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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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67 - 비상 : 다시 쓰는 호랑이 철학 2
“산다는건 참 고단한 일이지 지치고 지쳐서 걸을 수 없으니
어디쯤인지 무엇을 찾는지 헤매고 헤매다 어딜 가려는지
꿈은 버리고 두발은 딱 붙이고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면 되는데
가끔씩 그리운 내 진짜 인생이 아프고 아파서 참을 수가 없는 나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춥고 아프고 위태로운 거지
꿈은 버리고 두 발은 딱 붙이고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면 되는데
날개 못 펴고 접어진 내 인생은 서럽고 서러워 자꾸 화가 나는 나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작고 외롭고 흔들리는 거지”
나는 노래가 좋았다. 나는 어린아이 때부터 인형놀이 소꿉놀이를 하며 혼자 놀았다. 어른들은 제각각 바쁘고 다 말 못할 사연들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항상 외롭고 쓸쓸했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늘과 별과 달과 나무는 나의 영원한 친구다. 나는 자연에게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나는 마음을 터놓고 사소한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노래에 빠지게 되었고 노래를 들었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제법 재능이 있었다. 타고난 목소리는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나는 자존심이 강하고 승부욕 또한 만만치 않았다. 남에게 지거나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아마 함부로 버려진 듯한 아픔이 되살아나서 본능적으로 날이 서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상처입어 피흘리는 짐승의 모습을 연상하는지....나를 두려워하며 욕하며 피해 가버리고는 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매우 독하게 굴었다.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보칼리스트로 처음 입문할 때 나를 거절했던 사람에게 다시 보여주기 위해서 아마 같은 노래를 이천번은 더 부르고 갔던 것 같다. 그리고 가수가 되었다. 힘들게 구해서 연습하던 기타는 잘 되지도 않았지만 아버지가 부숴버려서 그냥 내가 가진 목소리로 승부하기로 했다.
“폼 잡을 시간 있거든 연습이나 더해라.”
젊음은 좋았다. 노래를 부를 때는 세상 근심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하루는 30시간이었고 내 피는 뜨겁고 들끓었다. 연습은 나를 다른 보칼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게 했고 나는 제법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고 또 내가 잘하고 그러고 더 무엇을 바랄 것인가? 청춘의 끓는 피는 내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세계무대에서 록을 평정하리라”는 꿈을 꾸게했다. 겨우겨우 아버지께 부탁을 해서 비행기 표와 200불을 손에 들고 영국으로 갔다. 그때는 참 좋았다. 배고프고 거친 잠자리였지만 제법 노랑머리 젊은이들과 어울려 공연을 했고 라디오방송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노래는 좋아서 부르는 거였지 밥이 되어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되돌아왔다. 아련한 추억만 남기고 벽에 부딪히고만 나의 꿈이여. 나의 청춘이여.
제법 세련된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앨범을 내고 감탄을 받으며 잘나갈 때 부딪힌 또 하나의 장벽앞에서 나는 그룹을 떠나게 되었다.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제법 강한 탄압을 받았다. 동료들을 버리고 혼자 솔로로 독립했다. 아직 정리되진 않았지만 이때 깊은 슬픔 하나가 내 마음에 무거운 상처를 남긴 것 같다. 결벽증 비슷한 나의 속성 중 하나가 나를 스스로 괴롭혔다.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이런 마음의 무게를 그때 만해도 감당할 내공이 내게는 없었다. 나는 달아났다. 나를 힘들게 하는 세상에서 떠나고만 싶었다. 그리고 떠났다. 나는 세상이 두렵고 내가 한 행동을 스스로에게도 납득시킬 수 없었다. 산 속에서 여러 종교를 두루 섭렵하며 마음의 안정을 갈구했다. 이런 긴 고독의 시간이 그후의 나의 노래인생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필요할 때 다시 풀어놓기로 한다. 오늘은 재능을 찾으려 탐색하고 또 노력해서 재능을 찾았다면 방황을 버리고 그 재능에 몰두해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나의 이야기를 해본 것이다. 나는 나의 재능을 땅에 묻을 뻔 했다. 이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고 평범한 삶 속에서 가족과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날 운명이 나를 다시 무대로 불러냈다. 나는 이 우연한 사건이 우연이 아니라 천지창조 이전에 나를 위해 이미 마련된 사건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갈때까지 내 몰린 나의 가난이 가족의 질병이 그리고 아이에 대한 사랑이 죽은 듯 잠자 듯 흐르던 나의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나는 다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감기와 몸살과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 인듯 죽을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하루에 세시간 밖에 쉬지 못하고 강행군을 했다.
나는 본래 나에게 지독하게 구는 놈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말 못할 어떤 슬픔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끌어 올라와 내 영혼을 고양시켰다. 나는 본래 노래를 잘한다. 게다가 연습량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는 프로페셔널이기도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독종이기도 하다. 연습을 하고 또 했다. 그런데도 일등 안주기만 해봐라....속마음이 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마음의 준비와 노래의 준비를 다하고 나니 조금 안정이 된다. 세월이 그리고 경험이 그리고 과거의 잘못된 실수가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내가 노래하는데 토양이 되어주었다. 나는 가수다. 나만 가수다. 그러나 나는 지수 아빠다. 지수는 사랑하는 내 딸이다. 나는 여러분을 불렀다. 노래하는 동안 나의 지나간 인생이 주마등처럼 떠가며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치 내속에 있는 다른 존재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청중도 울고 있다. 아아~ 이런 순간이 내 생애에서 이렇게 찾아오다니 ...나는 나를 선물했다. 나의 노래는 여러분의 마음에 가닿은 기쁨이 되었다. 나의 삶은 다시 시작되리라. 그러나 이전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다. 아모르 파티. 요동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자. 한편의 영화 같더라 라고 말하던 나의 노래는 일단 여기서 끝내기로 한다.
“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요, 너의 노래요 너의 기쁨이야” 참 고마운 사람 , 스스로의 상처를 감싸 안고 남을 위로해주는 상처 입은 치유자. 참 아름다운 인생이다. 고난 속에 피어난 우담바라 . “여러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호랑이의 눈빛을 기억해주십시오”
세상의 젊은이들이여, 비록 너무 자주 표명되는 의지요 또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운명일지라도 다시한번 날아보자. 자, 그를 따라 노래를 불러보자, 그렇게 비상해보자. 비상하자.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 모습 나조차 불안해 보여
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 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 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 더 멀리 갈수 있다면
상처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 줄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추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할 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되줄꺼야
힘겨웠던 방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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