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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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ata BWV 147 (Jesu, Joy of Man's Desiring)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들어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 괴테의 '시와 진실' 중에서
왜 그렇게 오래도록 쾰른대성당은 내 마음속의 소망이였을까.
나의 쾰른 대성당에 대한 사랑은 중학교때부터 시작되었는데, 나는 백과사전을 보며 노는 이상한 취미가 있었다. 영어사전도 좋아했지만 백과사전에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흥미진진한 내용과 사진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는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넘겼던 페이지에 쾰른 대성당이 등장한 것이다. 그냥 일순간 우주가 멈추는 것같은 이상한 체험을 하면서, 그 이후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나의 꿈의 노트에 대성당 그림을 붙여놓고 몇 번씩 보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언제쯤 가게는 될까?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때 이후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나도 몰랐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훌쩍 지나 대학 졸업반을 앞두고 학생 신분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보자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늘 소망이였던 쾰른을 빠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독일 여정 중에 아주 잠깐 넣었다. 쾰른은 워낙 작은 마을이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성당의 역사적 가치 등등을 설명하면서 같이 가자고 설득하였다. 그 근처에는 볼만한 꺼리도 별로 없다고 하여 일행들의 반발도 잠깐 있었으나 나의 간절한 바람을 말해서 간신히 우리들의 일정에 쾰른 대성당을 결국에는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도착한 그날 하필이면 대성당이 공사중이라는 것이다. 내가 쾰른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마음에 품은지 10년만에 찾아온 이 곳에서 대성당 내부를 볼 수 없다고 하는 건 너무나도 가혹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저 뒷편 오르간 있는 쪽은 잠시 들어가도 된다고 무슨 천사처럼 나타나셔서는 내게 길을 안내해주었다. 나도 모르게 따라 들어간 성당 안. 난 그대로 멈춰서 버렸다. 그 순간 파이프 오르간을 누가 연주하는지는 몰라도 마치 나를 위해서 연주하는 것인것마냥 바하의 인간의 기쁨이신 예수가 나오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왜냐하면 바하의 모든 음악은 나의 모든 것을 그대로 멈추고 몰입하게하는 특징이 있지만 유독 '인간의 기쁨이신 예수'는 유독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기 때문에, 늘 내게는 특별한 곡이였었다. 그런데 그렇게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음악이라니. 공사중이라서 못 들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선물까지 받아들고 돌아서는 기분이라니. 모든 것이 마치 예견되었던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중에 약간 떠서 나왔던 기억이 난다.
나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던 그 때의 그 순간은 그 이후에도 늘 나의 가슴에 남아서 힘이 되어주고는 했다. 여전히 왜 나의 마음에 쾰른이 들어왔는지 바하의 음악이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 지독했던 그리움은 아마도 내가 언젠가는 이 곳에 올 것을 예견했던 것만 같다. 괴테의 자서전 '시와 진실'을 읽는데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중에서도 위의 구절은 계속해서 마음속에 맴돈다. 우리의 소망이나 그리움이 우리 내부에 들어 있는 능력의 예감이라는 말 말이다. 그러하기에 인간의 선물이라고 하는 상상력과 열정을 동원해서 미래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 막연한 그리움을 통한 길위에서의 느낌은 괴테의 말처럼 정황이 순조롭고 곧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꾸만 이게 아니다라는 마음의 소리와 함께 전자의 길로 자신을 보내려는 그런 느낌이 든다. 쾰른 대성당이 나를 이끌어 이 우주적인 숭고함을 느끼게 하였듯이 나는 지금도 내 안의 그 소망과 그리움을 더듬어 본다. 현실에 매몰되어서 그 두드림에 귀기울이지 않았었는데, 쿵쿵쿵 심장 박동소리처럼 다가오는 그 운명의 소리는 무시한다고하여 피해질 수 있는 성향의 것이 아님을 느낀다. 시와 진실을 통해서 보니 괴테도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더욱 꽃피웠던 것 같은데, 내 안에 이 꿈틀거림을 그림에 대한 소망을 일단은 계속해서 그려볼까 한다. 그러다가보면 그 정상궤도로 옮겨져 있을테고 새로운 소망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겠지. 내 생애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자유와 필연의 힘을 믿어보고 싶고 쾰른 대성당은 내게 그러한 힘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from IT IS GOOD
by: Johann Wolfgang von Goe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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