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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2일 12시 09분 등록

참으로 오랜만이다. 부산으로의 여정은. KTX를 이용 하더라도 편도 2시간 40분여의 멀고먼 거리. 입구를 나와 광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부산 사람들의 기백을 담은 높디높은 산과 아리랑 호텔은 변함이 없었지만 분수가 생긴 것이며 근처에 들어선 새로운 건물들이 눈에 뜨인다.

교육 파트의 보직으로 행복하게도 전국 각 지역을 외근이며 출장을 다니노라면 주위 분들은 힘들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 사실 그렇다. 버스와 기차를 타고 매번 이동 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 쉽지는 않은 일이기에. 그렇지만 이렇게 회사 경비로 외부를 다닐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월급을 받으면서 곳곳의 산천과 강, 들녘을 간접적으로나마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으며 양념으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도 엿볼 수 있는 특권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 하지만 이런 감사함이 그렇지 않을 때도 물론 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에서 이런 자료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실천적 적용을 해볼 것이냐는 본론적 강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약점만 잡아내어 꼬투리를 잡아끈다. 어쩌면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본사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 그런데 그런 그의 말에서 괜한 심술이 나는 건 왜일까. 김봉팔씨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마케팅 팀장의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렇기에 우리 쪽 사업자로 스카우트 되어올시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었다. 자연히 여느 사업자와는 달리 남다른 대우가 그에게 적용 되었었고. 지원, 판촉물, 각종 샘플에 마진의 혜택까지. 물론 이렇게 하는 까닭은 그만큼 그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라서였다. 그가 우리 조직에서 성공 케이스로써 정착이 되기만 하면 그쪽에서 업종 전환을 할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김봉팔씨는 처음부터 우리 업종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인지 관련된 자격증만 해도 손꼽을 정도였다. 박식한 이론, 체계적 논리, 비판적 시각으로 무장한 그는 오자마자 자신의 경력과 경험에 비추어 예전 회사와 비교를 해대었다.

‘시스템이 되어있질 않으니까 동종 업계에서 1등을 못하는 거예요.’

‘이러니까 사업이 잘될 리가 없지요. ‘

‘본사는 기본적인 내역을 구비해 주셔야 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러하였다. 체계화의 중요성, 일렬종대 의사소통의 필요함. 축적된 노하우활용성 등의 지적이 연달아 이어졌다. 그런데…….

 

사업을 오픈한지 10개월이 지나갔다. 그의 평소의 지론대로라면 이젠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성공을 향한 달음박질을 하여야 할 터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즉슨 그게 아니올씨오였다.

그의 말솜씨는 어디 갔을까.

해박한 지식과 각종 마케팅 이론으로 무장한 그의 실체는 어디 갔을까.

오후시간 마침 기회가 되어 새롭게 신규 오픈을 앞둔 예비 사업자 내외분과 함께 그의 매장을 견학할 수 있었다.

사무실 분위기는 예상대로 쾌적하였다. 보이는 외적 환경에 신경을 많이쓴 모습이다.

위치는 부산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몫도 좋아 보였다.

모르긴 해도 점포세도 어느 정도 금액 이상은 될 터였다.

곳곳에는 펼쳐진 관련 책들이 평소의 그의 관심사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방문한 예비 사업자에게 디스플레이며 초기 사업 전략들에 대해 침을 튀기며 어드바이스를 해준다.

궁금하였다. 이런 그의 매출 볼륨은 어느 정도나 될까.

데이터를 찾아보면 알 터이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매장 곳곳에 뽀얗게 먼지 쌓인 제품 재고가 그의 현실을 말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의 논리대로라면 이제는 무언가 보여주어야 할 터인데 무슨 일일까.

 

관상을 보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김봉팔씨의 모습과 평소 스타일, 말투에서 나오는 느낌 그리고 대화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성공의 초점과 테마는 사람에 있다.

만나는 고객과 관리하는 직원들을 어떤 마인드로 다루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는데 그는 그렇게 보이질 않았다.

