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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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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2일 12시 42분 등록

Ⅰ. 3가지의 큰 경험

1. Le Bal des voleurs (도적들의 무도회)

 불문학과에 입학한 나는 불어 알파벳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갔기 때문에 원어민 교수가 직접 지도한다는 과 동아리 원어 연극부에 들어가게 된다. 소심한 성격을 가진 나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지만, 신입생인데 뭐 얼마나 큰 역할이 주어지겠어 하는 생각으로 불어나 좀 익혀볼까 하는 마음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교수님이 선택한 연극은 거의 모두가 주인공인 연극이었고 거기다 배역을 정할 때 자리에 없었던 나에게 주어진 배역은 제발 이것만 아니었으면 하는 배역이었다.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한다고 했다가는 선배들의 눈총에 대학생활이 괴로울 것 같아 연습에 들어가긴 했는데, 그 배역이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발랄함을 가진, 도둑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 도대체 이걸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대본을 외우고 있다는데 스스로를 위안하며 말 그대로 ‘발연기’를 하면서 연습 시간을 보내게 된다. 브로셔를 만들고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서 정말 올리긴 올리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연극이 1회 공연이 아니라 2회 공연이라는 사실이 나를 경악하게 했다. 공연당일 말할 수 없이 심장이 요동치긴 했지만 이젠 도망갈 수도 없다. 막이 오르고 깜깜한 객석이 보이고 연극이 시작된다. 나를 비추는 조명 아래서 어설프지만 발랄한 줄리엣이 된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무대에 섰던, 객석의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했던 그 순간은 더 이상 남 앞에 나서기 두려워하는 내가 아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자 역할을 할 사람이 모자라 내 상대역할을 여자선배가 맡아서 했다는 것. 누가 알겠는가? 남자였다면 연극내용처럼 사랑에 빠졌을지...

2. 뇌종양 수술

 한 달 정도 편두통이 너무 심했다. 논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내과에 가니 CT를 찍어오란다. 의사가 나의 CT를 보더니 놀라면서 지금 당장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뇌종양인 것 같다면서. 뇌종양은 서울대가 잘하니 본인이 직접 외래 진료를 잡아주겠다고 하며 바로 다음날로 예약을 잡아준다. 다음날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갔고, 바로 그날 입원수속을 밟고 일주일 후 수술을 하게 되었다. 처음 뇌종양이라는 소리는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수술 전날에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 다행히 신부님한테 병자성사도 받았고. 간호사가 머리를 밀러 내려가라고 말했을 때 마침 친구들이 와있어 함께 미장원으로 갔다. 군대 가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면도까지 해가면서 빡빡 미니 기분이 묘하다. 다들 내 두상이 예쁘단다. 내가 봐도 나쁘지 않다. 다음날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편했다. 눈을 뜨니 중환자실. 거기서 이틀을 보내고 일반병실로 올라갔다. 입원에서 퇴원까지는 보름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도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스스로 놀랐던 건 뇌종양이란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한 순간도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은 일에 집착해도 오히려 큰일에는 놀라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전에는 몰랐던 나의 긍정적인 면을 새롭게 발견한 사건이었다.

3.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 7기 연구원이 되다.

 연구원 모집 공고가 떴다. 작년보다는 조금 이른 공고였다. 두 번째 도전이니 만큼 꼭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작년보다 더 크다. 작년에는 마감 당일 날 서류를 사부님 댁 우편함에 직접 가서 넣고 왔는데 올해는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등기로 보낼 수 있었다. 1차 합격자 발표가 나고 2차 레이스가 시작된다. 역시 다들 실력들이 만만치 않다. 4주가 지나고 사부님이 몇몇 분의 글에 댓글로 2차 통과를 알리신다. 아... 이번에도 떨어진 건가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공지사항에 내 이름이 보인다. 앗싸~ 나도 면접여행을 가는구나. 면접여행 당일 나는 사부님과 동승하게 된다. 그것으로도 마음에 부담이 됐는데 가는 도중에 차 안에서 면접을 보시겠단다. 면접이 끝났고 긴장된 탓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계속 남아 있다. 그날 저녁 사부님이 숙소로 가시는데 따라 나가 면접 때 못할 말이 있다면서 버벅거리며 겨우 몇 마디의 말을 했다. 하고 나서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 긴장의 상태에서 면접여행이 끝났다. 올해는 꼭 돼야 하는데... 다음날 훈 오빠의 문자로 7기 연구원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디어 나도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이 된 것이다.

