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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7일 11시 3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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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첫 만다라 by Sasha
*Maṇḍala (मण्डल) is a Sanskrit word that means "circle".
We are already at home. While we outwardly appear separate, 
the holy is that which secretly binds us all together. 

인류에게 결정적인 물음은 '당신이 무한한 것에 관련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시금석이다. 

2010년 끝자락에 난 생애 처음으로 만다라를 그려보았다. 그 때는 별 생각 없이 그렸던 것 같은데, 
느닷없이 융의 자서전을 읽는 이때에 불쑥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융의 한 마디, 당신이 무한한 것에 
관련되어 있는가라는 바로 그 질문에서 난 나의 첫 만다라를 떠올린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여 
만다라의 의미를 찾아보니 산스크리트어로 '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늘 인드라망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그 생각과 만다라는 순환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순환적인 삶, 마음의 그림,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융의 자서전 속 집단 무의식과 
시대의 영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다가 보니, 불현듯 우리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강한 생각과 함께 
그 유한함을 넘어서는 무한성에 다시금 마음을 모으게 된다. 

아.. 그래서 만다라의 그림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던 것일까? '원' 안에 마치 어마어마한 
비밀이 담겨져 있을 것 같은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출구도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융이 이야기한 것처럼 무한한 것이 본질적이라는 사실을 내가 알 때에야 비로소 나는 결정적인 의미가 없는
하찮은 일에 관심을 쏟지 않을 것이다. 그 무한성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이 유한한 이 때에 진정으로 가치있는
무한한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갖지 않는다면 인생은 헛되다고까지 한 융의 그 깊은 심중은 무엇일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생에서 무한한 것에 이미 접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고 하면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그 유한한 제약성을 의식해야만 비로소 유한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한 인간 실존의 유일한 의미는 존재 그 자체의 어둠속에 빛을 밝히는 것이다. 
각자가 각자의 만다라안에 들어앉아 있듯이 그 안에서 스스로 나오는 길도 빛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난 그래서 내 생의 첫 만다라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의 무의식이 그려낸 이 그림 안에서 생의 이면을 그 무한성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를 말이다. 

자신의 열정의 지옥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 훌쩍 2002년으로 가본다. 그 때의 나는 아마도 그 갑갑한 굴레에서 진정한 자아의 틀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던 때였던 것 같다. 의식의 성장이 일어나던 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 융 못지않게 
스스로의 의식을 탐구하기 위해서 애썼던 것 같다. 그 고뇌는 많은 글과 그림 속에서 드러나는데, 
길에 대한 탐구,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도했었다. 유한한 이 삶 속에서 진정으로 내가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또 질문했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 어떠한 것도 한계점이 보였고, 
나의 열정으로 타오르는 마음의 불을 지속시킬만큼 매혹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열정도 깊어지면 
지옥처럼 뜨겁고 괴롭다. 나의 마음은 아마도 너무 깊이 들어가서 자신의 틀에 갇히는 그런 경험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앞에서 유한함을 의식해야만 무한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듯이 
열정의 지옥을 통과해야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도 찾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와서야 융을 통해서 위안받는다. 
당시에 난 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아니 어쩌면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그리기 시작했다. 꼭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들만이 실상인가에 대해서 궁금해하며 그렸던 그림들. 그림을 통해서 음악이 들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담아서 피아노를 그렸던 기억이 있다. 표상에 대한 공감각적인 접근을 그 때 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난 고심을 했었던 것 같다. 이것은  그 당시 열정의 지옥을 통과하는 배와도 같았다. 
뗏목을 하나하나 이어서 건너다가보니 어느 덧 그 열정의 강을 건너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음악.jpgfilename=음악.jpg
눈으로 듣는 피아노 소리 2002 by Sasha

자연, 영혼, 그리고 인생은 나에게 활짝 피어난 신청처럼 여겨진다.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나에게 존재의 최고의미는 오직 그것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진정한 해방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했을 때,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을 헌신하여 철저히 참여했을 때
비로소 가능한 법이다. 

