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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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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4일 23시 58분 등록

신이 되고 싶나요?


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있다면 왜 신이 되고 싶었는지 그 이유가 생각이 나나요?
아마 그건 우리가 신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전지전능함 때문이 아닐까요? 무엇이든지 자신의 뜻대로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진 전지전능함. 그런 능력이 있는 자. 그렇기에 신이 되고 싶었던 거죠. 아마 그런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신이 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어떤 일이 닥쳐와도 무섭지 않고, 나의 앞에 펼쳐진 일들이 모두 행복한 일들로 뿅뿅 변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능력, 당신은 바래본 적이 없나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 아직 신이 되어 본 적이 없답니다. 당신은 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요? 저처럼 불행하게도 신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한 편 소개할까 합니다. 불운하다고 외치던 인생을 살다가 신이 되어 본 사내의 이야기인데 한 번 쯤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몰라요.

톰 새디악 감독의 2003년 작 <브루스 올마이티>입니다. 짐 캐리, 모건 프리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을 맡은 영화였죠.

영화의 주인공은 지방 방송국의 뉴스 리포터인 브루스입니다. 그는 항상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재치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일을 하지만 자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별볼일없는 취재거리가 늘 불만인 사람이죠.

어느 날 그는 엄청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기회는 라이벌에게 돌아가고 말죠. 설상가상이라고 여러 악재가 겹친 그 엉망진창인 하루의 끝에서 브루스는 신에게 폭언을 퍼붓는 답니다. 하늘을 향해서 삿대질가지 해가면서 말이죠. 상상이 되지 않나요?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신에게 무시무시한 말들을 퍼붓는 장면이. 그리고 꼭 같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에게 말을 하는 우리네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요? 저는 그런 경험이 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그 결과 그는 신을 만나게 되어서 신이 되게 됩니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경험인가요? 신이 된다니요. 당신은 신이 되면 어떤 일을 먼저 해보고 싶나요? 전 먼저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요. 예쁜 날개를 만들어 달아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브루스는 먼저 토마토스프를 갈라본답니다. 모세의 바다처럼요. 이제 그는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지요.

영화란 늘 그렇듯이 그런 존재가 되고도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겠죠? 이 영화 역시 브루스에게도 시련은 닥치고 힘들어 하고 괴로워하지만 결국은 행복해진다는 결말을 가지고 있답니다. 우리는 영화이야기를 세세하게 할 것은 아니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마 찾아보셔도 좋을 듯 해요.

우리는 이 영화의 한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답니다. 브루스가 신의 업무라 생각되는 기도를 처리하는 장면이지요. 신의 전능을 만끽하던 브루스는 사람들의 기도가 밀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요. 신이 된 자신이 처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으니 이건 당연한 결과겠죠? 기도를 서류로 정리하자 방이 온통 캐비넷으로 가득하고 포스트 잇으로 정리하자 노란 종이들만 수북하죠. 결국 그는 모든 업무를 대신하는 컴퓨터를 이용한답니다. 하지만 전 세계인들의 기도는 너무 많고, 그는 모든 기도를 “YES"라고 응답하게 되지요.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모두가 행복해 졌을까요? 대답은 ”NO"입니다. 주식값은 모두 함께 뛰게 되고, 로또 당첨자는 겨우 17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죠. 이제 브루스는 지칠 대로 지치게 되요. 그가 신을 찾아간 이 장면이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에게 답을 주는 장면입니다. 그 둘의 대화를 들어보죠.


브루스 : 사람들이 원했던 걸 모조리 들어줬어요.
신 :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나 알고서 소원을 비는 걸까?
브루스 :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신 :       스프를 가르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단순한 속임수 일 뿐이야. 브루스
            두 가지 일로 허덕이는 미혼모가 아이를 축구 수업에 보내려고 없는 시간을 짜내는 것. 그게 기적이야.
            10대가 마약 대신 학업에 열중하는 것. 그게 기적이야. 
            사람들은 기적의 능력을 갖고서도 나한테 소원을 빌어.
            기적을 보고 싶나? 자네 스스로 만들어 봐.


