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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8일 22시 25분 등록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그때를 맞추어 사람은 성장이 되고 변화가 된다.

 

아기는 일반적으로 돌을 전후해 걸음마를 시작하곤 한다. 그시기에 성격이 급한 부모가 왜 뛰지 못하냐고 닦달을 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에 모소 대나무라고 있는데 이것은 5년간 전혀 자라지 않다가 하루에 80센티미터씩 자라기 시작해 한 달여 만에 30여 미터의 대숲을 이루는 품종이다. 그동안 5년 동안 뿌리를 길게 내리는 작업만을 한다. 그 기간 동안 대나무는 기다린다. 시간을 기다리고 인내를 기다리고 고독을 기다린다. 깊고 깊은 어둠의 작업을 남모르게 수행한다. 만약에 이를 이해 못하는 이가 자라지 않는 대나무를 쓸모없다고 잘라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중요한 것은 대상의 본질을 이해해 주고 지켜봐 주는 이가 있을 때만이 모소 대나무는 빛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때이며 변화의 시점이다.

 

우연찮게 거래처를 방문 했을 때 구성원의 한사람인 그녀를 만났다. 이년동안 활동 하였다지만 소극적이고 조용해 보이는 그녀가 사람들에게 제품을 파는 세일즈를 한다는 것이 신기해 보였다.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그녀에게 적절한 자극이 필요할 것 같아 다음과 같은 제의를 하였다.

“금번에 00교육 과정이 개설 되는데 참석하시면 현재의 영업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상한 대로 그녀는 선뜻 반응을 보이질 않는다.

“제가 어떻게 그런 과정을…….”

하지만 나는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뜨거운 가능성을 느꼈기에 다시금 대시를 하였고 승낙을 받아 내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김에 작전 하나를 짜자고 하였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는 수강생들을 대표할 반장 선거를 합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손을 드시고 반장을 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십시오.”

그녀는 대중 공포증이 있어 남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는 스타일 이라고 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교육 참석도 모자라 반장 선거에 나서게 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 그 자체였다.

“앞으로 커리어가 더욱 쌓이시면 조직원들을 관리 하셔야 되는데 이번 기회에 반장 역할 하면서 그런 역할을 간접적으로 경험 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반장으로 선출이 되면 수강생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건지도 미리 고민해 보세요.”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지는 그녀. 무형의 바위가 그녀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 보였다.

 

결전의 그날이 다가왔다.

“오늘 참석 하신 분들 환영을 드리면서 약 두 달여 과정을 함께 하며 이끌어줄 반장을 선출 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당한 분을 추천하셔도 좋고 혹시라도 반장을 못하면 환장해서 오늘밤 잠을 못 이루시겠다 하는 분들은 자신의 손을 번쩍 들어 주시면 됩니다.”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치켜들고 큰 목소리로 ‘저요’ 하는 분이 있었다. 그녀였다. 아무리 사전 모의(?)를 했음에도 이렇게 거침없이 들이댈 줄은 몰라 나조차도 적잖은 당황이 되었다. 세일즈 파트 강의중 아래의 비유를 하곤 하는데 그녀가 딱맞는 케이스의 사례로 마침맞게 등장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뭘까요? ‘

‘하버드 대학교죠.’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요?’

‘당연히 서울 대학교죠. ‘

‘그렇다면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뭘까요?’

‘......‘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분들에게 나는 낭창하게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한다.

‘들이대 입니다. ‘

그런 대학이 어디 있느냐며 푸념어린 소리를 지르며 어이없어 하면서도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진리이다. 무슨 일이건 빼지 않고 들이대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들이 당해내질 못한다. 당사자 본인이 주체적으로 하겠다고 나서는데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까. 모든 상황 그중에서도 특히나 세일즈를 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밑바탕의 의식이 필요하다. 주저하지 말고 고객을 두려워하지 말고 거절에 구애받지 않는 들이대의 정신과 그 효과는 실제적으로 대단한 것이기에.

 

“혹시 다른 자원하실 분은 계시질 않나요.”

그녀의 이 같은 즉각적인 들이대 실천의 결과는 작전대로 단독 출마 당선으로 귀결 되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반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여럿 있었단다. 그럼에도 그들이 손을 들지 않는 이유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녀가 손을 들었다는 데에 있었고, 워낙 기습적인 기세에 눌려 타이밍을 놓친 탓이란다. 어찌되었든 그녀의 반장 생활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하지만 앞에 서는 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집단의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기에 나름 걱정이 되는 건 사실 이었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행복의 조건 5가지’ 라는 문구를 일일이 작성하고 색지에 복사를 떠서 나누어 주는 신고식으로 그 역할의 포문을 열었다.

