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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커피를 즐기지가 않기에 녹차를 애용한다.
휴대용 다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여린 잎을 넣고 우려내면 자신의 속살이 녹아 내려가 잿빛 하늘로 번진다.
속 깊게 향을 음미하고 입술에 감도는 은은한 그놈 맛을 감상 하노라면 시간 이라는 존재도
살포시 내 곁에 내려앉는다.
주어진 하루의 일상에서 빡빡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시간.
오래전 빛바랜 흑백영화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현대인들이 시간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삶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작품.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누굴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미래의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그래서 때로는 시계를 벗어 버리고 잊고 살기도 한다.
무엇을 내려놓을까.
뉘엿뉘엿 일상이 넘어가는 길목에 녹차의 향내와 따끈한 온기가 몸을 감쌀 무렵 뜨거운 물을 다시 받았다.
녹차는 한 번 더 우려낼수록 깊은 맛이 있다. 자신의 속내를 되새김질 하듯 삶의 향내가 묻어 나온다.
새로운 경력 직원이 들어왔다. 외면상 보기에도 성취 지향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모습이다. 어찌 보면 인간미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데 그에게 나의 모습이 엿보이는 것은 왜일까. 앞만 보고 돌진하는 코뿔소 같은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그에게 한마디를 하였다. 앞만 보고 살지 말고 조금 뒤를 돌아보며 살라고. 하지만 그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앞으로 전진할수록 우리에겐 무엇이 있을까.
새벽의 어둠이 걷히고 태양이 등장을 할 시간이다. 조금씩 뜨거움이 비치면 서서히 세상은 일어난다. 등굣길 학생, 종종걸음의 직장인. 그 가운데 여유로운 자전거 한 대가 삶을 비껴가며 두 바퀴로 세상을 굴린다.
그렇군. 어떤 이는 두 바퀴로 어떤 이는 자신의 힘으로 어떤 이는 네 바퀴의 자동차로 각자의 기구를 이용해 오늘도 하루의 문을 여민다.
나는 무엇으로 삶을 굴리고 있나.
어떤 날은 우울함으로
어떤 날은 상쾌함으로
어떤 날은 기대감으로
그러다 하루를 마감한 밝은 님은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군. 나도 이제 돌아가야 되는군.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구나. 웃으며 반겨줄 이도 있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여러 갈래의 길이 내 앞에 나타난다. 골목길, 대로, 자갈밭, 비포장 도로, 기찻길…….
흥미가 난다. 어느 길로 갈까. 어떤 길이 재미있을까. 어떤 길이 빠를까.
그 길마다 주어진 여러 갈래의 운명이 드리운다.
색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고 뜻하지 않은 사람이 나타나고 예기치 않는 인연이 나타나고 원하지 않았던 사건이 발생되고.
그 만남과 만남 속에 우린 관계라는 것을 맺는다. 그런 가운데 어떻게 연계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누에고치처럼 주어진 실타래를 열심히 뽑아낸다. 그것을 선택하고 하지 않고는 우리 자신이지만 그것을 가야하고 가지 않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지만 어떻게 어떤 길을 가든 그것은 주어진 길이다.
일어나면 오늘 해야 할 일, 하여야 할 일,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스물 네 시간의 무게가 자리한다. 어떤 날은 가볍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벗어버리고 싶은 무게도 있다. 그래서 한숨과 설움을 차로 때론 술 한 잔에 흘려버리기도 한다.
학창시절 책가방은 어깨위에 주어진 짐만큼 무척이나 무거웠었다. 신주머니에다 보온밥통 각종 숙제며 참고서등. 하지만 그때의 무게 덕택에 이만큼이나 훌쩍 키가 커진 것 같다.
대학교때 가방은 무척이나 낭만이 있었다. 전공도서외 소주며 막걸리를 넣어 다니며 휴강이거나 일찍 마칠 때면 뒷동산에 자리를 펴놓고 하얀색의 백색 가루에 취했었다.
직장에서의 무게는 생계를 떠나 때론 나를 성장 시키는 도구가 되게 하였다. 일을 한다는 것. 그 일을 통해 작게는 회사가 크게는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유쾌함이요 행복이었다.
마눌 님이 주말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저녁 무렵 풀이 죽어 들어왔다. 수다로써 쌓아온 스트레스를 풀기 보다는 오히려 기가 죽어온 듯하다. 10년이 훌쩍 넘은 빛바랜 역사성의 우리 집 소파와는 달리 300만원이 넘는 이태리 소파를 자랑하던 친구에게서 어떻게 살아왔나 라는 물음표를 달고 온 그녀. 미안했다. 돈을 많이 벌어주질 못하는 남편 때문에 괜히 그런 것 같아서 나도 덩달아 까만 밤을 뒤척인다. 이제부터 인생 대박이라는 로또를 나도 사볼까. 그럼에도 참 좋다. 결혼은 무겁기는 하지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가 있는 절반의 무게이기에.
짐을 질 때면 자신의 무게에 어울리는 짐을 선택한다. 그럴 때면 나는 과연 나에게 어울리는 짐을 지고 있는지 혹시나 그렇지 않은 것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있다.
글을 쓰는 무게는 누구의 말대로 스스로의 선택된 감옥 일수도 있다.
누구를 기쁘게 하고 누구에게 감동을 주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떡하면 내가 곳곳이 서서 어떡하면 끝까지 내려놓지 않고 걸어가느냐의 당면과제가 존재한다.
그것이 과정일지 그것이 돌아가는 길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걸어갈 뿐.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뿐.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길이요 기회라면 무게를 감당하고 발을 옮기는 노력을 계속할 뿐.
바람이 분다. 미풍으로 산들 바람으로 속삭이는 바람으로 때론 격렬한 회오리로.
가벼워 보이는 저것에 어떤 무게가 있을까.
풀잎을 날리는, 새털을 날리는, 종이를 날리는, 그리고 삶을 흔드는.
그 무게는 나에게 다가온다.
가볍기도 무겁기도 어둡기도 밝기도 그리고 우울하게도 마음의 무게는 과연 몇 근일까.
과연 얼마나 무겁기에 이렇게 힘들게도 이렇게 지치게도 이렇게 버겁기도 한 것인가.
어떡하면 이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때론 이 무게에 용감히 맞서기도 포기할 수도 뒷걸음질 칠 수도 차가운 비수로 상처를 입을 수도 때론 내가 다른 무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마음이란 보이지도 잡히지도 느낄 수도 없는 존재.
웃긴다.
무게란 것이.
본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 무게인데 나는 왜 그 무게에 대해 이리도 집착을 하는지. 새털처럼 가벼운 것이 무게일수도 천근같은 바위가 무게일수도 있는데. 어쩔까. 워쨌을까~
오늘은
마주하는 바다란 녀석과 넉넉한 차 한 잔을 마셔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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