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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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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3일 18시 18분 등록

2011년 6월 오프과제 : 역사와 나

1. 역사 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 3 개를  선택하여 간단히 묘사할 것     ( 1페이지)

"이제 예술은 망했어" - 마르셀 뒤샹

 1912년 항공 공학 박람회를 관람한 뒤 뒤샹은 친구인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말했다. “이제 회화는 망했어, 저 프로펠러보다 멋진 걸 누가 만들어 낼 수 있겠어? 말해보게 자넨 할 수 있나?”  뒤샹은 이미 만들어진 물건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리고 왜 그것들이 예술작품으로 불리면 안되는지 질문을 던졌다.

뒤샹이 ‘이제 회화가 망했다.’고 말한 그 자리에서 새로운 미술의 탄생은 예감되었다. 뒤샹을 선두로 해서 현대 미술이라는 것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독립미술가협회에서 <앵데팡당전>을 주최하였다. 심사위원도 없고, 상도 없는 미술전이었다. 1917년에는 자신의 작품인 <샘>을 ‘R Mutt’란 가명으로 출품했다. 《앵데팡당전》은 출품료 6달러만 내면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전시였지만, 이 파격적인 작품은 운영 위원들 간의 토론 끝에 결국 전시 참여를 허락받지 못했다(가명을 써서 그의 작품인지를 아무도 몰랐다). 그 작품은 시중 가게에서 살 수 있는 변기통을 눕히고 옆에 서명을 해서 출품한 것이었다. 그가 한 일이란, 'R Mutt'란 이름을 생각해 내서(이 이름도 제조업자의 이름을 따온 것에 불과하다.), 서명을 하고, 이게 예술이라고 주장한 것 뿐 이었다. 그 당시에 철저히 부정되었던 이 작품은 훗날 현대 예술인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작품이 되었다.

"나는 그를 모르오" - 시몬 베드로

선생님이 잡혀갔다. 대사제와 바리새파 사람들이 군인들을 데리고 와 선생님을 잡아갔다. 쫓아가서 문밖에 서있었는데 하녀가 나와 나를 보더니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가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순간 난 당황해서 "아니오."라고 부인했다. 조용히 경비병들과 불을 쬐고 있었는데, 경비병들이 또 물었다.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가 아니오?" 난 정색을 하며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그때 대사제의 종이며 나한테 귀를 잘린 사람의 친척되는 사람이 나서서 "당신이 동산에서 그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러시오?"하고 날 몰아 세웠다. 난 이미 시작한 거짓말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난 강하게 말했다. "아니오. 난, 그를 모르오!" 그때 닭이 울었다. 자리를 빠져나와 홀로 있게 된 순간. 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새 하늘, 새 땅" - 오로빌 공동체

사람들 안에는 새로운 것이 움트고 있었고, 세상도 이미 새로운 주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앞으로 나와 새 하늘과 새 땅을 세워야 했다. 1968년 2월 오로빌의 영적지도자 'Mother'(미라 알파사, 1878~1973)는 초목이라곤 벵골보리수 한 그루 밖에 없던 붉은 흙의 이 인도 땅을 오로빌의 터로 지정했다. 프랑스인이었던 그녀는 세계공동체의 비젼을 내세워 인도정부와 UN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착공식에는 세계 124개국에서 온 사절들이 각자 한 줌의 흙을 가져와 마을 부지 한 가운데에 위치한 연꽃봉우리 모양의 항아리 속에 담았다. 화려한 착공식이 끝나고 남은 사람은 고작 7명. 이들은 붉은 흙을 파헤쳐 묘목을 심고 씨를 뿌렸다. 이들은 세계 최초의 진정한 이상사회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굶주림과 열사병을 이겨냈다.

현재 이곳은 푸른 나무들로 뒤덮히게 되었고, 인도, 프랑스, 독일 등 세계 40여개국에서 온 2000여명의 사람들이 1,386만평에 달하는 면적에 흩어져 살며 공동체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중 한국인도 30여명이 살고 있다.



2. 이 중  가장 인상적인 역사적 사건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에게  왜 그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는지  그 이유를 해석하라.
  (1/2 페이지 )

2002년 이었다. 내 안에 새로운 것이 움트고 세상조차 새롭게 변했다고 느꼈던 시기다. 내면의 변화를 원동력으로 삼아 가슴뛰는 일을 찾기 시작했을 때 난 대안사회, 생태주의, 영성, 공동체라는 말에 끌렸다. 그래서 다니던 연구원을 그만두고 '한살림'이라는 유기농산물 직거래 단체에 들어갔다. 내가 공대 대학원을 나왔다든지, 결혼을 했다든지, 돈을 벌어야 한다든지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의 중심은 나였고, 세상은 나를 따라 돌았다. 그렇게 인도에까지 가게 되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대륙 여행을 하면서, '오로빌'이라는 공동체에 끌려 가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을 푸른 나무와 아름다운 건축물로 뒤덮게 한 그 7명의 개척자들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곳 생활을 통해 직접 보고 듣고 부딪히면서 그들의 고양된 정신, 인류 의식의 진보에 대한 믿음, 그리고 온 몸으로 보여준 행동의 힘을 그대로 느낄수 있었다. 그 당시 난 우리 사회의 문명이 곧 파멸할 것이라는 사고를 했다. 석유문명의 종말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석유는 곧 고갈될 것이고, 그 석유에 기반을 둔 현대문명은 같이 망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따라서 대안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자급자족만이 해결책이었다. 우리 문명을 송두리째 바꿔야 살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대안, 영성, 생태, 공동체라는 이미지를 꿈꿨던 게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런 생각만을 가지고 있다가, 영적이며 대안적인 사회를 직접 실현하겠다고 나선 공동체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이 나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시작이 고작 7명의 개척자였다는 사실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오로빌의 이상적인 이미지 자체가 나를 매혹시켰다. 하지만 그 이면의 것들이 더 강렬하게 다가왔는데, 그것은 이상적인 이미지를 현실로 만들려고 직접 행동했던 사람들과, 결국엔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냈다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의 꿈과 똑같지는 않았겠지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어차피 삶은 모험으로 시작해서 현실로 이루어가는 신비로운 것이니까.