어떤가요? 너무 뻔한 장면이라서 실망했나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기도가 전부 다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알게 되지 않았나요? 우리의 기도가 모두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세상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영화에서는 로또 당첨금에 흥분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한답니다. 당첨이라고 환호한 순간의 상금이 고작 20000원 이라면 우리도 흥분하지 않을까요? 그때 우리는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죠. “신은 뭐하는 거야?” 그래도 한 편으로는 다행이지 않은가요? 모든 악재가 겹치는 순간 중얼거린 “더 할 수 있으면 해봐.”라는 우리의 기도도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신은 흔히 기적을 행하는 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지전능함이란 기적까지도 가능한 존재니까요. 여러분들이 각자 생각하고 있는 기적들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기적이라면 우리도 행할 수 있는 자신이 생기지 않나요? 아니, 이미 행해 놓은 기적들이 많지 않나요?

저의 경우를 보자면 저는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것부터가 기적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그러셨거든요 “산모한테 밥을 먹지 마랄수도 없고... 운동 열심히 하셔야 되요.” 간호사들도 재차 확인했죠. “선생님께서 낳을 수 있다고 하신 거 맞죠?” 아이는 작았지만 저 역시도 작았거든요.

결국은 자신의 능력에서 위안을 찾는 이런 뻔한 결론으로 돌아오게 되어 버리는 군요.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말 안해도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결론. 하지만 그래도 “신은 좋겠다.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어서.”라는 결론 보다는 좋지 않나요? 적어도 우리는 신과 유사하게라도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게 우리가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기적이라도 말이지요. 실제로 제가 말한 기적도 세상 여자 거의 다 하는 애낳기 잖아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는 기적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내가 보는 다른 사람의 행위가 기적처럼 보이듯이 말이예요. 어쩌면 우리는 플라톤의 분여이론*처럼 완전하지는 않지만 미약하게나마 신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죠. (물론 플라톤은 자신의 분여이론에 신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답니다. 당시에는 아마 그런 단어가 없었을 거예요.)

영화의 엔딩 장면을 기억하며 끝을 맺어 볼까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브루스는 다시금 리포터를 하며 사람들과 호흡하죠. 그가 모두와 함께 외치는 그 말을 우리도 한 번 외쳐 봐요.

“Be the miracle"




* 분여이론 - 만일 이데아가 어떤 사물안에 완전하게 들어 있다면, 그 사물은 이데아처럼 완전하고 영원불변할 것이다. 그리고 사물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나 말도 완전하고 영원불변한 지식 곧 진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사물들 안에는 이데아가 단지 부분적으로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은 불완전하여 항상 변한다. 그리고 사물들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나 말도 완전하고 영원불변한 진리가 아니다.

IP *.23.18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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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7.25 01:29:48 *.111.51.110

짱좋다! 루미야~
나에게 말하듯이 독자를 떠올리며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것도 좋고,
영화 이야기도 좋고, 어려운 용어는 해설까지 붙여주는 센스! 와~
몇날 몇칠을 쓰고 고쳤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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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7.26 09:18:23 *.23.188.173
아침부터 오라버니의 칭찬을 보니 입이 헤벌쭉~~~
흠흠 ~ 좋은데요~ㅋ
나름대로 김용규선생님의 수사법을 따라해보고자 했다는~ㅋㅋㅋㅋㅋ
티나지 않는 나 혼자만의 시도랄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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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5 09:49:08 *.45.10.22
나도 양갱오빠와 동감~! 
Be the miracle ^^ 
가슴이 꽉 차오르는 그런 기분이네 고마워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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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7.26 09:20:49 *.23.188.173
언니에게 그런 기분을 드렸다니 제가 좋아용~
오호홍~~~~
오늘은 아름다운 날~~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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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5 10:21:44 *.124.233.1
나도 이 영화 봤던 기억이 난다.
정말 삶 자체가 기적인데도 우리는 늘 불행해 하며 살아간다. 
이루미는 아마도 신성을 많이 부여 받은 사람일꺼야.
나도 좀 나눠주라. ㅋㅋ ^^

나는 이 글, '손톱'에 필적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乃

비슷한 장면을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댄 중위 한테서 본적이 있었지
새우잡이 어선 위 비바람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댄 중위는 자신의 불운함에 대해
하늘을 향해, 그리고 신을 향해 저주를 퍼 붓지.
그리고 종국에는 신과 화해를 하게 되구.

이태리에서 단순하게 사는 법 특강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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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7.26 09:23:02 *.23.188.173
나는 그 영화는 생각을 못했네요
댄 중위..... 기억나요.....
아마 영화는 좋아하는 거라 좀 편하게 얘기가 나왔나봐요^^

특강이랄거 있나요~ㅋ
일주일 같이 있다보면 느낄 걸요~
쟨 정말 단순하구나~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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