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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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늘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시나무 새’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살아가다보면 다양한 나의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있기도 하지만 이게 과연 내 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어색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그 모든 모습들이 내가 안고 가야 할 나의 것이라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현재에 머물러 있기가 어려웠다. 많은 시간들을 과거에 매여 있었다. 왜 그렇게 후회스러운 일들은 많은 건지. 그 당시 내가 선택을 잘못 했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만족스럽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럴수록 자책은 커져갔고 그로인해 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하니 미래를 막연하게 꿈꾸곤 했다. 현재의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미래가 보장해 주는 것은 없음에도 나에게도 언젠가는 큰 기회가 올 거야라는 기대를 아닌 척 하면서 내심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부러움 반, 질투 반의 시선으로 보긴 했지만 그들이 성취한 것들 뒤에 숨겨진 노력은 보지 않았다. 노력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운이 좋아서 얻게 된 것이라고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운을 주지 않는 세상에 괜한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는 만큼 앞서가는 사람들과 나의 거리는 점점 커져갔고, 그 만큼 세상과의 괴리감도 커져 갔다. 남은 것은 한 없이 작아질 데로 작아진 모습에 괜한 열등감 뿐 이었다. 참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많았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저런 재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걸까? 와 같은 생각을 하며 나의 장점 보다는 단점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니 누가 나에게 부정적인 말 한마디라도 하면 그것이 마치 나의 전체인 냥 그 말에 온통 나를 뒤집어 씌워 버렸다.
저 노래에서 말하고 있는 ‘당신’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내 안의 다양한 모습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보아 주지 않았기에 나는 내 안에서도 제대로 쉬고 있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내가 나의 가장 나쁜 적이 되어 상처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안에 이런 마음이 커질수록 어디서나 당당해 보이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런 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딱히 잘하는 것은 없어 보이는데 뭘 하든 당당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좀 과장이 있다 할 만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꾸밀 줄 알고 내놓을 줄 아는 친구였다. 내가 없는 것들을 가진 그 친구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그 친구가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장점이 있었을 텐데도 내 것은 전혀 보지 않고 그 친구 것만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는 장점이 전혀 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나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의 말에 흔들렸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다른 이들의 칭찬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칭찬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한 번 꼬아서 받아들였다. 내가 그런 칭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정도는 다 가지고 있지 않나? 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흘려버리는 게 나에게는 당연했다. 과장된 칭찬은 부담감을 주지만 제대로 된 칭찬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칭찬 받는 것에도 잘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야 비로소 그 칭찬들이 괜한 것들이 아니었으며 한 없이 작아져 있는 나에게 양분을 줄 수 있는 순간들을 많이 놓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융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살지 않고 미래의 약속에 의지하여 살고 있으며, 현재 의 빛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의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 어둠속에서 적절한 때에 해가 솟아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상의 해는 주기를 반복해서 떠오르지만 내 안의 해는 주기를 반복해서 떠오르지 않는다. 내 안의 해가 떠오르기를 바란다면, 내 안에 있는 어둠이 걷히기를 바란다면,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먼저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부러워 하지만 말고, 내 안을 잘 들여다보고 나의 장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다. 정 모르겠거든 자신을 많이 보아온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들었다면 그 말을 받아들이고 거기부터 다시 탐색해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찾고 못 찾고는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이다. 현재의 내가 이것을 찾아 그것으로 빛을 만들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열등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 안의 이런 가시는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열등감으로 쌓아 두었던 감정들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터지면 괜한 사람들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게 될 지도 모른다.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고 그 의지를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면 내 안의 해도 조금씩 떠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의 가장 큰 힘이 돼 주어야 다른 이들의 도움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답을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 하는 것보단 내 안에서 찾는 것이 답을 가장 빨리 찾는 지름길이다. 돌고 돌아서 와도 결국 답을 찾는 곳은 내 안일 테니까 말이다.

그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정말 어렵죠.
나도 역시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고 어쩌면 오랜 시간 함께 가야하는 것일 수도 있을 듯 해요
언니의 이야기가 꼭 내 이야기 같아서 구구절절히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읽었네요
근데 언니 난 언니가 사진발이 잘 받는 것도 부럽더라~
상담을 공부하겠다며 시작한 것도 대단해 보이고 나도 상담에는 관심이 있었던 거거든요
항상 한 가지를 향한 에너지가 보여서 부럽고
사람은 그렇게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부러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자신을 상처내지만 않는다면 부러움정도야~~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