지금의 나는 융을 통해서 내 안에 갇혀 있었던 나를 좀 더 큰 시야를 가지고 보게 된다. 내 안에 매몰되어서 보이지
않던 인류의 끈을 느끼게 된다. 자연, 영혼, 그리고 인생 속에서 난 융이 이야기했던 Numinosum(신성한 힘을 뜻함)을
찾고 있다. 아니 본다. 그 존재의 의미가 드러나고 있음을 내 안에 갇혀서 열정의 지옥을 헤매일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 희미하게나마 드러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 끝없는 갑갑함과 마음의 불길을 어떻게 
끌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인류를 하나로 묶고 있는 자연과 영혼을 하나로 이어지게하고 있는 그 무한성에서
답을 찾는다. 우파니샤드에서 '절대'란 '네티 네티:부정의 부정'을 통해서만 인식된다고 하는데 지금 난 그 
'Neti-Neti Circle' 을 돌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의식이 확장되면 무의식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그 길로 가는 길 위에서 진정한 해방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는 것, 
바로 그 헌신과 참여의 길을 뚜벅 뚜벅 걸어나가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문득 인디언 추장과의 전설이 담긴 
'Shenandoah'라는 미국 민요가 떠오른다. 떠나는 자의 애환이 묻어나는 이 곡에서 인류의 만다라 속을 
돌고 있는 인간애와 연민이 오버랩된다. 결국 자신의 무의식을 통해 세상을 끌어안은 융이나 사랑하는 이를 통해 
이 우주를 끌어안는 일이나 그 무엇이 다르겠는가. 진정한 해방으로 가는 그 길 위에서 난 또 하나의 뗏목을
잇는다. 의식이 성장하여 그 틀을 벗어던지고 무한한 신성의 힘으로 나아갈 수 있을때까지.  
그 인류의 만다라를 끌어안을 수 있을때까지.


Shenandoah - Sissel - Chief Shenandoah - Native American

http://www.youtube.com/watch?v=IDkFG44AXwU

Illustration on page 105 of Carl Jung’s Red Book
RedBook12-780x1024.jpg
IP *.75.19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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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12:41:09 *.111.51.110
융의 글을 읽는 듯,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글이구나.
저 피아노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선율을 내고 있는듯 느껴지고,
인디언의 노래는 온 몸을 감싸준다.
행복한 느낌 전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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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13:36:49 *.45.10.22
오빠 고마워요~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참 행복한 느낌을 받았는데 
고스란히 전해졌다니 
기뻐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행복한 마음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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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7 14:36:25 *.219.84.74
사샤!!

너 이러다가 진짜 자리까는 것 아니니?
그 어쩌지 못할 포스가 연구원 생활이 거듭될수록 느껴지는 것은?
어느날 너가 칼럼에

"드뎌 그분이 내려오셨어요"

라고 할 것만 같어. 

참으로 영적인 그대!!! 창조적 치유자인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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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4:16:26 *.45.10.22
감사합니다 훈 오라버니 ^^ 
오라버니야 말로 글에 날로 깊이가 더해지니 
큰 교훈이 됩니다

창조적 치유자~!
저의 키워드로 가져가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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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6.27 16:03:30 *.35.19.58
나는 융자서전이 참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역시 아트샤먼은 보는 눈이 다르네.
'열정의 지옥' 참으로 멋진 말인것 같다.
열정을 지옥을 통과하고 나면 뭔가 보이겠지, 뭔가 손에 쥐어지겠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도 만다라를 그려봐야겠네.
사샤,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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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4:17:02 *.45.10.22
네~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 
만다라는 참 묘한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열정의 지옥을 넘어 평온의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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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6.27 16:55:49 *.142.255.23
난 첫번째 만다라를 언니가 그렸다는 것에 깜놀.. 그리고 피아노 그림을 보고 또 한번 놀라고...