Ⅱ. 가장 중요한 장면 하나 - 뇌종양 수술

* 왜 이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인가?

 뇌종양이란 병명을 듣는 순간부터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입원을 하고, 수술 날짜를 받고나서도 수술이 잘못 되면 어쩌지와 같은 생각조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나는 수술을 받을 때까지도 마음이 불안에 요동치는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작은 일에도 불안해하던 나에게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때는 왠지 모르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8시간이 넘는 대 수술도 잘 견딜 수 있었고, 빨리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병 온 사람들도 나의 밝은 모습에 놀랄 정도였다. 내 안에 긍정성이 이처럼 많이 차지하고 있는지 전에는 몰랐었다.

 뇌종양이란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나오면서 내가 처음으로 전화한 곳은 가족이 아닌 바로 다음 날 자원봉사가기로 했던 센터였다. 내가 빠지게 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므로 빨리 내 상황을 알려서 그곳에서 대처할 수 있게 말이다. 또한 다음날 병원에 가서도 입원실이 없어 휴게실에 앉아 있으면서 한 일은 학교 수업에서 내가 발표할 부분을 발표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화를 하며 양해를 구하고, 또 다른 자원 봉사 가기로 했던 센터에 연락을 하고, 성당에서 봉사하기로 했던 것도 못하게 되었다며 사람 구하려면 힘들텐데 라고 전화를 하였다. 생각해보면 경황이 없을 법도 한데 내가 맡은 부분에 대해서 상황을 수습하고자 한 것이다. 스스로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책임이라는 강점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 이 사건은 내게 무엇을 알게 했는가? 

- 가장 강력한 기질 1개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긍정성.   

- 쓸 만한 재능 2개 

·책임감 - 어떤 상황에서도 맡은 일은 마무리 지려고 하는 것.

·꾸준함 - 어떤 일이든 일단 한번 시작하면 출석은 거의 100%에 가깝게 해낸다. 한 예 로 몇 년 전 1년이 조금 넘게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처음 6개월은 1주일에 두 번, 그 다음은 1주일에 한번 다녔는데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3줄의 정의

나에게 주어진 상황은 갑자기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은 바꿀 수 있고, 그 시선에 따라 나는 행동할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을 놓지 않고 내가 나를 둘러싼 환경의 주인이 된다면 세상은 내 앞에 활짝 열릴 것이다.

Ⅲ.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대라는 세계의 미래에 대하여 꿈을 꿔라.

1.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지금은 평생 직업인 시대이다. 거기다 앞으로는 10명 중 7명이 100세인 시대가 온다. 이 처럼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앞으로는 인생 전반기를 거쳐 전직을 평균 2~3번 정도는 하 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사람들의 제2의 진로를 설정 해주는 커리어 컨설턴트 전문가가 되고 싶다.

2.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2012.12
우선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프로젝트에 스텝으로 참여 한다. 나에게 주어지는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가고, 상담을 해가면서 나에게 필 요한 역량들을 채워나간다. 동시에 연구원 과정을 충실히 따라간다.

2013.1 ~ 2014.12
더 이상 스텝이 아닌 junior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직접 짠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글쓰기와 책읽기는 꾸준히 병행한다.

3. 나의 첫 책은 그렇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다루게 될까?

 커리어 컨설턴트 전문가가 되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도 하게 된다. 나는 소심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남보다 뒤처지고 있고, 남보다 못 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이끌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이런 내가 나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사람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진로 를 컨설팅 해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눈다.

 첫 번째 부분은 나의 열등감의 근원지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과거에 있었던 중요 사건을 통해서 그 원인을 하나하나 밝혀 나가는 것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겪게 되었던 내면적인 갈등과 그것이 현재의 내 모습에 어떤 방식으로 투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풀어낸다.

 두 번째 부분은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과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을 다룬다. 내가 참여했던 여러 활동 과정에서 알게 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내 자신이었다는 것, 새롭게 발견한 나의 강점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얻은 지지들 이 모든 것을 통해서 새롭게 재탄생하는 나를 보여준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단계를 만들어서 어딘가에 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에 앞서 스스로 실행해 볼 수 있도록 제시해준다.

 세 번째 부분은 열등감을 극복한 내가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당당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 여 준다. 컨설팅 해주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람과 특히 과거의 내 모습과 비슷한 사람들에겐 더욱 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컨설팅 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 첫 강의 등에 관해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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