 반면에 난 우유부단의 극치며, 머뭇거림의 도사다. 하고 싶은 일 보다는 할 수 있는 일 만을 선택하는 안정지향적인 사람이었다. 나에겐 '규칙 수호자'로서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오로빌의 역사적 사건이 나를 강하게 끌었던 것이다. 2002년부터 인도에 다녀오기까지의 기간은 외부의 에너지가 나를 몰아갔던 느낌이다. 타고난 내 성향대로 산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삶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모험의 시기였다. 결국 나는 안정지향적 삶 속으로 다시 돌아왔고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꿈뜰 거린다. 새로운 모험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3. 그 장면이 상징하는 것을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개인적 역사에 긍정적으로 반영하고 싶은 지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라.   ( 1 페이지)

피라미드를 상상해 보자. 가장 위의 꼭지점에는 내 삶의 목표, 꿈이 있다. 그곳에는 현실과 이상이 통합된 존재로서의 내 모습이 있다. 난 그것을 '삶의 예술가'라고 이름지었다. 피라미드에 이르는 사다리는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가슴뛰는 삶'이라는 파란색의 사다리이며, 다른 하나는 '현실로 이루는 삶'이라는 빨간색 사다리이다. 두 개의 사다리는 기둥과도 같아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을 <이상과 현실>이라는 두 축으로 보아도 좋다.

오로빌의 7명의 개척자들이 상징하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통합'이 내 삶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그들의 개척자 정신과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최고의 삶을 꿈꾼다. 나에게 최고의 삶은 꿈을 쫓아가는 <가슴뛰는 삶>이며, 사랑으로 <이루어가는 삶>이다. 나는 과거의 생각, 환경,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며,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며 오늘 하루를 창조한다. 이를 위해 지금 투자와 확장을 하며 배움과 지성의 폭을 넓힌다. 협력자들을 찾고 서로 굳게 힘을 합친다. 협력자는 가족을 포함한 도반들이다. 이들을 통해 감정적인 충만감을 느끼며 산다. 이로서 내 인생이라는 피라미드는 흔들림이 없는 건축물이 된다.

이 피라미드는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 이라는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하루'이다.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가 내 삶의 전체 모습을 결정짓는다. 그 하루는 내 삶의 전체모습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만들어져 갈 것이다. 전체성을 놓치면 하루는 깨진 유리 조각처럼 의미 없이 흩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전체 피라미드의 온전한 모습을 놓치지 않으며 '하루'라는 벽돌을 쌓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앞에서 얘기했듯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삶의 예술가'라는 개인적으로 강렬한 목표가 있다. 그 밑에는 이미 살아온 36개의 벽돌이 있고, 2011년의 벽돌이 만들어지고 있다. 2011년은 '7기 연구원 1년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밑에 52개의 벽돌이 놓일 자리가 있고 네개나 다섯개의 묶음으로 놓여지고 있다. 그 묶음의 이름은 '신화', '역사속의 영웅', '그들이 스스로 본 그들'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은 내가 맡은 역할인 <남편과 아빠>, <배우는 연구원>, <회사의 직원>, <수행자이자 예술가>라는 내용물로 채워지고 있다. 각각의 역할을 통해 그 달의 이름에 걸맞는 주간목표를 세우고 행하고 있다. 이제 피라미드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하루'까지 왔다. '하루'라는 벽돌의 재료는 매일 선물처럼 주어지고 신비의 정화수로 버물여진다. 나의 하루는 깨어남과 동시에 모닝페이지나 108배로 시작한다. 내 안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기 위한 의식이다. 그런 후 직장을 가서 일을 하거나, 쉬는 날은 청소나 정리같은 집안일을 한다. 밥을 먹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한다. 그런 후엔 도서관이나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이 주의 주간목표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회사의 직원', '연구원', '남편과 아빠'라는 역할이 주로 선택하는 활동이다. 가끔 쉬는 날이거나 특별한 날로 삼고 싶을 때 '예술가'라는 역할을 꺼내들고 뭔가 만들거나, 사진을 찍거나, 가족여행을 떠나거나, 홀로 나만의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전에 수련일지를 쓰며 하루를 돌아본다.

정리하자면 하루라는 벽돌을 전체 피라미드의 설계도에 맞추어 쌓아가는 것이다. 매 해의 모습은 현실적인 기반을 만드는데 치중할 수도 있고, 어떤 해는 이상적인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는 등 다른 모습으로 실현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뤄 균형 잡힌 삶의 형태로 실현될 것이다. 황무지 앞에선 7명의 이상적인 개척자들이 인류를 위한 거대한 실험 공동체를 현실로 만들어 왔듯이, 내 삶이라는 피라미드도 이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며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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