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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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다가 흐려짐. 어제 과제를 하느라고 늦게 자는 바람에 하은이를 어린이집 차에 태워주지 못해 할머니를 대신 보냈다. 오후에는 학원에서 갔다가 오늘은 7시에 끝나는 날이라서 학원에서 책을 조금 보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집에 귀가 하니 8시 30분 경이다. 책을 조금 더 보다가 잤다.
0531
흐리더니 저녁때부터 비가 옴. 어린이집 차에 잘 타더니 울음을 터뜨리기에 알아보니 키티우산 안 들고와서 그런거였다. 결국 들고 갔다. 간단한 테스트가 있어서 기출문제 좀 정리하다. 긴바지에 가위를 들이대서 반 바지로 만들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태워다 주고 귀가를 하다. 귀가하는 도중에 한 두 방울 씩 비가 떨어진다. 우르릉 꽝꽝도 하는 걸 보니 비가 제법 올 모양이다. 빗길 운전은 아직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집에 들어와 하은이의 어린이집 수첩을 확인했는데 부모님과 함께 하는 과제를 하은이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단다. 너무 졸려 함께 해주지 못했었다. 미안한 마음이 몰려온다. 칭찬 스티커를 다 모아서 선생님께 뽀로로 컵은 선물받아 온 모양이다. 신이 났을 듯. 책을 조금 읽다가 잠이들다.
0601
비가 많이 쏟아지더니 오후부터는 개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학원으로 갔다.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간에는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하은이는 하복을 받아왔다며 사진 메일이 왔다. 하복입고 포즈를 취한 것이 제법 귀엽다. 늦게 끝나는 날이라 애들을 데려다 주다. 작은 차가 꽉 찬다. 아이들이 많아지면 태워줄 수 없을 듯 하다. 미안한 일이 생기다.
0602
맑은 날씨다. 기출문제를 풀어봤는데 생각보다 좋지 않다. 게으름이 느껴진다. 학원 아이 한 명이 일이 있어서 빨리 보내주다. 언니가 아이를 가졌다 한다. 이제 5주 째란다. 내년 1월말 2월 초 정도엔 고모가 될 듯 하다. 언니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조그만 아이가 기대된다. 우리집 꼬맹이가 이제 누나나 언니가 될 듯 하다.
0603
조금 흐린듯 맑은 날씨다. 하은이는 처음 입은 하복을 입고 신이나서 어린이집에를 갔다. 내일 장거리 운전을 위해서 엔진오일도 교환하고 에어컨 필터도 갈았다. 알 수 없는 벨트를 조여서 시동거는데 조금씩 나던 씩씩 소리가 사라졌다. 5학년 여자아이가 숙제를 해오기 싫다며 책을 놓고 가려는 바람에 원장선셍님께 인계했다. 중2아이들이나 중1아이들이나 활용 부분이 들어가서 다들 힘들어 한다. 한문제 한문제 풀기를 버거워한다. 영어샘과 얘기해서 보충 시간표를 작성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다. 아이들을 태워다 주며 연휴 잘 보내라고 인사했다. 오던길에 램프에 불이 들어와서 지리를 잘 아는 아이에게 물어 충전소를 알아 충전을 하다.
0604
맑은 편이다. 아침일찍 광양에 오다. 일어난 하은이가 광양가는 소식을 듣고 매우 좋아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차도 그리 좋게 나가지 않는다. 다른 운전자들이 뒤에서 욕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를 만나니 하은이가 좋아서 방방 거린다. 오후에는 할아버지에게 맡겨 놓고 사무실에서 과제를 하다. 이순신에 대해서 알아보다.
0605
날씨는 맑다. 친구녀석을 만나러 진주에 가다. 23살에 알게된 녀석인데 이제 내가 30이니 꽤나 오래 보고 있는 편이다. 며칠전에 생일이었다고 백화점에가서 선물을 사준다. 오랜만에 만나도 쇼핑을 다니는 것도 대화를 하는 것도 함께 지내던 때와 다르지 않다.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주위 공기가 무겁다 느껴지지 않는다. 데리고 광양에 왔더니 하은이가 좋아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때 자주 보았는데 마치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밤에는 하은이를 재워 놓고 둘이 맥주 한잔을 하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에 제법 취하다.
