모습은 솔직히 실망감이 묻어 나왔었다. 대다수가 부모님들이 리더십 함양을 목적으로 데리고 온 아이들 이었기에, 산만함이 넘쳐났고 수동적이며 이곳에 참석한 이유도 본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한다고 하였나. 걱정이 밀려왔다.
나 자신 아직 어쭙잖은 강사인데다가 그들 모두도 아마추어인 가운데 어찌되었든 과정은 스타트 되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숙소 동으로 돌아오면 말 그대로 파김치.
하루하루가 도전이요 실험 장소였다.
언제 어디서 튈지 모를 그들을 데리고 어떻게든지 꾸려가야 했는데 결국은 우려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한 아이가 다툼 끝에 다른 아이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내가 담당한 반에서.
당사자 부모님이 찾아오고 난리가 나는 가운데 다행히 수습은 원만하게 되었지만 나는 새가슴이 되어갔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나.
그럼에도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모양이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등 금세 희희닥거리고 친해졌으니. 허참~
아침 일찍 일어나 체조 및 여러 커리큘럼들을 거치고 식사, 운동 등의 일상을 지내다 보니 조금씩 우리는 친구가 되어갔다.
낯설기만 하던 서로의 마음이 손을 잡게 되고 나의 시야에도 그네들이 들어오기 시작 하였다.
사춘기로 인해 항상 혼자 지내던 00이 드디어 친구가 생겼다.
발표력이 없어 고민하던 00이 어느새 앞에 나와 본인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하게 되었다.
주의력이 산만하여서 항상 신경을 써야했던 00이 어느새 프로그램에 의젓하게 참석을 한다.
고차원적인 우주, 로켓, 물리학 등의 이야기만 하여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으며 식사 때마다 혼자 외로이 밥을 먹던 00도 적응이 되어간다.
막바지에 다다라서인지 나의 목소리는 쇳소리로 변한 가운데 내일이면 이제 이별이다.
반별 장지자랑을 끝내고 그 녀석들도 아쉬운지 자리를 비운 새 나의 명찰에 한마디씩을 적어 놓았다.
우리들의 강사님 안녕.
최고의 꽃미남.
홧팅.
굿바이.
멋있다.
잘생겼다.
매너남.
최고의 쌤.
…….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의젓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되었을 나이.
일주일의 짧은 기간의 추억 이었지만 그 인연이 그들을 더욱 살찌우게 하였으면 하는 바람 이었는데 이제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이 되었을까.
명찰을 다시 보았다.
뜨거운 무언가가 치올라온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느낌 그때의 영상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그랬었지.
무지 힘들었지만 나에겐 새로운 기회였기에 참 열심히 했었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색다른 자극을 주기위해 정말 땀띠 나게 뛰었었지.
명찰 사진을 찍어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삽입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조금 쪽팔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을 보노라면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 같다.
그때의 열정이 그때의 기백이 잠들어 있던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것 같다.
그 후로 힘들 때 기운 빠질 때 이때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랬었지. 그때 그랬었지. 나에게도 아름다운 열정의 수호신으로 거듭나는 순간이 있었지.
나도 남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장면이 있었지.
나아닌 남에게 무언가 줄 수 있다는 것.
나아닌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긍정적인 무엇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것.
참으로 행복하였던 순간 이었다. 내 인생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기억 이었다.
그때 이렇게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묻어 나오지만 당시 나는 최선을 다하였다.
금전적인 것을 떠나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았다.
그리고 마지막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힘들어서가 아닌 지쳐서가 아닌 이별이 아닌 하나가 되었다는 눈물이 흘렀고 그것이 모였다.
아마도 함께한 방울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에 자신의 미래에 걸음으로 향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세상에 당당히 맞서는 좋은 인연이 되었으리라.
그 눈물은 삶의 별이 되었다.
▸앵커링(Anchoring)
앵커(ANCHOR)란 닻이란 뜻이다. 즉, 배가 항구에 닻을 내리는 것처럼, 하나의 심리 상태를 어떠한 특정한 심리 상태로 닻을 내려 주는 것을 앵커링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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