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 조회 수 252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우리가 지속해야 할 것 |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된다는 제가 떠나온 그 도시와 다르게 이곳은 서늘합니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십 여 년 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소설을 써 왔고 어느덧 60중반이 넘은 그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에 펴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가 소설가 일 수 있었고 현재도 계속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을 위한 달리기와 매일 일정시간,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하는 지속력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여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바르셀로나의 한인 분과 루마니아에서 온 분, 또 영국에서 온 분, 그리고 이곳 현지인의 하루를 지켜 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저는 이분들과 각각 나눈 이야기 중 무엇을 지속하며 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의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을 그분들과 헤어진 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여행을 계속하고자 하는 동기도 결국은 이 의구심에 명쾌한 대답을 원해서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력은 한순간에 우리에게 구체성을 띄지 않습니다. 오직 지속의 실행력, 시간이 태산이 되어 천둥 같은 울림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지니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떠나와 보면 잘 알게 됩니다. 기실 우리가 지속해야할 것이 그리 복잡하지 않으며 아주 간명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런데 그 간명한 것을 믿지 못해 종종, 때로는 평생을 가야할 길을 잃고 헤메다 생을 마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 여름, 모쪼록 그동안 지속해 온 것을 폄하하지 말고 그 가치를 인정, 자부심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지속한 '동안'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함께한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건강한 하루를 맞을 수 있기를, 숙소 옆의 성당에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이 도시의 말간 아침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는 스스로 무엇을 지속해야 하는 지를 잘 아는 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의 여정과 닮은 듯 ‘길위의 생’이라는 말을 내내 떠 올리며 걷고 또 걷습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76 | 정예서/ 좌절된 갈망 | 효우 | 2015.10.21 | 2366 |
675 | 정예서/ 지방엄마의 유쾌한 가족혁명 | 효우 | 2015.12.09 | 2386 |
674 | 정예서/ 스스로를 믿는 힘 | 효우 | 2016.06.29 | 2406 |
673 | 정예서/ 버럭하는 부모에게 | 효우 | 2016.04.27 | 2439 |
672 | 정예서/시간의 가치 | 효우 | 2016.02.03 | 2441 |
671 | 정예서/ 낙타, 사자, 아이, 그리고 초인이 되어 | 효우 | 2016.10.19 | 2452 |
670 | 참꿈과 가꿈을 구별하라 | 효우 | 2016.05.18 | 2457 |
669 | 정예서/절해고도,봄편지 | 효우 | 2016.04.06 | 2459 |
668 | 정예서/ 집단 무기력 | 효우 | 2016.11.23 | 2461 |
667 | 정예서/ 쪽파 다듬는 남자 | 효우 | 2017.09.14 | 2463 |
666 | 정예서/ 시간의 가치 | 효우 | 2017.08.17 | 2470 |
665 | 정예서/ 거인을 깨우는 도구 | 효우 | 2016.05.11 | 2473 |
664 | 디톡스 다이어리 16 - ‘엄마’라는 가면 | 김미영 | 2017.05.14 | 2483 |
663 | 정예서/ 상황속의 리더 | 효우 | 2018.02.21 | 2485 |
662 | 내 삶의 물음표, 느낌표, 그리고 쉼표(1기 오병곤) | 차칸양 | 2018.04.06 | 2486 |
661 | 정예서/ 타고난대로 꽃피게 하라 | 효우 | 2016.05.04 | 2489 |
660 | 새로운 인사 [2] | 뫼르소 | 2015.11.19 | 2490 |
659 | 정예서/새 대통령을 맞으며 [1] | 효우 | 2017.05.10 | 2490 |
658 | 디톡스 다이어리 17 - 포스트 디톡스 | 김미영 | 2017.05.15 | 2490 |
657 | 정예서/절연과 집중 | 효우 | 2016.10.12 | 24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