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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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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5일 21시 38분 등록


***


대사증후군은 뇌졸중의 위험인자인 복부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위험요인이 한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생활 습관병이다.

혈압, 공복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복부 둘레, 체성분 검사 결과에 따른 상담을 받았다.

운동, 영양, 생활습관 등의 안내를 받고 터빙 밴드, 손톱깎이, 지우개도 선물로 받았다.

디톡스 프로그램 덕분에 신청했는데, 1년에 1회 무료 예약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근육은 부족하고 지방은 과다라서 운동 처방을 내렸다. 술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맛있는 음식은 죄다 안주다. 술 없이 안주만 먹기엔 진심 우울하다.

주량을 줄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건 진짜 너무 힘들다. 가끔 끊으면 몰라도.

마시면 취하고 취하면 달린다. 이 패턴의 횟수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그건 가능하니까.


왜 알코올 패턴이 생겼을까?

아빠를 닮아서 간이 건강한 탓일까?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잘 마신다.

횟수가 잦아졌고 그러다 습관이 되었고 익숙한 식생활로 자리 잡았다.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가능하다 보니 주변에 비슷한 이들이 꼬였다. 자석도 아닌데 당긴다.


결혼은 패턴 반복이 자연스러웠다. 애들 아빠는 매일 술을 마시는 남자였으니까.

그 친구들 곁에는 더한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물론 점점 사라져가기는 했지만.

결혼을 정리했더니 모든 인간관계가 정리되었다. 어찌나 신기한지 놀라울 따름이다.

덕분에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이들과 만나게 되었다. 바로 밥 먹고 차 마시는 사람들.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친구들은 밥집에 다니고 카페에 갔다. 다른 낯선 세상이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카페엔 다니지 않았고, 술집에 다니니 밥집엔 다니지 않았다.

우주에 그렇게 많은 카페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밥집에선 밥만 먹는다는 것도 알았다.

술이랑 점점 거리가 생겼다. 신기하고 재밌는 새로운 우주가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왜 술을 좋아할까?

낯가림 때문에 말이 별로 없다가도 술만 마시면 수다쟁이로 돌변해서 엄청 떠든다.

편한 이들과 떠들면서 정리되는 것도 있고, 스스로 표현하는 시간이다. 중독 맞다.

새로운 유전자를 만나면서 알게 된 건,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 대화 중독이라는 것이다.


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대화가 필요했다.

카페에 앉아서 몇 시간씩 떠드는 나를 보고 놀라면서 알게 되었다. 술 없이도 가능했다.

상대가 누구냐가 중요한 거였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결혼을 정리한 건 도무지 후회할 새가 없다.


**


혈압이 낮다. 저혈압은 아니지만 어지러움이 가끔 있고, 사우나 같은 곳은 금방 나온다.

조금 앉아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힘들고 멍해서 오래 있기가 어렵다.

몸 쓰는 일을 하면 금방 지쳐서 사렸더니 그새 습관이 되었다. 게으름뱅이다.

갱년기 무기력까지 더해서 꼴불견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체력이 조금씩 회복된 듯했는데, 집에선 도돌이표다.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은 대책 없이 수시로 우울을 선사한다. 당혹스럽다.

최대한 피하고 줄이고 생략했더니 대충 막살아가는 어리바리가 따로 없다.

디톡스 프로그램 덕분에 장보고 채소를 씻고 손질하고 식단을 짜면서 회복 중이다.


채소, 과일을 이렇게 많이 먹어본 적이 없다. 모르고 살아온 게 용할 지경이다.

내 몸이 깨끗하게 씻기는 기분이 들어서 개운하고 상쾌하다. 감사한 일이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부지런히 챙겨서 마시고 비우느라 바쁘다.

보건소에서 받아온 기구로 운동하고 명상도 했다. 일주일 만에 제대로 했나 보다.


장보고 씻고 먹고 정리하고, 이 별것도 아닌 걸 했더니 아무 생각이 없다.

하루가 그냥 화살처럼 슝하고 지나간다. 허무하다고 느낄 새도 없이 졸리다.

먹는 게 뭔지, 어쩌다가 풍족하게 되어서 먹는 공부까지 해아만 하는지 아이러니다.

기억은 믿지 못하지만, 몸은 기억하니까. 내 몸이 지금의 선물을 기억하면 좋겠다.


*


1:30 토마토, 당근, 가지, 오렌지, 바나나, 피망, 아몬드, 호두.


안 먹던 재료를 챙기느라 시간이 걸린다. 큰 접시에 가지각색의 채소와 과일을 썰어 놓으며 미소 지었다. 먹기 전에 눈으로 코로 손으로 영양분을 흠뻑 소화하느라 그랬다. 카카오 물 마시는 것도 일이다. 무첨가 두유는 여전히 일이고. 그래도 꼭 필요하니까 챙긴다.


6:30 토마토, 오이, 현미밥, 훈제오리, 상추, 된장국. (다시마, 감자, 버섯, 호박, 콩나물, 두부, 양파, 마늘)


압력밥솥이 시끄러워지자 큰딸이 훈제오리를 구웠다. 2점만 쌈을 싸서 먹겠다고 가져다가 쌈을 하나 싸서 씹는 순간, 가스 불을 다시 켰다. 육식동물로 변신하느라 기절할 뻔했다. 이 짭조름한 단백질이라니. 현미밥은 달았다. 단짠의 황홀한 궁합이었다. 디톡스의 힘인가. 술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된장국 건더기도 1그릇을 더 먹었다. 살찌겠다. 으하하하.


큰딸은 어제도 생일이더니 내일도 생일이란다.

이 주일째 생일이다.

20대의 생일은 길고도 요란하다.

난리도 아니다.


아, 어린이날 기념으로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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