 

1. 베푸는 미덕

교육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앞두고 있는데 서둘러 그가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사장님. 식사 함께 안하세요?”

그래도 본사 직원이 서울에서 왔는데 그냥 가는 이유가 궁금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분이 한마디를 거든다.

“저분은 매번 그러세요. 아마 부장님을 본인이 대접해야 할까봐 라는 부담감에서 그럴 거예요.”

그랬다. 그는 회의 및 모임에서도 흔쾌히 식사비를 낸 적이 없었단다.

그의 사업 정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첫 번째 요인이 바로 여기에서 보였다.

사람 관계의 첫 만남은 대개 먹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는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하긴 남 손가락질 할 일만 아니었다. 나도 그러했었으니.

얼마 전까지 나는 철저히 개인적인 사람이었다. 부서원들끼리 자리에서도 절대로 내가 돈을 쏘는 법이 없었고 점심 식사 후에 커피 한잔을 돌린 적도 없었다. 이런 자신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옹호 하였다. 월마다 돌아오는 대출 상환금액이며 관리비에다 세금 관리 등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당연 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분의 강력한 레프트훅과 같은 코멘트가 나를 넘어뜨렸다.

“이승호씨.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 그러니 사람이 따르질 않지요.”

그러했다. 평소에 나에겐 돈을 꾸어 달라는 사람도 별로 없다. 아마도 워낙 깐깐한 스타일 이란 것을 상대방이 아는 모양이다. 나를 돌아보았다. 아! 그렇구나. 주위에 사람이 붙지 않는 일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거구나. 그때부터 조금씩 일부러라도 달라지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재원씨. 점심 먹고 음료수 한잔씩 돌릴까 하는데 직원들 무엇을 마실 건지 주문 좀 받아줄래요.’

‘부장님. 책을 한권 선물하고 싶은데 보시고자 하는 책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신입 과장들 언제 시간되나요. 술 한 잔 나눌까 하는데. ‘

이런 나를 보고 무슨 일이 있냐고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평소 그럴 사람이 아니기에 나름 베푸는 나의 행동이 아무래도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솔직히 이렇게 하는 나도 쑥스럽긴 하다. 해보지 않은 행동 이었기에 어색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액션이 조금씩이나마 인간관계의 쌓인 벽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사실이다.

 

2. 사업관

당연하지만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 하였다. 우리 쪽의 업종으로 넘어온 이유도 그러하였고. 하지만 여기에 김봉팔씨의 맹점이 있었다. 그는 고객과 상담시 자신의 이익과 마진을 남기기 위한 말투와 행동이 외부에 의식적으로 드러나 보인다. 먼저 고객에게 이점을 선사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적성이 눈에 뜨이는 것이다. 이런 점은 당연히 눈치 빠른 고객에게도 빨리 캐치가 되어 매출로써도 귀결이 된다. 고객은 똑같은 매장이라면 그래도 자신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고 마음 하나하나를 신경 써주는 곳을 선택하기에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대하느냐 아니면 나의 판매의 소구 점으로 여기느냐 인데 그는 후자 쪽의 인상을 짙게 풍긴다.

 

3. 비움의 미학

내가 보는 그의 장사꾼적인 머리의 지식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의 제대로 된 현장의 접목 보다는 외견의 무언가를 자꾸 밖에서 채우려고 한다. 그런데 그 채움이 자신의 지적 만족과 커리어의 과용을 위함인지 아니면 타인을 이롭게 하려는 매개체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으련만. 그에게 지금 필요한건 채움이 아닌 비움이 아닐지.

 

그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있을까.

그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사장님이 하신 말씀 맞습니다. 지적하신 내용과 요청 자료는 제가 서울 올라가는 즉시 검색후 빠른 시간 안에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본사에 대한 클레임을 제기하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쿨하게 답변을 하였지만, 나의 속마음은 그런 그를 보며 솔직히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김봉팔씨.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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