일기. 어렸을 때 일기를 썼던 것은 언제였는지.
3학년 때 일기를 제법 썼던 기억이 난다. 매일 선생님께 제출해서 검사를 받았었는데 그러면 사탕을 한 개씩 주셨다. 그런데 어느 날 사탕이 떨어져서 며칠 주지 않으셨고 나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선생님은 사탕을 마련하신 날 사탕을 주지 않아도 일기를 꾸준히 내던 아이를 칭찬하셨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기 내기를 멈춘 상태였다.
방학때 한 날도 아마 일기를 썼을 것이다. 방학 숙제는 때마다 일기 쓰기가 있었고 나와 오빠는 어느 한 날에 그 숙제를 몰아서 했다. 둘이서 날마다 했던 일을 지어내고 날씨를 되돌려 보았다. 이제 생각하면 선생님이라고 날씨를 다 알 수 있지 않았을 것이며 오빠와 나의 일기가 다르다고 이상하다 여길 수도 없었을 텐데 그때는 우리 둘의 일기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같은 날에 비가 오고 바닷가에 놀러 갔다. 엄마에게 물어서 날씨에 관한 정보와 우리가 했던 일의 역사를 들었다.
일기란 항상 그런것이였다. 매력적인 보상이 있으면 꾸준해지고 숙제가 되어야만 채워지는. 일기는 나의 매일을 그저 적는 글일 뿐인데 어렸을 때에는 누군가에게 검사를 맡아서 그런지 때로는 일기를 쓰면서도 좋은 것들만 적으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순신은 어느 날에 “맑다.”만 적어 놓은 날도 있다. 한문으로 적었을테니 아마 “淸”만 적어 놓지 않았을까? 짧게 적은 날에도 일기는 썼다. 일기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아 붓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따라해 보았다. 좋고 멋지게 쓰려는 생각을 버리고 이순신처럼 사실만이라도 기록해 놓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러자 하루가 정렬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 하루가 순서대로 줄을 서서 내 앞에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거창하게 하루를 생각하고 반성하려 하지 않아도 그날의 하루를 돌아볼 수 있게 되니 절로 하루하루가 새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순신은 일기를 썼던 것일까? 전쟁 중에 그 바쁜 날에 매일 같이 일기를 썼다. 그리고 그것은 기록으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23전 23승. 해군으로써 장수로써 어느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그의 기록은 이런 그의 매일의 힘은 아니었는지 짐작해 본다.
그가 살던 시대에서 그와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도 버드나무를 동여메고 다시 시험에 참가하던 그 때의 기상을 어떻게 따라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기는 쓸 수 있다. 쓰기에 별말이 없는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맑다만 써 놓은 채 그날의 일기를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일기라는 것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그날의 하루를 대충 적어 놓기만 한 글이라도 꾸준해져 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런 작은 것으로 23승을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 그래도 나는 꿈꾼다. 내 인생의 23전 23승을.

어디에서 1승을 할지 그것이 궁금하다.
루미야 우리도 전쟁 중이다. 매일 같이 마음 속에 존재하는 괴물같은 대상들과 전쟁 중이다.
10분 더 자고 싶은 나, 머리가 복잡해지면 그 끝을 놓고 쉬고 싶은 나,
잡념이 많아지면 쉽게 집중을 포기해 버리는 나, 매일 쓰기로 하고서는 쉽게 하루이틀 포기해버리는 나
그렇게 많은 내 속의 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거의 매일 활 쏘기를 연습해 전쟁에서 적을 죽이듯
우리도 매일 뭔가를 적고 훈련하고 조금씩 나아간다면 원치 않는 적들을 한방에 한놈씩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너의 1승이 어디에서 거두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목표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첫 단추가 아주 멋지게 끼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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