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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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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6일 02시 35분 등록

 2년 동안 부모님과 아주 멀리 떨어져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친구와 4개월 정도 같이 살았던 것을 제외하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며 지냈었다. 처음엔 혼자라는 두려움과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뭐 별일 있겠어? 란 생각을 했었고 얼마간은 새로운 일상을 적응 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지역을 옮겨야 하는 시점이 왔을 때부터 나의 편안한 일상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짐을 옮기는 것 까지, 새로운 지역에 가서 은행 구좌를 열고, 전기를 신청하는 모든 것이 난관 이었다. 내가 정말로 혼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그 무렵부터 때때로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이 들기 시작했다.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설거지를 하다가, 빨래방에서 빨래가 다 돌아가기를 기다리다가, 햇볕이 따사롭게 비추는 날 공원에 앉아서 한 가족이 유모차를 끌며 즐겁게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처량하단 느낌마저 들었다. 카페에 앉아 마냥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산책을 하다가 옆으로 흐르는 강을 긴 시간 바라보고, 침대에 누워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곤 했던 그 시간들 안에서 내가 외로웠다는 것을 그 때는 미처 깨닫지 못 했지만 나는 그 시절에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로울 수 있었다. 때론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시는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음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지 않다는 것이, 특히 낯선 곳에서 서러운 일을 당하면 그 서러움을 마음대로 호소할 때가 없다는 현실로 인한 서러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래도 내가 선택했던 것이기에 부모님에게 그 마음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그 외로움마저도 제쳐 놓을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집을 다시 옮기게 되어 살게 된 곳은 한 가정집의 방을 하나 빌려 쓰는 것이었다. 이삿짐을 싸기 시작하는데 혼자 사는 살림이 왜 그리도 많은지... 다행이도 이번에는 주인아저씨가 자신의 차로 옮겨주신다 하여 이사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 살면서 되도록 가족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시간에는 방밖으로 나가지를 않았었다. 그 집은 TV가 거실이 아닌 안방에만 한 대가 있었는데 나에게 보고 싶을 때면 와서 봐도 된다고 하셨지만 그러기가 쉽지는 않았다. 저녁식사 때도 편한 대로 하라고 하셨지만 더할 수 없지 소심했던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는 내가 살기 전에 내 방에 살았던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나도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 후 그 사람이 말하기를 주인아줌마가 내가 너무 말도 안하고 식사 때도 자기 식구들을 너무 피해서 먹는 것 같다며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란 생각을 하셨다며 나에게 편한 대로 하면 된다며 본인은 식사를 할 때도 동시에 하게 되면 아줌마가 만든 것과 본인이 만든 것을 같이 나누어 먹기도 했다는 말을 하였다. 아줌마가 신경을 쓰고 계신 것에 뭔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 다음 날 나는 원래 말이 많지 않으며 쑥스러워서 더 피했던 것 같다며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아줌마의 마음이 전해져 괜스레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우연히 겹치게 된 식사 시간에 아줌마가 만든 음식에 군침을 흘리고 있을 때 그것을 권해도 선뜻 먹지 못했던 나였지만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따뜻해졌던 순간들이 나를 그 먼 곳에서 큰 일 없이 지내게 해준 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 외롭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외로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들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취하는 행동도 행동이지만 사람들에게 그 외로움이 깊게 파고들 때는 언제일까?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서 진정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을 때,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와 같은 아니, 최소한 비슷한 길이라도 가고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나 혼자만 이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외롭다는 생각이 더 깊게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누구와 수다를 떤다고 해서, 잠깐의 유흥을 즐긴다고 해서 사라지는 외로움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는 길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 변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 먼저 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은 나의 외로움과 친해져서 그것을 내가 잘 다룰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나만큼 나의 감정을 세세하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외롭다는 것, 그 자체를 받아들여 준다면 난 스스로에게 위로받을 수 있게 된다. 내가 내 외로움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다. 이 친구는 내가 원할 때면 부를 수 있기에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다. 내 옆에 붙여 두려고 시간과 돈을 들여 애쓰지 않아도 되고, 위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나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도 있다. 외로움을 다루는 과정은 꼭 나 혼자서만 해쳐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가는 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내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던져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만으로도 그 외로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엔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이 언제 어디서 우리 곁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조력을 제대로 받아들이려면 나 또한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을 놓지 않고 있어야 할 것이다.

 삶은 고행이라고 하는데 그 고행 안에서 빠질 수 없는 감정이 외로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외로운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방법을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그 열쇠는 내 안에 있으니깐... 내 안에 열쇠를 잘 찾아서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 준다면 나의 길을 가는데 있어서 보다 흔들림 없이, 설사 주위 사람의 지지가 없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삶의 시작을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과정을 선택하고 이끌어 가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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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05:09:50 *.109.24.41
미선의 글을 읽으면 늘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딛고 있는 이곳의 반대되는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주니깐.
둘 다 어떤 세계에 머물든 웃음은 늘 우리에게 행복함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
그대가 우리에게 보내온 평화로운 해변에서 보내온
먹음직스러운 소라 사진과 독일인 마을은
웃고 있는 사진을 찍어 보낸 것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 같아 흐뭇했어.