1. 건강 : 건강이 뒷받침이 된다면 못 할게 없다.

2. 사랑 : 사랑의 힘은 그 무엇도 다 품을 수 있다.

3. 머니 : 건강도 사랑도 돈이 있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4. 일 : 일은 내 몸의 약과 같은 존재다.

5. 벗 : 내 말을 아무 이유 없이 10분 이상 들어줄 수 있는 벗이 있다면……. 그대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금번 과정을 통해 이 5가지 행복을 다 채울 수 있는 내가 되세요!

 

직접 명찰을 제작하여 나누어 주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자신의 돈으로 수강생들의 간식을 사오는 배려심을 보였다.

강사의 빈 잔에 따뜻한 물을 채워주는 센스도 보여 주었다.

더불어 과정이 무르익어 갈 무렵 그녀는 대형사건 하나를 터뜨렸다.

매주의 실천 과제와 지속적인 목표의식의 동기부여 때문인지 놀랄만한 성과를 드러낸 것이다.

사상 최고로 2,000만원이 넘는 실적고를 만들어낸 것인데 나름 어느 정도의 판매를 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정도 까지 될 줄은 나도 짐작을 하지 못했었다. 비결을 듣고 싶어 사례담을 부탁 했더니 자신도 믿기지 않는지 떨리는 목소리를 풀어낸다.

“25일 마감일까지 하루가 남았는데 목표액 대비 금액이 몇 백이 모자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이정도도 잘했는데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혹시나 하며 반신반의로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지금까지 영업 하면서 한 번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 적이 없는 터라 망설였지만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해 통화를 하였던 겁니다. 00아. 나 000이야. 부탁하나 해야 하는데 들어 주었으면 좋겠어. 사실은 내가 이달에 우리 지역에서 판매여왕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조금 금액이 모자라. 어떻게 상황이 되면 도와주면 안 되겠니. 자존심 강한 나였기에 이처럼 이야기하기도 쉽진 않았고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예상치 않게 그 친구가 선뜻 구입을 해주었고 다시 두 명의 친구가 또 연계가 되어 결국 자정 시간까지 목표를 기어코 달성 하였습니다. “

놀라운 성과였다.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본인도 놀라울 정도의.

 

수료식날. 그녀는 모두의 앞에서 다음과 같은 소감문으로 과정의 마무리를 장식 하였다.

“입사한지 2년이 넘어 이번 교육 과정을 우연찮게 받게 되었습니다. 반장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첫 교육을 입문 했을 때 앞이 막막하고 떨리기만 했었습니다. 반장이란 타이틀 숙제 임무를 완수하고 하나하나 과정을 해나가면서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왜 이 교육에 추천 했는지 강사님 마음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영업이란 걸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고 하다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영업이 뭐이리 해야 할 것이 많고 정교해야 되나…….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영업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활동 일지를 쓰면서 나 자신이 스스로 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만 보고 나만 생각했던 내가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고 같이 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실력을 갖추기 위해 공부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만남에 항상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 두려움의 벽도 허물려 노력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5월 한 달 나에게는 최고의 매출이란 성과도 거뒀고 나를 바꾸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나를 바꾸니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줄 아는 내가 되어 동료를 대할 때 고객을 대할 때 좀 더 어색함이 없이 마음으로 거듭날 수 있는 000이 되겠습니다. 000 파이팅!!! “

 

우리는 그날 저녁 거나하게 회에 소주 한잔의 자축연을 가졌다. 끝마칠 즈음 나는 또 다른 자극 하나를 제시 하였다.

“올해 시책중 하나로 K5 자동차가 걸려 있는 것 아시죠.”

“네.”

“이왕 하는 것 그것까지 도전해 봅시다.”

그렇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 이왕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시점에 조금 더 힘을 기울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터였다. 그래서 여전히 손사래를 치는 그녀를 위해 비장의 비법 하나를 전수 하였다.

“내일 당장 K5가 전시되어 있는 매장을 찾아 가십시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사양을 선택 및 직접 시승을 해보고 그 장면을 카메라로 찍으세요. 다음으로 칼라로 크게 확대 복사하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대문짝만하게 붙여놓고 저것은 내 것이라고 날마다 외치시면 됩니다. 쉽죠.”

다음날 전화를 하였다.

“사진 찍으셨어요?”

수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그녀의 이야기 왈,

“말씀 듣고 사무실 근처 매장을 찾아갔는데 나 참 전시되어 있는 품목 차량이 없더라고요. 요새 너무 잘나가서 물량이 딸린데나 어쩐데나…….”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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