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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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이나 관리자는 직원들이 자주 담배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가고 구석에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불만스럽다. 일부 관리자는 업무 시간에 일에 집중하지 않고 저렇게 시시덕대니 회사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그리고 심한 경우 해당 팀원들의 팀장들을 모아 놓고 업무 기강을 똑바로 세우라면서 호통을 치곤 한다. 불호령을 들은 팀장들은 다시 미팅을 소집해서 근무 시간 준수 철저를 지시하고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업무상 불이익 뿐만 아니라 징계까지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우리 업무 문화에서 가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러한 일 문화에 정상적인 것일까? 혹시 어떤 문제는 없는 것일까? 만약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까?
무언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면 그것은 경영진과 관리자의 생산성에 대한 관점이 우선일 것이다. 기업은 이익을 내서 성장해야 하고, 그러한 성장의 기반이 되는 것은 직원의 생산성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다만, 21세기에 필요되어지는 것은 노동력과 자원 투입에 기반한 생산성이 아니라 직원의 창의성에 기반한 생산성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창의성 기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는 직원들을 들볶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원하고 격려하여 때로는 마음껏 움직이도록 놔둬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그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하여야 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경영을 위해 필요되어지는 서번트 리더십이다. 과거의 직급에서 나오는 권력의 맛에 아직도 연연하는 관리자들에게는 복장이 터지는 일이겠지만 할 수 없다.
이제 권력과 권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더 이상 권위는 직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무 수행 역량과 타인에 대한 기여에서 나오고 이러한 역량과 기여가 소셜 네트웍 상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다차원적으로 평가받는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트위터이다. 우리는 트위터를 통해 어떤 사람을 ‘following’한다. Following할 때 선택 기준은 그 사람의 의견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인 지지의 여부이다. 어떤 사람의 견해에 동감하고 계속적으로 관련 의견을 듣고 싶을 때 내 자발적인 의지로 ‘following’하게 되면서, 그 사람의 ‘follower’가 된다. Opinion Leader는 follower의 숫자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의견을 자발적으로 구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영향력이 행사되고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어떠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그의 의견을 구하는 지지자들로부터 그는 어떤 권위 혹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서번트 리더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21세기에도 존경받는 리더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계속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답습한다면 구시대의 퇴물로 인식되면서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면서 존재가 될 것이다. 더 이상 팀원들이 그러한 관리자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권위적 관리자에서 서번트 리더로 변화하기 위해서 관리자는 어떤 부분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가치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가치관은 세상에 대한 올바른 가치 인식을 말한다. 가치관의 변화는 상당히 중요한데 진정한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수반할 때에만 이루어진다고 하기 때문이다. 계층적 구조에 기댄 권위주의가 힘을 잃고 개인의 자율과 타인과의 공감에 기반한 관계 중심의 소셜 네트웍이 점점 성장하는 21세기 사회 구조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가치관을 확립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는 세상을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나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 하에서는 나의 이익만이 최고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타인과 경쟁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의 시대는 ‘관계의 시대’이자 ‘협력의 시대’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하게 연결된 네트웍의 시대에서는 이제 내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 보다는 ‘내가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한 개인의 사회적 아이덴터티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에서는 개인 중심의 이기적 가치관이 아니라 타인 중심의 이타적 가치관을 가져야만 네트웍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역설(?)이 성립된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특히 고정된 물질 중심의 세계관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 중심의 세계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리더는 어떤 행동을 하느냐 보다 어떤 존재 방식을 갖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서번트 리더십>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리프가 주장한 것처럼 리더가 하는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선택은 바로 사람들을 ‘섬긴다’는 것이며, 그런 선택이 없다면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의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에 근거한다. 섬긴다는 선택은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동’이 아닌데, 이는 뭔가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섬기는 삶을 사는 존재방식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상을 분리된 물질로 보지 않고 자연의 관계로 파악하고, 나를 통해 이루어지는 어떤 힘을 느끼면서 내 주변의 다양한 관계에 헌신하면서 ‘섬기는’ 자세를 갖는 것이 바로 새로운 ‘개인적 리더십’의 핵심이 된다.
