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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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칠월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달아오르기 시작한 아스팔트는 벌써부터 숨이 막혀왔다. 엊그제 지난 장마 비로 남대천은 한껏 부풀어 있었고, 물살이 세차게 흘렀다. 얼마 내딛지도 않았는데 등짝으로 흐르는 끈적한 땀들이 오늘 하루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미 하늘색 티셔츠가 잔뜩 젖었다. 이 물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책에는 무풍면 덕지리 대덕산 어느 기슭에서 시작해서 설천과 합하여 남대천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주읍 오산리에서 버드내를 만나 대차리에서 금강으로 흘러든다고 했다. 어디서 온들.. 또 어디로 간들.. 그 시작과 끝이 하늘과 바다인 것을 새삼스레 기억해본다.
오산마을 정자그늘에서 만난 인연들이 술부터 권했다. 이름보다 먼저 어디서 왔느냐 묻고 또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다. 하기야 바람같은 인연인데 굳이 이름 물어 무엇하랴만 나그네에게도 가는 길은 있었다. 오산마을 지나 왕정마을 뒷산 어디쯤에 있다는 신기한 돌을 보러왔다고 했다. 이야기꽃이 폈다. 동네사람들은 ‘호랭이 바위’라고 불렀다. 사진에서 봤던 바위는 검은 몸뚱이에 둥그런 돌맹이들이 박혀 있었고, 연마를 해 둔 바위는 꽃이 핀 것처럼도 보였다. 영국의 지질학자였던 아더 호움즈 교수에 의해 ‘구상화강편마암球狀花崗片麻巖’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이 돌은 매우 귀한 돌이라 했다. 세계에서도 100여 곳에만 남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곳 무주를 비롯해서 다섯 군데에서만 보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거그엔 뭐하러 가.. 맨 풀 밖에 없고, 철조망 둘러쳐져서 가까이 가기도 대근헐 것인디..”
“가봐야 소용없어.. 여그 앉아서 술이나 한잔 더 혀..”
“젊은 사람이 헐 일도 없는가벼.. 그깟 돌딩이 하나 보러 여까지 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자리 한 틈을 비집고 앉은 낯선 이에게 하는 말인지.. 자기들끼리 하는 말인지 모를 대화가 이어졌다.
“싹 캐가 부렀어.. 그 돌딩이 하나 가져다 두면, 집안에 우환이 없어진다고들 혀서..”
“차라리 우리 집으로 가드라고.. 집집마다 다 하나씩들 가지고 있을 것인게.. 안 그려?”
천연기념물 249호였다. 일일이 그 내막을 다 알지 못하던 주민들이며, 소문을 듣고 찾아든 수집가들에 의해 왕정리 천연기념물은 그렇게 파헤쳐지고, 잘려나가고, 팔려 나갔다. 누구에 의해 누구한테 얼마나 흘러나갔는지도 모른다. 동네사람들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좁은 계곡을 한참 오르다 갈림길에서 오른편 길로 포도밭이 나올 때까지 더듬어 갔다. 칡덩쿨들이 마중을 나와 있는, 억새가 거친 좁은 길이었다. 아직 연한 연두빛을 머금은 포도알들이 알알이 눈에 들어왔고 이마 위로도 송글송글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건너편 계곡으로 이어진 길은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가운데로 좁은 문과 작은 알림판이 우거진 수풀 사이에 남겨져 있었다. 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지만, 골짜기 안쪽으로 이어진 길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해서 선뜻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그는 연구실에 나와 있었다. 밀린 논문작업과 연구보고서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이 뒤늦게 ‘구상화강편마암’의 보전방안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지질학자인 그가 전시관 설계를 자문하기 위해 얼마 전 이곳에 다녀갔었다. 그에게 길을 물었다. 골짜기 안쪽으로 2백미터쯤 더 들어가면 또 다른 철조망을 볼 수 있지만, 노두가 땅에 묻혀 있고 풀이 우거져서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가더라도 남아 있는 돌을 보기 힘들거라고 했다. 굳이 보겠다면 군청 뒷마당으로 옮겨진 돌을 찾는 것이 나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에게 생각보다 많은 돌들이 남아 있다고 했더니, 그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동네 사람들 집집마다 꼬불쳐 둔 돌들을 모으면 제법 될 것 같다고 했더니, 그가 웃는다. 사람들이 내어놓을까?
전시관을 마을 회관 옆에 지으면 어떨까. 옥수수나 감자, 천마, 포도 같은 농산물 직거래 코너도 마련하고, 요기를 할 수 있는 작은 식당 하나쯤 운영한다면... 돌을 찾아오는 발길들이 늘고, 그들의 눈과 배를 채울 수 있는 요기거리를 모아 놓는다면... 동네 뒤편 돌덩이만 슬쩍 지나쳐 보고 가버리지 않고, 마을 정자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도 하나 마련해 둔다면.. 돈이 되지 않을까? 애써 애걸하며 농사지은 거 내다 팔지 않더라도, 남들 눈을 피해 돌을 캐다 팔지 않아도 돈이 흘러들지 않을까? 마을 뒷산의 그 돌덩이 하나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 믿게 한다면, 마을 사람들이 나서 지킴이가 되지 않겠나 싶었다. 정부가 사람을 사서 지키지 않더라도.. 이 마을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돌덩이 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해설가가 된다면... 고마웠다. 늘 그러했지만, 그는 나의 허무맹랑한 시나리오를 진지하고 인내심 있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보고서 맨 뒤편에 첨부해서 제출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다시 마을로 돌아 나오는 길, 개울가를 따라 두어 그루 아름진 왕버들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방망이를 두드려가며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남아 있었다. 옹기종기 십여 채 남은 마을을 벗어나려는 순간, 익숙한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올 땐 왜 보지 못했을까. 느티나무 숲이 빼곡하게 우거지고 간간히 소나무 몇 그루가 자리한 마을 숲이었다. 수구막이였다. 저 숲 때문에 밖에서 들어올 때 마을이 한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새삼스럽게 찬찬한 걸음걸이를 하며 하나하나를 뜯어보았다. 숲을 가로질러 돛단배 마냥 굽어드는 길, 새끼줄을 감아둔 남근석 하나. 왕정旺亭 이라고 새겨진 마을 이정표 그리고 개울 옆을 따라 정자가 들어서 있다. 너무 쉽게 들지도 나지도 않게끔 얼마쯤은 가리기도 하지만 또 적당히 열어 두었다. 저 길을 따라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들어오던 세상의 풍파와 근심이 이 숲 자락을 지나면 반쯤은 덜어질 것도 같았다. 수문장처럼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이정표 뒤로 이 마을 전설이 적혀 있었다.
옛날 어느 스님 한 분이 이곳을 지나다 마을 입구에 있는 용고개 마루턱을 오르다 잠시 쉬어가게 되었다. 마을의 지세를 살펴보고는 이곳이 부촌이 될 곳이라며, 이곳에 나무를 심게하고 마을 이름을 왕정旺亭이라 지어주었다. 글쎄... 마루턱에 지켜선 용과 골짜기로 숨어든 호랑이.. 흩어진 돌을 모으면 봉인된 비밀이 풀릴까. 사람들의 마음을 열면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뜬금없이 전생에 스님이었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낯이 익었던 것이었을까. 큰 길에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와야 하는 이 오지까지 누가 맺어둔 인연이었을까. 언젠가 이 마을 전설이 다시 열리면..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온다던 손님은 언제쯤 다시 올까. 숲길 사이로 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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