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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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상적인 역사적 장면
수로부인
다른 이들의 안절부절한 마음과는 달리 수로부인은 그저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파른 절벽을 오르는 노인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노인 또한 예상보다 가뿐히 꽃을 꺾어와 노래와 함께 수로부인에게 바친다. 그 순간 수로부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 노인에게 화답한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것에 만족해하며 다시 길을 재촉한다. 이틀 쯤 갔을까?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바다용이 부인을 바다로 끌고 들어가 버렸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 공 앞에 한 노인이 나타나 해결책을 알려준다. 그의 말대로 사람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지팡이로 해안을 두드리니 용이 부인을 받들고 나온다. 걱정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수로부인의 표정이 너무 해맑다. 마치 왜 나를 이리 일찍 불러냈냐는 표정이다. 실제로 그러했다. 수로부인은 그곳에서의 잠시였지만 지낸 순간들을 너무도 행복하게 풀어내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공은 순간 바다로 다시 밀까보다 하는 표정을 짓는 듯 했다. 하지만 수로부인의 미소 앞에서는 그런 서운함도 다 사라지게 마련이다.
맹상군 열전
문의 아버지는 전영, 제나라 재상이다. 하지만 문은 첩의 아들 그것도 5월 5일에 태어난 아들이라 아버지는 문을 키우지 말라했기 때문에 그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문이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 아버지는 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전영은 불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문은 기죽지 않고 그에게 5월에 태어난 아들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묻는다. 5월에 태어난 아들의 키가 지게문 높이만큼 자라면 부모에게 해롭기 때문이라고 전영은 대답한다. 문은 어이가 없다. 고작 그런 이유로 첩의 아들인 것도 서러운데 없는 사람처럼 살았던 말인가. 서러움이 몰려온다. 그래도 문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아버지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마음을 다 잡는다. 문은 전영에게 다가가 사람의 운명을 하늘이 아닌 지게문에서 받는다면 지게문을 계속 높이면 그만이라고, 어느 누가 그 지게문 높이를 따라 계속 클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그제야 전영은 문을 제대로 바라본다. 조금 전 문을 멸시하던 눈빛이 아니다. 문은 마음이 조금 놓인다. 전영이 자신의 존재를 알았으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권력의 끝 - 죽지랑과 득오
저기 나와 함께 삼국 통일을 위해 전장을 누비던 득오가 보인다. 오래간 보이지 않아 걱정하던 차에 소식을 물어 찾아 와보니 전장에서 칼을 들었던 손은 풀을 뽑고 있고,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전장에서 적들을 마주하던 그의 당당한 면모는 사라지고 허리 한번 마음대로 펴지 못한 채 밭일을 하고 있다. 득오가 나를 보았지만 선뜻 다가오지 못한다. 흔들리는 그의 눈빛이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불러다 술 한 잔 주려 하는데 앞뒤 꽉 막힌 익선이 꼼짝도 하질 않는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거만하기 짝이 없다. 순간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앞에서 지휘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늙은 노인이 하나 서있다. 이것이 진정 나의 모습이란 말인가... 구차했지만 하급관리들의 도움으로 득오를 가까이 만나게 된다. 힘들게 밭 한 귀퉁이에 마주앉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건 득오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제대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는 득오를 바라보니 가슴에서 울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통일을 위해 전장을 누비던 나와 득오 그리고 그 외 수많은 화랑들의 모습들은 다 꿈이었던 것일까?
2. 가장 인상적인 역사적 사건 하나
신라시대에는 끊임없는 권력투쟁으로 왕비조차도 출궁을 거듭하는, 여성의 지위란 딱히 볼 것도 없는 그런 시대였다. 그곳에 그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여성상인 수로부인이 보인다. 절벽에 피어있는 꽃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요구하고, 용에게 끌려가 바다 속에 갔다 와서도 태연히 웃고 있는 그녀다. 이렇듯 그녀는 어느 상황에서건 당당하다. 그녀에게는 시대의 상황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여성들의 위치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왕비들의 위치마저도 불안정한 시대에 그녀는 자신의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어떻게 평가하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것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여성이기도 하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지상에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안절부절하는 남편의 모습과 무리지어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을...(‘뭇입은 쇠라도 녹인다.’ 여론형성 - 사람들의 일치된 생각과 거기서 나오는 힘은 저 신물의 가공할 위세를 쳐부술 수 있다.) 어쩌면 내심 고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서울에 있었으면 좋은데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자신을 이 먼 길을 여행하게 하는 남편이 조금은 야속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다 속 세상에서 설사 두려움을 느꼈을 지라도 그녀는 노래 소리에 안도감을 느끼고 여기서 좀 더 즐겨도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위에서 애를 태우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비록 용에 의해 이끌려 오긴 했지만 어찌됐든 거긴 새로운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두려움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녀는 위축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로부인은 정말로 굳이 애써서 자신을 구출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그곳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서 잘 살아갔을 것이다.
3. 미래의 나의 역사 한 장면 -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하리라!
심호흡을 크게 한다. 대기업 강의는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된다. 청심환을 먹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손이 촉촉하게 젖어 오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미팅자리가 생각난다. 관계자들이 내가 박사학위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며 나 또한 강의를 한다는 것이 영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어느 순간부터 이 바닥은 박사가 기본이 되어 버렸다. 여러 말 할 것도 없었다. 일단 나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그날 하려고 했던 샘플 강의를 양해를 구하고 내가 하기로 한다. 전반적인 경력개발의 흐름과 기업 안에서의 직원 개개인을 위한 진로상담을 통한 진로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회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아무런 원고도 없이 짧은 강의를 해주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놀라는 듯 했지만 그들에게는 박사학위가 없다는 것도 거기다 여자인 것도 여전히 문제인 듯 보였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그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자꾸 이해시키려고 하면 구차해질 것은 뻔 한 일 일단 나의 실력도 보여주었겠다 이미 나도 강의를 할 사람으로 확정된 듯이 강의시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꼼꼼히 정리해서 말해주고 나왔다. 하지만 강사는 강의를 하는 도중에도 교체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머릿속을 굴려 누가 나를 도와 줄 수 있을 지 생각해 보았다. 마침 떠오르는 회사가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과 밀접한 협력을 맺고 있는 중견기업이었다. 그 회사에는 주기적으로 가서 강의와 상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전화를 들고 담당자와 통화를 하였다. 마침 얼마 있다 그 회사로 들어가 회의를 한다고 한다. 그러냐면서 그 기업과 일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박사학위가 없다는 것을 영 못 마땅해 한다는 얘기를 흘린다. 마침 회의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 나와 많은 회기 진로상담을 했던 분들이 있다. 성과가 있기를 바라며 전화를 끊는다. 며칠 후 전화가 온다. 강의를 해도 좋단다. 역시 사람들을 통해 인정되어지는 게 그들에게는 더 신뢰가 갔나보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강의장으로 들어선다. 강의장으로 들어서자 앉아있는 직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음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일까? 강의장 공기가 더욱 탁하게 느껴진다.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 아니니 그럴 법도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면 표정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며 일단 내가 집중 공략할 꽃밭이 없나 찾아본다. 중간쯤에 그나마 초점이 있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직원 몇몇이 보인다. 다행이다. 저기를 공략하면 되겠군. 허리를 세우고 밝게 웃으며 강단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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