다음으로 바뀐 가치관을 기반으로 직원들을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직원을 인격체로 대한다는 것은 직원의 직장 내에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직장 밖에서의 개인적인 생활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지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나 관리자들은 업무와 개인 생활을 제로섬 게임(어느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 쪽을 포기해야 하는 게임)으로 인식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당신이 사무실에서 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사이지만, 당신이 사무실 밖에서 하는 것은 당신의 관심사일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으며, 이러한 시각 때문에 이 글의 맨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마트웍을 위해 경영자/관리자는 직원의 업무 성과 달성 여부 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의 희로애락과 삶의 목표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이의 성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직원을 인격체로 대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의 충성심도 높아지면서 또한 동시에 성과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HBR(Harvard Business Review)은 관련 연구를 통해 성공 사례들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화기애애한 관계를 이제 업무 성과 향상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업무와 개인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경영자/관리자의 인식 전환과 노력이 그 출발점이 되지만 전적으로 경영자/관리자 만의 업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일은 경영자와 직원 개개인의 동반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과정이며, 궁극적으로 경영자와 직원 모두가 솔직한 대화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에 헌신할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업무 성과 목표를 명확히 지정해 주어야 한다. 특히 경영자/관리자는 더 이상 업무 평가 기준을 투여된 시간이 아니라 달성된 성과로서 파악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경영자/관리자에게는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먼저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 목표를 제시한 후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은 늘어난 자유에 걸맞는 책임감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행시간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업무를 최우선으로 하여 집중하면서 업무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개인적인 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업무에 헌신할 때에만 업무 성과를 이룸과 동시에 개인적인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이 충분히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에서 직원들의 개인별 상황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새롭게 설계할 수도 있다. HBR에서 제시한 글로벌 금융 기관의 스티브 & 짐의 사례와 제조공장 운영통제실 사례가 이러한 성과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사례 #1
스티브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면서 전형적으로 부하직원들을 몰아붙이는 상사였다. 그의 직원 중 짐이라는 부장은 늦게까지 일하기를 원하는 스티브의 규칙에 맞추어 행동하였고 둘은 ‘직장에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 주말에 짐의 아들이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는데 짐의 아들은 아빠의 위로를 거부하였다. 낯선 사람처럼 아빠를 대하는 아들의 행동의 충격을 받은 짐은 많은 고민 끝에 스티브를 찾아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 아들과의 친밀한 관계의 회복의 필요성을 말하고 “앞으로는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이 아니라 수행한 업무의 질로 평가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였다. 스티브는 짐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당황하기는 했지만 평소에 짐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그가 은행의 성공에 공헌했는지 여부에만 바탕을 두고 그의 업무성과를 평가하기로 동의하였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일해왔던 방식을 바꾸었다.
그들은 시간 계획을 보다 철저하게 수립하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의 회의는 보다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주고받는 보고서나 서류의 수를 줄였으며 핵심만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스티브의 아침회의에 필요한 내용은 전날 미리 브리핑하였으며 짐은 별일이 없는 한 아침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고 저녁에도 보다 빨리 퇴근할 수 있었다.
스티브는 업무에 대한 짐의 열정과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짐은 업무와 개인생호라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일을 하는 동안에 핵심적인 업무사항에 꾸준히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짐의 성과는 극적으로 향상되었다. 짐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승진을 거쳐 요직에 중용되었다.
사례 #2
24시간 운영되는 어느 제조회사 공장의 통제본부 팀장인 샘은 30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통제본부에는 24시간 내내 직원이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일정을 정하는 문제는 언제나 어려웠다. 교대는 8시간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1주일에 총 21번의 근무교대가 이루어진다. 근무교대로 인한 팀간 정보교환은 언제나 성가신 일이었다. 보다 큰 문제는 공장의 확장에 의해 1년 안에 50%, 2년 안에 100% 일의 양이 증가될 예정이지만 충원계획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샘은 먼저 직원들을 소집해서 관련 업무 상황을 정확히 설명했다. 그들의 업무량은 증가될 것이지만 충원은 불가능했고 이로인해 근무시간의 연장 가능성이 있으며 새로운 업무로 인해 관련 교육 훈련을 많이 받아야 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개인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공장의 안정적인 운영이라고 하는 업무목표를 달성할수만 있다면 그 어떤 해결책도 고려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업무목표 만족과 개인적인 요구조건 충족을 모두 가능케하는 해결책을 스스로 설계해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샘과 직원들은 통제본부의 인원배치에 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마련하였다. 12시간 단위로 교대하며, 한 주에는 3일간 일하고 4일간 쉬며, 다음 주에는 4일간 일하고 3일간 쉬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으로 일하면 직원들은 2주를 기준으로 종전보다 4시간 더 늘어난 84시간을 일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근무일정은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해지고 근무하지 않는 시간을 보다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2년간 운용한 결과 그들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교대회수가 21회에서 14회로 줄어 교대시 정보 교환 미스에 따른 오류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예측가능한 일정 덕분에 결근과 잔업이 감소되었으며, 연결된 긴 휴식시간 덕분에 개인적인 욕구 충족이 가능하여 만족도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생산성은 향상되었다.
이제 더 이상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도리어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윈-윈 게임으로 전환하여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추어질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시너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일문화 개선의 방향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경영자와 관리자가 적극 나서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일문화 개선을 시동걸 수 있는 키는 경영과와 관리자가 쥐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