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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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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1일 21시 26분 등록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와 함께 네팔 3대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랑탕 계곡은 카트만두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카트만두와 가장 가까우면서 장엄한 히말라야의 설산뿐만 아니라 울창한 산림과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서 네팔에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1만 년 동안 쌓인 눈이 얼음의 강이 되어 흐르는 곳, 해발 8천m를 넘지 못하면 ‘산’이 아닌 ‘고개’가 되는 곳,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의 랑탕 리웅 높이는 7,234m다.

5천~7천m 사이의 만년설 봉우리가 25개쯤 연결된 것은 ‘랑탕 파노라마’라 불린다.

우리가 오른 곳은 7천m가 넘는 랑탕 리웅을 볼 수 있는 ‘체르코리(5천m)’다.


거대한 코끼리의 네 다리 중 왼쪽 뒷다리 뒤꿈치쯤 보았을 것이다. 엉덩이였을까? 아님, 코?

‘웅장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규모 따위가 거.대.하고 성대하다’라고 나온다.

‘거대하다’는 ‘엄.청.나게 크다’, ‘엄청나다’는 ‘짐작이나 생각보다 정도가 아주 심하다’ 란다.

글로 표현한다면 바로 그거다. 그렇지만 표현할 수 없는 게 맞다. 정도가 몹시 지나쳤다.


내 눈으로 본 것이 다가 아니고, 다 보지도 못했고, 다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눈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그랬다. 그러다가 눈물이 나오면 흘렸다.

그곳에 다녀왔다는 게 사실이고, 그냥 그게 다다.


카트만두(1,300m) - 샤브루베시(1,400m) - 라마호텔(2,400m) - 랑탕마을(3,300m) - 캰진곰파(3,800m) - 체르코리(5,000m)

정확한 높이를 알고 싶어서 검색해도 다 다르게 나와서 거칠게 정리했다.

우리가 걸었던 랑탕 트레킹 코스다.


한라산의 2배도 넘는 곳을 다녀왔나 보다.

한라산도 오르지 않았던 내가 말이다.

카트만두에서 출발한 그 날은 1월 7일 토요일이었다.

생일은 음력인데, 첨으로 양력 생일을 축하하며 미역국을 먹었다. Happy rebirth to me~!


카트만두에서는 지프 2대로 이동했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검문소 2개를 지났다.

배낭을 하나하나 다 열어서 검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샤브루베시에 도착해서 2인실 숙소에 짐 정리하니 5시였다.

전기와 물과 와이파이는 이곳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멀미로 보조석에 앉았다. 진땀이 나서 출발부터 민폐를 끼쳤다.

멍한 채로 기막힌 자연과 황당한 도로를 따라 누군가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가 그랬다.

생각을 좀 연결하고 싶었지만, 뚝뚝 끊어졌다. 그새 다 잊었나?

이제는 다한 인연들이어서 그랬을까? 그리움이 생략된 낯섦에 당황했다.


아마도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사랑'을 사랑하고,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길, '존재'하기를 바라나 보다.

'아무나' 상관없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멀미인가?

설명할 길이 없어서 문득 서글펐다. 그 길에선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6시에 저녁을 먹고 내일부터 동행할 네팔의 여성 포터들과 인사를 나눴다.

수줍어하는 자그마한 체구의 예쁜 그녀들이 신기했다. 그들도 우리가 신기했을까?

9시에는 불이 꺼졌다. 랑탕 계곡의 물소리뿐이다.

잔뜩 껴입고 침낭에 누웠다. 아늑하지만 추웠다. 1월의 히말라야였다.


**


12:00 배, 과채 주스(토마토, 가지, 포도), 견과류(아몬드, 호두)


얼마나 됐다고, 아주 익숙하다. 과채를 주섬주섬 꺼내서 잘라 물을 넣고 믹서기에 돌린다. 그 사이에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배를 조금 먹었다. 다 갈린 과채를 천천히 마신다. 아몬드와 호두도 곁들인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이토록 낯선 식단이 자연스럽다니.


내 몸이 기억해주면 고맙겠다.


7:00 피망, 백숙 찌꺼기, 마늘, 양파, 현미밥, 된장국(버섯, 두부, 시금치, 감자)


피망을 잘라서 집어먹으면서 샤부샤부를 준비했다. 그러니까 오늘도 정말이지 백숙을 먹을 생각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아니 글쎄, 내가 젤 좋아하는 ‘먹다 남은 음식’인 백숙 찌꺼기가 냉장고에 있었다. 아이들은 조금 남았다고 마저 먹는 법이 없다. 먹을 만큼 먹으면 땡이다. 누가 가르쳤나 알 수 없다. 그래서 냉장고엔 내가 젤 좋아하는 음식이 자주 보인다.


다행히 어제 먹은 백숙으로 얼굴에 뾰루지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먹어치웠다. 아마 그걸 먹어치우지 않았다면 얼굴에 뭐가 났을지도 모른다. 뭐, 내 맘 편해지자는 소리다. 나는 정말 먹어치우는 걸 좋아한다. 얼마나 개운한지 모른다. 그릇을 싹싹 비우는 건 정말이지 세상 행복한 일이다. 물론 아이들이 닮지 않은 건 더 행복한 일이다.


*


운동은 꿈에서 했다.

오죽하면 꿈속에서 운동했을까?

그런데 무슨 운동인지는 기억에 없다.

다시 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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