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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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71 - 시장의 윤리 : 다쓰호철 6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리는 무엇일까? 상인이 모든 거래에서 첫 번째 목적으로 삼는 것은 자기가 최대한 많이 갖고 고객에게는 조금밖에 남겨주지 않는 것이다. 19세기에는 국법에서 이것이 상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행동 원칙이라고 했다.
어떤 상품을 생산하든 그곳엔 사람의 손길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자기가 파는 물건을 어떻게 하면 가장 완전하고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 물건의 생산이나 유통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에서 어떻게 하면 고용인들에게 가장 유리하게 할 수 있겠는가를 고려하는 것이 상인의 원론적 의무이기도 했다.
상인이 물자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점은 두가지다. 첫째는 계약이다. 계약을 충실히 지키는 것은 모든 상거래를 가능케하는 진정한 기초이기 때문이다. 둘째, 공급하는 물자가 완전하고 순량해야 한다.
상업적 경제학의 법칙들은 정치 경제학적 법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전제는 사회적 애정이 발달하면 보편적 성질을 가진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은 경제학의 법칙들을 잘 따라 재산을 얻었고 또 그 법칙을 고수함으로써 나날이 자본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부란 전기와 비슷한 힘이어서 그 자체의 불균형 또는 자기 부정을 통해서만 작용한다. 만일 내게 1기니가 있고 이웃에게는 그 돈이 없을 때 이웃이 그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그 돈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1기니가 가진 힘의 정도는 그 돈에 대한 이웃사람의 필요나 욕망에 의해 정확하게 좌우된다. 따라서 상업적 경제학자가 말하는 부자되는 기술은 필연적으로 이웃을 계속 가난 속에 방치해 두는 기술인 것이다. 범위를 조금 더 확대해보면 결국 자본가가 물적 재산을 축적해도 그 소유자가 노동에 대한 상업적 지배력을 함께 갖고 있지 않으면 그 재산이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부>라는 명목하에 사람들이 실제로 욕심을 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타인에 대한 지배력이다. 부자가 되는 기술은 자신을 위해 많은 재산을 모으는 기술이며 자신만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최대한의 불평등을 확립하는 기술인 것이다. 그래서 불평등의 이해는 이 불평등이 달성된 방법을 살피고 이 불평등이 쓰이는 목적을 유심히 본다. 결론은 부의 불평등이 정당하게 확립될 때는 그 성립 과정에 국민을 이롭게 하고 고귀한 목적에 쓰이면 그 존재 자체가 국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가장 값싼 시장에서 사고, 가장 비싼 시장에서 팔아라”는 원칙은 시장 논리에는 맞는 말인데 입장을 바꾸어보면 좀 이상하게 들린다. 시장을 싸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집에 불이 난뒤 숯으로 변한 목재가 잔뜩 쌓여있다면 그곳에서는 숯이 쌀지도 모른다. 가장 바싸게 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오늘 아주 비싼 값에 빵을 팔았다. 그런데 그 빵을 산 사람은 마지막 남은 동전 한 닢을 빵 값으로 다 쓰고 이제 다시는 빵을 먹을 필요가 없게 된 빈사상태의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예는 공감은 얻기 힘들겠지만 시장의 윤리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시장으로 나아갈 때 그 시작은 다만 나의 이 거래는 정당하고 성실한 것이었는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을 확실히 해야만 우리는 약탈이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자신의 본분을 하고잇다고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의 주된 가치와 효능은 그것이 인간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기쁨 중에는 황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충성심은 황금으로 보상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어쩌면 인간의 손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황금이 가득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부의 본질이 인간에 대한 지배력에 있다면 부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 고귀하면 고귀할수록 또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도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아니 사람 그 자체가 부로 보일 것이다. 사실 부의 진정한 광맥은 암석속이 아니라 인간 속에 있다. 그래서 모든 부의 최종적인 성과와 완성은 원기왕성하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한 인간을 되도록 많이 생산하는데 있을 것이다.
‘거짓말하는 혀로 재산을 모으는 것은 이리저리 흩날리는 안개같고, 그것을 구하는 것은 죽음을 구하는 것이다.’ 자기 재산을 늘리려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탈취하는 자는 더욱 가난해질 뿐이다. 타인의 노동이나 재산을 헐값에 얻기 위해 그 사람의 곤궁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치라는 말은 경제학에서는 교환가치를 의미한다. 부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물건이 유용할 수 있으려면, 물건 자체가 유용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의 손에 있어야 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유용성이란 용기있는 사람의 손에 있는 가치인 것이다.
***1819년에 부유한 포도주 상의 아들로 태어난 존 러스킨은작가요 시인이자 예슬 평론가이다. 글에 관한 그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익명으로 글을 발표해도 사람들은 그의 글을 알아보았다. 후반의 생을 사회사상가로서 내면의 도덕심에 불타는 예언자적 삶을 살았다. 아무도 가지 않는 험한 사회 비평의 길을 걸어간 것은 그의 도의적 열정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경제학에 인간의 영성과 사회적 애정을 찾는 그의 인도주의적 경제학은 가족과 당대의 사람들에게 비난과 배척을 받았다. 그러나 세월이 조금 더 지난 후에는 그의 책을 읽는 사람은 영혼이 있는 사람이란 평을 들을 만큼 그의 사회개혁 사상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위의 글은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에서 빌려온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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