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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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교실 구석구석을 둘러보다가 문득 창밖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엇! 경찰차다!’ 중앙현관 앞에 경찰차가 서더니 경찰 2명이 내린다. ‘밤사이 누가 사고를 쳤나 아침부터 경찰이 학교에 오다니’라고 생각을 하며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에게 “누구 사고 쳤나? 경찰차가 학교에 왔네. 혹시 니들 아니야?”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듯 창밖으로 달려들어 경찰차 구경을 한다.
잠시 후 좀 전 교실에 들어왔을 때 자리에 없었던 우리반 경우와 범준이가 복도에서 나를 부른다. 자기 교실인데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나를 부르는 폼이 심상치가 않다. 복도로 나가서 무슨 일인데 자습시간에 안 들어오고 부르냐고 핀잔을 주니 경우가 “경찰 아저씨가 내려오래요,”라고 말한다. 헉, 경찰이 학교에 온 이유가 우리반 녀석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구경거리 생긴 듯 쳐다보았으니, 이런...@.@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지며 “사고쳤냐?”라는 말이 대뜸 나온다. 경우는 “아니요. 제가 신고했어요.”라고 한다. “엥? 네가 신고를 해? 무슨 일이야?”하고 물으니, “저랑 범준이랑 집단폭행을 당해서 아침에 학교 화장실에서 경찰에 신고했어요.”라고 말한다. 누구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간단하게 묻고 경찰아저씨에게 가보라고 아이들을 보냈다. 이젠 몸이 분주해지며 학년부장님에게 달려갔다. “부장님~~~ 저희반 애가 일 냈어요!” 부장님은 눈이 동그라지며 무슨 일이냐고 물으신다.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니 부장님이 경찰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신다.
자율학습 시간인데 교실에서 떠들며 남아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우리반으로 갔다. 그것도 잠시 생전가다 몇 마디 말도 안 건네 본 체육부장님이 나를 부른다. 선생님반 학생이 신고해서 경찰이 교무실에 왔다며 어느 선생님이 애들을 때렸냐고 다그친다. “엥~ 때려요? 아니요. 선생님이 때린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들이 집단폭행당했다고 신고했데요. 오늘 아침에요.” 체육부장님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난 또 누가 체벌했다고 신고했나 했어요. 지금 교감선생님도 놀라셔서 경찰분들과 계세요.” 난 교무실로 가서 교감선생님께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경찰과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도록 해주고 교실로 돌아와 남은 아이들을 살폈다.
경찰은 신고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사를 한 뒤 돌아갔다. 아침 경찰출동소동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 경우와 범준이를 불러 물었다. 무슨 생각으로 신고를 했냐고 물으니 경우는 신고할 당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 신고당한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형사처벌 받고 소년원 같은 곳엘 가서 몇 달이라도 좋으니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우와 범준이를 때린 아이들은 우리학교 학생 3명과 다른 학교 학생 여러명이 섞여있었다. 그중에서 우리 학교 경훈이가 주도자였다. 경우가 몇 번 경훈이 무리와 놀다가 부모님께서 경훈이 무리가 학생신분과 어울리지 않게 노는 것을 싫어하셔서 그 뒤에 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래도 경훈이 무리는 끊임없이 경우를 불러서 놀자고 했고 경우는 그 뒤로 전화번호를 바꾸면서 까지 아이들을 피했던 것이다. 경우가 자기들을 피하자 아이들은 경우를 불러 지속적으로 때렸고 우리반 범준이에게 경우를 데리고 나오라고 시킨 것이다. 범준이는 차마 경우가 맞을 것을 알면서 데리고 갈 수가 없었고 자신만 아이들이 부르는 놀이터로 나갔다가 거기에서 30명에게 둘러싸여 5명에게 맞은 것이다. 범준이가 자신을 때린 아이들 이름을 말해주는 데 평소에 알던 한 아이의 약골 캐릭터가 떠오르며 어이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범준아, 찬양이 한테는 왜 맞냐?”라고 말해버렸다. 범준이는 억울해 하며 경훈이가 무서워서 옆에 있는 찬양이 한테도 맞아줬단다. 그 와중에 갑자기 狐假虎威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앗...직업병인가.
경우와 범준이는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말 한마디 없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괴롭힘을 당해도 선생님과 부모님께 도와달라는 말을 못하고 경찰의 힘을 빌리려고 했던 아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실 나에게 이야기를 했어도 경훈이 무리를 내가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경훈이는 학교에 잘 나오지도 않으면서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을 아래에 두고 조종을 한다. 머리가 비상한 그 녀석은 수업시간에 거의 듣지 않고 시험을 보는데 주요과목은 마음먹고 공부하면 성적이 잘 나온다.
그날 경우와 범준이 그리고 경훈이 무리가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우와 범준이의 바램대로 경훈이 무리가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게 되었다. 경우와 범준이 부모님께서 원치 않으셨기 때문이다. 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으로 어린 나이에 법적인 절차를 밟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법적인 처벌을 할 경우 아이들이 이후 더 나쁜 마음을 먹고 다른 수법으로 괴롭힐까봐 걱정을 하신 것이다.
경우와 범준이의 몸에는 맞은 자리에 멍자국과 얼굴에 긁힌 자국이 아직 그대로 있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에게 있는 상처도 아물어 갈 것이다. 폭행으로 얼룩진 몸의 상처가 흔적없이 사라지듯 마음의 상처도 함께 치유되기를 바란다. 상처가 아물어가는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몇 키크고 노는 아이들이 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지. 젊은 담임선생님은 어렴풋이 짐작을 했겠지만 감당을 못하고. 그 중 대장이란 아이는 늘 학교가 끝나거나 점심시간이면 자기 맘에 안 드는 아이들을 학교 구석으로 나오라고 했어. 그런데 왜 지목당한 아이들은 거부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요즘 이야기되는 것처럼 살벌하진 않았는데. 강하게 나가면 되었을텐데.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졸졸 따라갔지. 제발로. 아무도 거부하는 아이가 없으니 그 애가 더 그럴 수 있었을텐데.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과거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
가끔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서버. 연주는 참 대단타. 너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난 끔찍한데...

글을 뭘 쓸까 고민할 시점에 아이들이 사고를 치면 달려가서
볼에 뽀보를 해 주고 싶겠구나!
같은 일은 당해도 훨씬 자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이고 또 사건 종료 후
글을 쓰며 생각 할 시간과 정리가 되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대체를 할 수 있는 지혜도 생길 것 같아.
사실 사건 사고를 치다 정신 차린 아이들이 세상을 훨씬 잘 살아간다.
그 아이들은 커서 그 일을 술 마실 때 안주로 삼기도 하겠지.
소소한 사건, 사고는 인생을 살아가는 밑거름이라는 것.
지나면 별 일도 아닌데 지금은 큰 일 같기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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