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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좋다.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 자체가 무색할 정도의 아늑함과 편안함.
섬은 사람을 닮았다.
둥근, 모난, 벼랑, 절벽, 꽉 막힌, 트인, 높은, 작은 그리고 무인도 및 유인도.
하나의 간직한 삶을 사연으로 그들은 풀어낸다.
파도와 나무와 바람과 별과 새들의 친구로서 존재하는 그들에게 일상은 떠오르는 태양이다.
날마다 돌아오는 반복된 현실이지만 날마다 다가오는 새벽의 여명이지만 그들은 또 다른 새날을 벅차오르는 감회로 맞이한다.
오늘은 어떤 객이 찾아오려나. 오늘은 어떤 벗이 방문을 하려나.
섬과 섬의 간격은 가깝고도 멀다.
떨어져 있는 간격이 때로는 답답하게도 때로는 야속하게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팔을 내민다. 내밀 수 있는 만치 최대한으로의 공간을 좁히기 위해 조금 더 손을 내민다.
섬과 섬의 그것은 우리네 마음과 같다.
서로가 내미는 손길이 서로가 내미는 감정이 맞다아야만 제대로 된 교감이 이루어진다.
돌아서서도 안 되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마주보기의 수고가 필요하다.
어이, 당신이 조금 더 힘을 써봐.
아니야. 당신이 조금 더 손을 더 뻗어봐.
안간힘을 쓰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운지 바람은 땀을 식혀준다.
별은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다.
바다는 썰물과 밀물로써 생의 교차를 이야기한다.
새들은 응원가로 노래를 부른다.
힘찬 고래들은 거센 용트림으로 그들을 찬미한다.
어느덧 하루가 저민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하루를 끝내야할 시간 일상의 노동에 지친 그들의 간격에 해가 저물 때 또 다른 풍경을 아름드리 선물로 남긴다.
해는 떠오르는 것이 하늘에 떠있는 것만이 생명의 빛을 전해주는 것만이 주어진 소명이 아니다.
저물 때 넘어갈 때 넘어질 때 포기할 때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기 전에 하늘빛 고운 노을을 선사한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았다.
파란색의 하늘과는 또 다른 연지곤지 불그스레한 새색시의 살포시한 설렘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일상을 뒤로하는 또 다른 유종의 미가 그들의 가슴을 채운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네가 있어 좋다고
아니 네가 있어 좋다고.
섬과 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다.
부서지고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점점이 흩어지고 부스러진 사연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시간을 넘어진 쓰라린 생채기만 있는 게 아니다.
그와 그사이에는 여운의 미를 선사하는 또 다른 그가 존재하여 서로를 이어준다.
언제나 거기에
항상 그곳에
인연을 이어주는 그가 있기에 섬들은 외롭지 않다.
이제 시간이 지면 밤의 어둠이 찾아오겠지.
그래도 그들은 외롭지 않다.
오늘 철썩이는 바닷소리를 벗 삼아 서로의 팔 베게와 가슴의 소리를 확인하며 잠을 청한다.
점점이 흩어지는 그들의 존재를 약속하며.
그리고 내일 그들은 함께 세상의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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