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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2일 10시 25분 등록

'3가지의 큰 경험' 이 무엇인지 골라 객관화 시켜 신문기사처럼 기술하라. (1 페이지)

2008년 8월 4일 새벽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작은 그녀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서있으면, 앉아 있으면 누워있으면 더 나을까 싶어 시도해 보았으나, 어떤 자세도 그녀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없다. 12시부터 시작된 그녀의 고통은 밤을 하얗게 새도록 계속 되었다. 왜 소리를 지르는지, 왜 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 외에는 모두 다 적으로 보인다. 6시 경에야 진통제를 맞고 고양이 잠이 든다. 아침이 밝아오며 다시 시작된 진통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금방 끝날 것 같다는 간호사의 이야기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엄마의 손을 잡으며 그녀가 이야기 한다. “집에 갈래.” 엄마는 그러마고 대답을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이대로 집으로 갈 수는 없다. 간호사가 오래 걸리겠다며 자리를 뜬다. 그 뒷모습에 다급해진 그녀가 더 큰 힘을 낸다. 곧 분만실로 실려 가고 그녀가 힘을 내는지 아이가 힘을 내는지 아니면 신이 돕는지 큰 힘의 끝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회색빛의 아이는 가느다란 팔 다리를 휘적거리며 운다. 바르르 떨리는 그녀의 팔에 아이가 안긴다. 엄마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아이는 막 분유를 먹고 잠이 들었다. 그녀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녀의 머릿속에 만감이 스친다. 이제 그녀는 엄마다. 이제 혼자 걸어가야 한다. 그것도 이 아이를 안고. 그녀는 막 큰 결심을 마친 상태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녀가 연구원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기소개서 마감일까지는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0장을 어떻게 써내느냐고 막막해 하면서 그녀는 가장 하기 쉬운 부분들을 먼저 써 나가기 시작한다. 매일 새벽 그녀는 자기 소개서를 하루에 한 꼭지 내지는 두 꼭지 정도를 써 내려간다. 쉬운 것부터 써 나가면서 남은 것들을 보며 이제는 정말 쓸 것이 없음을 느끼지만 매일 새벽 쓸 것들은 또 하나씩 찾아온다. 그렇게 1차를 통과하고 2차 관문에서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도 어떻게 글을 썼는지도 모르게 허둥허둥 해낸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볼 수록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듯 하지만, 최대한 나다운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결과로 그녀는 최종 합격이라는 통지를 받는다. 하겠다 마음을 먹어서 진짜로 해낸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친다.

2. '3 가지의 큰 경험'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하나를 골라 자세히 해석해봐 ( 1 페이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

- 왜 이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인가 ?

나는 그때 하은이의 아빠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1년이 넘게 지지부진 끌어온 관계다. 더 이상 지속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느끼고 이제 더 이상 옆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고 느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안기게 되는 관계 그가 끊지 못한다면 내가 끊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결심과 함께 나는 이제 8개월 된 아이에게 하나의 부족함을 안겨줘야 하며, 그러로인해 더욱 더 강하고 튼튼한 엄마가 되주어야 한다. 내가 결심한 이상 평생을 걸쳐 2인의 역할을 하게 된다해도 나는 탓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 순간 나의 엄마가 나에게 해주었던 방패가 생각났고 이제는 내가 그 역할 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 나는 눈물이 났다. 지금껏 세월동안 한결같이 나를 지탱해준 나의 엄마가 가슴 시리도록 다가왔다. 이제는 내가 그런 엄마가 되어 주어야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은 밤이다.

- 이 사건은 내게 무엇을 알게 했는가 ?

지금껏 도망쳐온 현실에 나를 던져 주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온실 속에서 제멋대로 자라온 나를 차디찬 현실에 던져 넣어야 했다. 나는 남들이 가진 한 가지를 평생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 가장 강력한 기질 1개

뻔뻔스런 자신감

고등학교 때 꿈은 신부가 되는 거였다. 빨리 시집가서 예쁜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커다란 재미 같은 거 없이 어느 날 남편의 모습에 사랑을 느끼고, 아이들의 백점짜리 시험지에 기뻐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대학에는 뜻도 없었다. 재수를 시작해서 교대에 가지 못하고 그저 학교에 들어가면서 1학년 교직이수도 실패했지만, 그래도 나는 믿었다. 세상 어딘가에 내가 즐겨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나는 언제나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음을. 내가 마음이 동하기만 한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하은이 아빠와 헤어져 혼자가 될 때에도 별 걱정 하지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살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 있었다. 변경연 연구원에 처음 지원할 때에도 그랬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커리큘럼 힘들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쓸만한 재능 2개

낙천주의.

