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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9일 05시 56분 등록
응애 74 - 마케팅

 사업이 망했다. 지난 1년 10개월 동안 아등바등, 온 저자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빈약한 밑천을 가지고 어디 가져다 쓸만한 판자데기는 없는지...새끼줄 끝에 딸려 나오는 먹을거리는 없는지...부지런히 발품 팔고 머리품 팔며 무엇이든 긁어모았다. 제법 형태가 보일 것 같은 순간, 잠깐 여행을 다녀왔다. 바로 이 순간 쓰나미가 덮쳐왔고 그동안 무언가 해보겠다고 쌓아놓았던 나의 전 재산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 사람들은 “새로 시작해보세요”라고 충고를 겸한 새 방향을 제시했지만 나는 이미 나의 모든 힘을 다 써버렸기에 더 이상 무엇을 더 주워 올릴 것이 없었다. 

그리고 긴 침묵, 그동안 내가 들인 시간과 열정과 사람에 대한 의리가 아까워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을 만나기가 싫었다. 그러나 후반생은 예절바르게, 착하게 살자고 맹세를 한터이라 혼자서 새겼다. 당당히 내 꿈들을 펼치고 비상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무거웠나보다. 인생에서 나중은 없다고 지금 최선의 고백을 하라고 이 시대의 소리꾼은 노래를 부르지만 나는 아무래도 지금, 아프니까 청춘인 것 같다.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나의 등불이 되어주는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잠 못이루어 새벽빛을 맞이하는 시간에 김수영의 시를 읽어본다. 동쪽 하늘은 화려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눈동자가 크고 까만 시인은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아아~ 마케팅~  

마케팅 

비닐, 파리통,
그리고 또 무엇이던가
아무튼 구질구레한 생활필수품
오 주사기
2cc짜리 국산 슈빙지
그리고 또 무엇이던가?
오이, 고춧가루, 후춧가루는 너무나 창피하니까
그만두고라도
그중에 좀 점잖은 품목으로 또 있었는데
아이구 무어던가?
오 도배지 천장지, 다색 백색 청색의 모란꽂이
다색의 주색위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천장지
아니 그건 천장지가 아냐 (벽지지!)
천장지는 푸른 바탕에
아니 흰 바탕에
엇갈린 벽돌처럼 빌딩 창문처럼
바로 그런 무늬겠다.
아냐 틀렸다
벽지가 아니라
아냐 틀렸다
그건 천장지가 아니라
벽지이겠다
더 사오라는 건 벽지이겠다
그러니까 모란이다 모란이다 모란 모란......
그리고 또 하나 있는 것 같다
주요한 본론이 네 개는 있었다
비닐, 파리통, 도배지.......?
주요한 본론이 4항목은 있는 거 같다
4항목 4항목 4항목........(면도날!) 

- 1962년 5월 30일 시인 김수영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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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2011.07.19 09:57:47 *.104.207.204


샘 .................  ..... ...... ....................... ..

커피 사드릴까요?
초컬릿 좋아하신다 하던데..?
아님..꽃 담아 향기는 기막히다는 ..국화주..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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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1 13:55:07 *.67.223.154
나의 우렁각시.... 그대여~
서울 안와요?
한강물에 발담그고.....모밀국수 먹고.....하니샘하고 아이스케키 물고.... 좀 걸어보십시다.
도대체 정리가 안되는 이눔의 인생을 좀 어찌 헤쳐모아!.... 정리쫌 해줘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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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서소녀까지^^
2011.07.19 22:48:40 *.149.230.62
Great !!  잘 하셨어요 ^^
오늘 같은 날은 혼자 이셨던 것이 오히려 위로가 되셨을것 같기도 해용 ~
다.. 살게 되어있다는 말.. 그리 위로는 되지 않아도 ..여튼.. 내 모양새대로 또 살아낼거니까요..
샘의 감성이 이제는 소녀시대.. 로 접어드시는 것 같아서.. 답글 읽는 새 제가 오히려 순해 졌어요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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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범
2011.07.19 21:39:18 *.67.223.154
응,
국화주로 한드럼 ........
오늘은 좀 울고싶어서 신세계 옥상엘 올라갔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어오던지...그만  눈물이 콱 막히더군요. 뭐 살다보면 이런날, 저런날이 있지요.  눈물젖은 빵을 모르면 살아도 사는게 아니잖아요?
나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어서  짜짱면 먹었어요. 그리고 명동 국립극장 앞에서  길따란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줬어요. 내가 나에게.......울지말고 씩씩하게 살아 나가라고.....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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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범
2011.07.25 22:52:01 *.113.130.40
삼행시
마.....마, 치아뿌라
케....케삿드만.
팅.....팅팅 부은 볼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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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30 19:15:38 *.129.50.3
좌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버린 거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커다란 문제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어요. 겁쟁이가 되어버려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고 머리속에 떠오른 그말로 말해도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죄송합니다. 외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침묵해서 죄송합니다.
생각이 콱 막혀버려서 정말이지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도 열정도 애정도 모두 바닥이었기에, 지쳤다는 오라를 내는 변명쟁이가 되어 버려서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를 힘들게 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버린 거 아닙니다.
외롭게해서, 힘들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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