역시 언니는.. 진정한 아티스트.. 매번 언니 글에서 이런 예술적인 능력들이 참 부럽다옹..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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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4:17:52 *.45.10.22
고마워 미나야 
그럼 나도 미나의 매력을 지금 나열해 볼까나 ㅎㅎㅎ
자자 번호를 매겨야 한다는 ㅎㅎㅎ
미나야 알지? 키워드 매력으로 한 번 목차부터 정리해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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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23:10:40 *.139.110.78
예전에 승려들이 색 소금인지 색 모래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류의 가루를 이용하여 아주 커다랗고도 더할 수 없이 세밀한 만다라를 마치 수련하는 자제로 완성해나가는 영상을 본적이 있어. 그 만다라 자체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건 완성한 후에 그것들은 모두 흩뜨린 다음 강물에 흘려버리는 장면을 봤을 때야.  그 만다라를 통해 승려들도 각자 마음에 담고 있는 열정의 지옥을 통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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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4:18:31 *.45.10.22
아... 그래 강물에 흘려버리는 장면~!
나에게도 그게 필요할 것 같다 
움켜쥐려고만 말고 말이지 ^^ 
티베트에 가고싶다 미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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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06.28 11:27:03 *.236.3.241
장마비가 하늘을 휘젓고 나니
우주와 뭔가 충일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듯~~
직접 그린 그림과  글, 참 좋은데요. ㅎㅎ
매주는 힘들겠지만 요걸 사샤의 칼럼 형식으로
정립해 보면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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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4:21:03 *.45.10.22
아 그래볼까요 선배님? ^^ 
와와~~ 갑자기 비온뒤 개인 하늘처럼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럼 다음을 기대해 주세요 ^^
지금 듣고 있는 곡으로 대신 답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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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6.28 12:40:25 *.23.188.173
아.... 준비된 연구원은 언니였던가요?????
미리 만다라까지 그려놓은 센스가 돋보이는데요~ㅋㅋㅋㅋㅋ
언니 글은 뭔가 촉촉하고 부드럽다.
왠지는 몰라~ 걍 느낌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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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4:22:13 *.45.10.22
ㅎㅎㅎ 그런거니 루미야? 나 준비된 연구원이니 (부끄부끄) ㅎㅎㅎ
이렇게 만다라가 융과 연결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니 
동시성의 경험이다 
고마워 루미야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
어디서오는지 모르니 
다음에도 의도적으로 어렵겠다 
그저 그곳에 늘 그러하길 바라는 수밖에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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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6:35:25 *.124.233.1
개인적으로 누나가 융을 어떻게 읽어냈을지 가장 궁금했어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이쯤 되면 내 직관도 꽤 먹어주지 누나? ^^

아직 세상을 향해 다 열어놓지 못해서 그렇지 (아니 이미 많이 열어 놓았을까?)
나는 누나 열정이 보여요.
그리고 누나의 그 아름다운 '우뇌'의 혜택을 누리며 행복해 할 사람들도 보이고
나도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란 것도 보이고 ^^

나도 그림을 좀 그려야겠다 누나.
도와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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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11:38:00 *.75.194.69
그래그래 경인아 고마워~
경인이의 그림 한 번 보고 싶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경인이의 더 깊은 세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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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1.06.30 10:57:02 *.87.61.225
사샤~ 요런 형식의 글 좋은 거 같다.
그대는 배경 뒤의 배경을 직관적으로 포착하고 읽어내는 재주가 있다.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을 독수리 발톱으로 잡아내서 그림으로 듣고 글로 맛보자.
그리하여 life artist로 도약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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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3:19:03 *.45.10.22
감사합니다 ^^ 
Life Artist 좋네요 
창조적 치유자와 Life Artist를 연계해서 지속적으로 
저만의 키워드를 찾아나가 봐야겠어요 
힘나는 응원의 답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책들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이 성찰해 보겠습니다. 
감사드려요 선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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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7.02 09:30:17 *.220.23.66
12월 12일 내 생일에
만다라를 그리다니.. ㅎㅎ

작년 12월 11일 변경연 송년회 마치고
유끼들은 새벽까지 놀았는데,
그대는 만다라를 그리고 있었군...ㅎㅎ

그리고 피아노그림?
뭘까? 이 연결고리는?  emoticon

멋진 청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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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08:46:39 *.45.10.22
오~ 선배님 사수자리셨군요 ^^ 
1212사태도 있구.. 생일 안 잊어버리겠는데요 ㅎㅎ
저 아이콘 넘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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