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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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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4일 04시 47분 등록

 마음 안에 두 가지 시선을 가진 내가 대립하고 있다. ‘잘 하고 싶은 나’와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 나’ 와의 갈등이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니 다른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잘 하고자 애쓰는 나의 노력은 봐 줄 필요도 없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인정해 주지 않는 나는 ‘인정해 줄게 있어야 인정을 하지.’ 하는 마음으로 과연 뭘 얼마나 잘 하고 있나하는 생각으로 눈을 치켜뜨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이제까지 내가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었던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내 안의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시선은 원한다면 잠시라도 피할 수 있다지만 내 안의 시선은 피할 수가 없다. 언제나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달고 다녀야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에는 타인으로부터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더욱 더 잘 하려고 하면서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 부분도 어느 정도 맞기는 하다. 인정은 인정이니깐. 사실 자신의 노력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 마음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어느 책의 제목처럼 그저 칭찬해 주기를 바라면서 칭찬에 목을 매고 조그마한 일을 해 놓고도 내가 직접 말하긴 쑥스러우니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알아주길 기대했었다. 잘했다, 수고했다는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조차도 작은 일에는 봐도 못 본 척 별 말없이 뭐 했나보네 속으로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으면서 말이다. 더군다나 정작 누가 잘 했다. 수고했다. 말해주면 그런가 보다 하면서 별 반응 없이 지나쳤으면서 말이다. 나에게 과연 타인의 인정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정작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인데 그럴 기미가 전혀 안 보이니 타인으로부터라도 그것을 채우려고 한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안에 나의 고집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은 빈공간이 너무 커서 타인을 통해서는 채울 수 없는 그 공간을 나는 계속해서 밖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다. 나를 인정한다는 것이 무조건 칭찬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네가 노력하고 있구나.’ 이 말 한 마디면 되는 거였는데 말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일을 착수하자마자 바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반드시 과정이라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고 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해 줄 법도 한데 눈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리누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누르고 있었다. 스스로가 못 미더우니 난 점점 타인보다 못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가 되어 그것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버렸다. “나는 남 보다 못하다.” 라고 사실화 시켜버린 것으로 인해 자라나게 된 감정은 열등감이었다.
처음엔 내가 한 짓도 모르고 화살의 방향을 부모님에게로 돌렸었다. 왜 그렇게 칭찬에 인색하셨느냐고. 그 당시에 읽었던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들도 여기에 한몫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부모님의 칭찬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더욱더 내가 한없이 주눅 들어 사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매고 사는 것의 모든 이유가 칭찬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칭찬이 무슨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칭찬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에 앞서 나의 현 상태를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제대로 짚어서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떤 문제든지 정확한 답은 없다고 본다. 같은 문제여도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 일어났느냐에 따라 해결방법은 달라질 것이다. 이렇듯 나의 원인에 맞는 방법이 있을 텐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와 같은 ‘~카더라’ 통신에만 의존해서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했었기에 그런 방식으로 찾은 칭찬이 나에게 확 흡수되지 않았던 것이다. 타인으로 부터의 칭찬보다 나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나에게 맞는 방법이라면 나는 오히려 쾌재를 외쳐야 할 것이다. 든든한 에너지 저장소를 다른 곳도 아닌 바로 내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셀은 정말이지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사람에겐 살 가치가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인 것이다. 다수의 생각에 휩쓸려서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린다면 나는 사라져 버리게 된다. 다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참고하는 것도 필요는 하지만 그 순간에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의 중심이며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맞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 또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남들도 하니깐 나도 해야지란 마음으로 행동에 옮긴다면 그 지속성은 오래가지 못 할 것임은 뻔 한 일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긴다면 보다 길게 갈 수 있을 것이고 내 안의 에너지 저장소도 방전되는 일 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줄 거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칭찬합시다’가 정답은 아닌 것이다.

IP *.139.1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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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06:40:11 *.160.33.89
언젠가 알게 될 인용을 두 개 보내 주마. 

 칭찬에는 언제나 잡음이 따르게 마련이다.  내가 나를 칭찬할 때 조차. 

우리는 자신과 똑 같은 사람에게서만 칭찬을 받게 된다.  그렇다.  너를 칭찬하는 사람들은 너에게 말한다.
"나는 너와 똑 같은 사람이야"    물론 이 말은  속으로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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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02:21:35 *.148.194.48
칭찬의 잡음과 자신과 똑같은 사람에게서 칭찬을 받게 된다는 것.
제가 왜 칭찬을 받아도 기분이 좋기만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해가 되네요.
제가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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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11:06:40 *.45.10.22
미선아 점점 너의 글이 환해지는 걸 느끼네 
한 60번 웃고 있나? ^^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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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02:24:06 *.148.194.48
50에서 60 사이는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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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13:57:19 *.124.233.1
정말 그렇게는 생각해보지 않았네.
늘 다른 사람이 왜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만 생각했었지.
정녕 내가 나를 알아줄 생각은 왜 해보지 않았던 것일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
공자가 이야기한 군자의 도리인데 나는 이게 참 어려웠거든.

내가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칭찬해 줄 수 있다는 것.
어렵지 않은 생각인데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고맙다 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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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02:26:47 *.148.194.48
남이 해주는 것이 아무래도 더 크게 느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내 안의 열쇠를 하나하나 찾아가다보면
나를 묶고 있는 것으로 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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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늑대
2011.07.04 15:17:56 *.219.84.74
두 가지 시선을 적절하게 조화하여 인식할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여본다.
내가 풀어질때는 나를 비평하는 시선이
내가 너무 의기소침할때는 나를 격려하는 시선이

하지만 사는 것은 항상 엇박자다.
용기가 필요할때 비평의 마음이
비판과 냉정이 필요할때는 오만의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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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02:28:22 *.148.194.48
정말 그래요.
하지만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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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7.05 08:15:02 *.216.137.129
미선이의 절친은 미선이 자신인 듯.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
받아들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자.
그러면 우린 더 친해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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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21:29:12 *.148.194.48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갔어요
내가 나 자신의 절친이 될 수 있다면
누군가 옆에 있어도 더 이상 외롭다는 생각은 안 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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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7.05 11:40:01 *.38.222.35
마지막 문장이 와닿는뎅.. 누구에게나 칭찬합시다가.. 정답은 아니다.
그리고 사부님의 말씀에 머리가 띵~~~

ㅋㅋ.. 나랑 비슷한 사람이 나를 칭찬한다니...

그러고 나를 돌아보니..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주로 칭찬했던듯..ㅋㅋㅋ..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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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21:30:21 *.148.194.48
그러게 말이다.
그러면서 늘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칭찬 받기를 바랬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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