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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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하게 보이고 싶었다. 모름지기 여자는 도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나는 나에게 사람들이 섣불리 접근 못하게 그렇게 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그래야만 사람들이 나를 존중해 줄 것 같아서였다. 존중을 받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 상태에서 대접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모임에 가거나 여행을 갈 때면 잘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다. 어떤 일을 할 때도 아무도 하지 않으면 그제 서야 일을 하곤 했었다. 대학교 때 산악부에 들어가 북한산으로 1박 2일 첫 산행을 가게 되었을 때다. 산도 들어서기 전에 오르막으로 이어진 아스팔트길은 왜 그렇게 긴지 그것만으로도 이미 지쳐버렸다. 속으로 내가 여길 왜 온다고 했을까, 미쳤어, 미쳤어를 연발 외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옮겨가며 겨우 텐트 칠 곳에 도착을 하였다. 거기 도착해서 선배들을 도와 무언가 할 거리를 찾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앉을 곳을 찾아서 앉은 나는 그저 무심히 선배들이 텐트 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내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한 선배가 나를 보며 “넌 무슨 공주 같다.”라는 말을 해도 이 컴컴한 데서 나보고 뭘 하란 말이야란 생각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식사를 준비할 때도 그저 식기를 챙기는데 조금 손을 댔을 뿐이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제외하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졸업을 하고 나서 혼자 살게 되어 스스로 밥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다. 그 당시 전기밥통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에 냄비 밥을 해야만 했다. 산에 가서 냄비 밥을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나는 3년 정도의 동아리 생활 내내 밥을 해 본적도 그것을 옆에서 제대로 지켜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나를 대접받게 만든다는 명목하게 내가 스스로를 대접해야 할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도도하게 보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것 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나는 나만의 벽을 세우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왜 내 주위에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도도해야 했기 때문에 가벼운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쉽게 웃지 않았고 깔깔거리며 웃는 것을 난 지나치게 오버한다고 여기면서 정말 저렇게 웃을 일이기는 한 걸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제어하고 있던 나의 표정은 자연스럽게 무표정하고 밝지 않은 인상을 갖게 만들었고 더욱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이곳저곳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나에게 알면 알수록 첫인상하고 많이 다르다는 말을 하였다. 처음엔 말 걸기도 어려웠는데 말하고 나면 전혀 다르다고. 이런 얘기를 들을 때도 오해 받는 게 싫기는 했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었다. 더욱 나를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한 상태에서 남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관계에서도 내가 실수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웃음거리를 준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소한 내 행동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늘 긴장상태였기 때문에 표정이 밝을 수는 없었다. 이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이지 알면서도 멈출 수는 없었다. 이것을 놓게 되면 내가 순식간에 너무 작아져버릴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로 인해 그동안 놓치게 된 것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과 이대로 가면 나에게 줄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어떻게 해야 하지? 많이 웃으라는데 어떻게 하면 많이 웃을 수 있을까? 아... 난 어떻게 하면 많이 웃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해야하는 상황이구나. 코칭 스터디 때 내가 피코치자가 되어 이것을 이슈로 내놓았다. 먼저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보란다. 난 내가 좋아하는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그 안에서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경박해 보여서, 너무 시끄러워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와서 등등의 이유 때문에 보지 않았다. 코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예능을 볼 때도 몰입을 해서 봐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 사람들이 보이는 표정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그들과 같이 웃고 있다고. 몰입을 하라고? 처음엔 뭔 소린가 싶은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봐야 할 예능 프로그램조차 난 너무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다 웃자고 하는 행동들을 나는 저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지? 라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코미디도 이해가 필요한 장르인데 나는 무조건 그것을 가볍고 경박하게만 여기는 엉뚱한 방식으로 보고 있었기에 같이 웃을 수 없었다.
괴테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본래 누구나 자신의 결점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재인식하는 법이고, 독자는 일반적인 취향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지거나 수정된 것보다는 결점이 있는 개인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기 때문이다.
내가 결점을 숨기려 하면 할수록,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않을수록 다른 이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나를 재인식함으로써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게 만들 것이다. 사람들은 바늘하나 들어가질 않는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할 것이다. 어딘가 빈틈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더 정겹게 마련이다. 나는 이 당연한 것을 너무 오래 모른 척 하고 살았다. 이젠 그려 볼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손뼉 치며 웃으면서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말이다.
나 이 글 무지하게 좋다!
네 체험이 내 속으로 동화되는 느낌이야 ^^
미선이 '도도하게 보여야 한다'는 신념에 얽매였다면
나는 '망가지고 어긋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라는 신념에 얽매여 살아왔던 것 같아.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나를 비난하면 어쩌나 하는 그런 두려움과 불안 들이
내 마음 둘레에 철옹의 성을 쌓게 해온 것 같어. 늘 그런 감정들이 저변에 깔려있지.
물론 그 덕에 내 주변은 반듯반듯 정리되어 있지만,
데드라인에 쫓겨 허둥대지는 않지만,
웃음이 사라지고 늘 심각한 팽팽한 긴장감만이 맴도는 것 같어.
그대 가슴을 무찌른 괴테의 말처럼
나도 2% 부족한 사람이 좋은데
왜 나는 나의 부족한 2%를 두려워 하는 것이었을까?
다음 번엔 내가 한 번 망가져서 큰 웃음 줘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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