혼자 아이를 데리고. 당시 나는 대학교를 미처 졸업하지 못한 학생 강사였다. 한 순간의 결정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이처럼 현실적일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나의 성깔머리가 이 상황을 버텨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미 벌어질 일이라면 그래 당당하게 웃으며 받아보자 하는 마음이 나에겐 있었다. 웃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언젠가 끝날 관계 차라리 빨리 끝난 것이 마음이 후련할 수 있다. 차리라 죽어 없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끝날 일이다. 웃자 웃고 시작해보자. 나는 아직 젋고 나는 아직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나느 평생을 혼자 전구를 갈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댁걱정은 다 큰 어린아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그와 헤어진 그날 나는 엄마, 아빠와 아무렇지 않은 드라이브를 했고, 그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수업을 했다. 이미 끝난 일이다. 웃는게 상책이다.

타고난 실천력.

할까 말까 생각이 들 때에는 그냥 해보고 후회하자.

할 수 밖에 없다고 느꼈다. 내가 끝내지 않으면 아무도 이 상황을 끝내지 못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도 나의 부모도 아무도 이 상황을 끝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끝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이 상황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끝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내가 더 이상 현실과 타협하고 앉아 있지 못하리란 사실도 알고 있다. 어떻게든 벌어질 일이다. 결과는 그리 흘러갈 것이다. 나는 그 순간에 이미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는 그와 커피숍에 앉아 이별을 했다

..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3줄의 정의

상황이 닥쳐오려 한다면 나는 막지 못할 수 있다. 걱정은 때론 아무런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 닥쳐올 일이라면 차라리 웃자. 그 일을 맞닥뜨리면 어딘가에서 방법이 나오게 마련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웃는 일 뿐이다. 지금 웃지 않으면 나중에도 웃지 못한다.

3.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대라는 세계의 미래에 대하여 꿈을 꿔라 ( 1 페이지)

..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최종적으로는 강연자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서 강연을 하게 될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잔잔한 강연을 하기 보다는 열정적인 강연을 하고 싶다. 강연이라는 것은 원래 그렇다. 누군가는 편안하게 기대어 듣게 마련이고, 누군가는 몸을 바짝 당겨앉아 듣기 마련이다. 나는 최대한 청중과 같이 호흡하는 강연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는 수업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수업하는 시간은 많은 점에서 몰두하게 한다 .

..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강연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누군가 써주기는 하겠는가. 다행히 야간학교 경력과 진주에서의 짧은 학원강사 경력이 지금 아이들의 옆에 있게 했다. 현재는 아주 먼 일을 보고 있지는 않는다. 10년 20년 후까지는 생각해볼 여력도 되지 않았고, 그만한 것을 발견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는 그저 사회에서 시작한 경력을 수학으로 바꾸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지금도 나는 떠드는 사람이고 나중에도 나는 떠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경력을 바꾸는 일 뿐이다. 그것이 나에게 최대의 이득을 가져다 주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의 나의 좁은 시점에서 볼 때에는.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의 저자 스티븐 도나휴는 말했다. 자신은 강연자가 어울리는 사람이어서 담배와 상관 없음에도 금연강연도 해 보았다고. 나도 어떤 의미에서는 강연을 하고 있다. 이것이 시작이라 생각한다.

.. 나의 첫 책은 그렇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다루게 될까 ?

첫 책이 나에게는 현재 지상최대 과제다. 이거 쓰고 나면 축하금으로 엄마 60에 유럽여형 한번 가기로 해서 반드시 써야 하는데 아무런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면 너무 많이 떠올라서 깊이가 없다. 싱글맘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기에는 나는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는 사람이 아니며 너무 축복받은 가정을 가지고 있다. 격동의 청소년기를 쓰기에는 나는 너무 적당히 놀았고, 또 너무 축복받은 가정을 가지고 있다. 이 나이게 되도록 한 가지 일에 집중한 적이 별로 없기에 사부님의 말씀대로 깊이 있는 책을 쓰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현재로써는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아마도 내 자신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떻게 인생의 굴곡을 넘기며 살아왔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이것에 대해서는 아마 깨달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은이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할 필요가 있어서 이런 과정도 지원하게 되었다. 나는 진정으로 내 삶을 사랑하고 싶고, 지금 나는 그 시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 나에게 주제를 가져다 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어렵도 먼 진리가 얼마나 우리의 생활 깊이 침투해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내가 쓴 칼럼 중에서 손톱에 대한 글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이것은 어느 날 화장실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생각해 낸 것이다. 일상은 이렇듯 볼 수만 있다면 많은 깨달음을 내포하고 있고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은 자신이 느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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