열쇠를 쥐고 있으니 활짝 열고 세상으로 나아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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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8:07:07 *.139.110.78
각자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내 마음의 열쇠를 찾는 실마리가 되어주는 것 같아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나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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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06 07:31:16 *.69.251.200
나도 1989년에 부모님의 품을 떠나서 2006년 결혼할때까지 혼자 살았으니..약 18년을 혼자 살았지.
자취방, 고시방, 잠만자는방, 등등 떠돌았던 방이름만 해도 화려하지.
그때도 참 외로웠지.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외롭지 않아야지'한다고 없어지도 않지.
혼자 있기 싫고, 혼자 밥 먹기 싫고, 혼자 일어나는 것도 싫고....
혼자 사는 삶에는 그렇게 일상에 딱 붙어 있는 것이 외로움이니까. 

외로움을 조금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에 푹 빠지는 것이지.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알게 되면 쬐금 덜 외로웠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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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8:12:36 *.139.110.78
외로움은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그것을 잘 이용한다면 나만의 세상에 몰입 할 수 있게 되고
그로인해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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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06.06 10:02:51 *.67.223.154

미선의 글을 읽으니 두달전쯤  외로움을 정면으로 맞닥뜨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모닝 페이지에 줄줄 써내려갔던 글을 ..다시 댓글로 달아놓겠습니다.
오늘은 외로움이 바쁨에게 밀려서..... 그렇습니다.

*** 지독한 외로움

이상합니다. 이런 기분...
아침에 일찍 도서관을 향해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집안일을 하는 동안 모처럼 집에서 쉬고있는 요한이를 두고 나가기가 싫었습니다.

그애는 거실에서 나는 내방에서 각자 자기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철학책을 읽어나갔고...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는 강박에 쫓기고 있습니다.
함께 점심먹고 요한이는 나가고 나는 강물을 따라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길은 적당히 쓸쓸하고 또  적당히 맑았습니다.
좋더군요.
문제는 그 후부터 입니다.
뭔가 아름다움을 보고 난 뒤에 뒤따라오는 외로움입니다.
그때부터 읽는 책들은 마음으로 전해지지가 않더군요.
글만 읽었습니다. 죽음 철학입니다.
그 글이 무척 건조했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오래 공부하고도 이렇게 밖에 쓰지 못하는가?
신경질이 나서 책을 집어던졌습니다.
그 책을 공저한 사람들도 모두 도매금으로 시시한 영혼으로 넘겨졌습니다.

박스로 사다놓은 맥주를 마시고 화이트 와인도 마시고....
그리고 이 지독한 외로움을 그대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달디단 쵸코렛 "자유시간"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요한이가 들고 온 부드럽고 달콤한 슈크림도 순식간에 먹어 치웠습니다.

오늘은 내 몸에게 못할 짓 많이 했습니다.
danger 너무 많이 섭취했습니다.
모두 다 심각하게 외로워서 입니다.
외로워서 그렇습니다.
외롭다는 것
외로움..... 좀 웃기기도 합니다.
도대체 외로움이 어떻게 생겼는지
난생 처음 외로움에게 마음을 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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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8:15:08 *.139.110.78
때로는 내 마음 속에 있는 외로움에도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 때가 있나봐요.
선생님, 햇볕 좋은 날 함께 산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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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0:25:14 *.108.3.39
미선아 하느님도 때로는 외로워 눈물을 흘리신다고 하지 않니... 
모든 꽃들도 흔들리면서 피듯이 말이야... 
살아 있다는 건 어쩌면 그 외로움을 나누는 일인 것 같다.. 
미선이랑은 더 많은 대화를 해보고 싶어 
많이 함께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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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08:53:16 *.45.10.22
그니까요 ㅎㅎ
특히 미선이랑은 더 그런듯 
Never Ending So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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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8:51:10 *.166.205.131
여자들은 한참 이야기하고 나서,
자세한 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 이러더라~
끝나지 않는 얘기.
좋아보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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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8:17:04 *.139.110.78
저번에 아쉽드라고
언니랑은 왠지 시작하면 얘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살아있다는 게 외로움을 나누는 일 같다는 말 마음에 와 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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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8:56:43 *.166.205.131
왜 과거의 외로움을 떠올렸을까.
아마도 이순신장군의 외로움을 미선이가 공감했던 것이겠지.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적이 있었구나.
나 또한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사람을로서
'외로움'은 내 친구 맞아~
너도 그렇구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런 말도 떠오르네~
가끔은 "함께" 라는 말도 떠올려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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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9:03:29 *.139.110.78
이순신 장군이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혼자가 편할 때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함께여서 좋다는 말이 더 와닿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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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6.06 22:11:39 *.35.19.58
미선아, 나도 외롭다.
남편이 있어도 외롭다.
아마도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인가보다.
난중일기를 읽으며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근심하는 충무공의 모습이 제일 가슴에 남더구나.
그런 외로움이 있어야 함께 함이 좋은 줄도 알 것이다.
우리 미선이, 얼렁 시집 보내야 할텐데 말이다.
잘 진행되고 있냐? 사샤가 무슨 말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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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08:54:00 *.45.10.22
언니의 은덕으로 잘 진행되고 있답니다~ 
다음 주 목요일 이후에 다시 한 번 보고드리겠습니다 웨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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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6.07 05:21:41 *.23.188.173
외로움. 참 사람을 잘 따라다니는 단어인 듯 합니다.
잘 느끼지 못하도 있다가도 언젠가 나에게 다가와서 옆에 함께 있죠.
언니의 글을 읽고 생각해 보았어요
나도 그런 순간들이 많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들과 함께
나도 참 외로움에 취약한 사람이러라구요
나도 나 자신이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아야 겠어요
그 순간에도 나는 외롭다는 단어와 함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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