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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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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2일 20시 08분 등록


***


카트만두(1,300m) - 샤브루베시(1,400m) - 라마호텔(2,400m) - 랑탕마을(3,300m) - 캰진곰파(3,800m) - 체르코리(5,000m)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베시로 이동하는데, 하루가 걸렸다.

지프는 훌륭했다. 산길이고 물길이고 진흙탕이고 자갈밭이고 어디든 뿌앙 달렸다.

가끔 포장도로가 나오면 무중력상태인가 싶었다.

‘6백만 불의 사나이’ 출연 당시의 ‘리 메이저스’를 닮은 기사님은 베테랑이었다.


기사님은 숙소에 우리를 내려놓고 되돌아갔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었다.

1월 8일, 샤브루베시에서 시작하는 랑탕 트레킹 첫날의 목적지는 ‘라마호텔’이다.

‘라마’는 티베트어로 ‘스승’을 의미하며, 산스크리트어 ‘구루’와 동일하다.

어떤 스승께서 운영한 롯지(숙소)가 유명해져서 마을 전체가 ‘라마호텔’이라고 한다.


누구한테 그렇게 화를 냈는지, 어린애한테 엄청 크게 잔소리를 바가지로 하고 꿈에서 깼다.

새벽 4시였다. 살짝 긴장했나 보다.

와이파이가 잡혀서 카톡 수신은 되는데 발신은 안 됐다.

포털에서 기사를 검색했다. 나라 걱정은 잠시 접고, 도깨비와 저승사자를 뒤졌다.


7시에 아침 먹고 8시에 출발이다. 트레킹 내내 그랬다.

출발하고 2시간 정도는 가파른 오르막이라고 했다.

13명의 포터와 차례로 인사를 나누며 뭐랄까 찡한 거북함이 있었다.

어리고 작고 여린 순박한 눈빛 속 그녀들에게 무거운 짐을 나눠야 한다는 미안함이었다.


맘 불편하고 울컥한 시간이 흐르면서 이내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이 일을 했겠지?

15살 전후로 결혼하고 아이 낳고 공부도 하고 일도 하는 여자로 살았겠지?

이 열악함 속에서 저렇게 웃었겠지?


그냥 고마워하기로 했다.

덕분에 히말라야를 오르고 대자연을 선물로 받으니까.

그저 함께 웃으며 먹고 자며 건강하게 무사히 마무리하길 기도하는 수밖에.

그리고는 그녀들을 따라 웃을 수 있었다.


13명의 한국인과 13명의 네팔인, 여자들만의 여행이 주는 강한 기운이 있다.

신기하고, 신비롭고, 사랑스럽다, 또한 감사한 일이다.

벅터 다이는 우리 팀의 청일점이다. 그의 인기는 말해서 뭐하나!

문재인 대통령 네팔 트레킹 사진에 등장하는 조각 미남이다.


오르막에 흐르는 땀은 개운했다. 발끝만 보며 스틱에 의지해서 오르고 또 올랐다.

멀리 볼수록 나아가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한발 한발 내디뎌야 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날들이 떠올랐다.

그땐 그게 그렇게도 싫었는데 어쩌면 그 덕분에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끝만 보고 스틱에 의존해서 일행에게 파묻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휴우.

짐이 되지 말아야 하는데, 민폐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 아프지 말아야지, 그랬다.

트레킹 내내 나에게 했던 말이다. 제발 잘 버텨달라고 부탁했다.

나에게도 고마웠다. 훌륭한 출발이었으니까.


트레킹 첫날, 감사함 말고는 표현할 말이 없다. 히말라야와 일행에 감사했다.


**


1:00 배, 과채 죽(토마토, 포도, 당근, 가지), 호두, 아몬드


포도가 신호를 보냈다. 적색은 멀쩡했는데, 청포도는 시들시들했다. 젤 좋아하는 음식이 ‘먹다 남은 거’고, 그거랑 비슷한 순위에 ‘버리기 직전의 음식’이 있다. 아깝다는 이유가 다다. 애들이 기겁하고 버리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몰래 먹기까지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몰래 처리했다. 양이 많아지니 물을 덜 붓게 됐고 갈았더니 죽이 되었다.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몰래 먹는 건 더 맛있다. 변태인가?


6:00 오이, 피망, 상추, 두부, 마늘, 양파, 현미밥, 나또, 시금치


안 먹던 거라서 챙기는 걸 까먹은 나또를 뜯었다. 왜 까먹고 있었는지 바로 알았다. 젓가락만 빨면서 머뭇거렸다. 비위가 좋은 거랑은 상관이 없는 지경이다. 갑자기 막 배가 불러오기도 했다. 먹긴 먹었는데 더 먹을 수가 없어서 미뤘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도 아주 잘하는 일 중 하나다. 그래서 내일, 기대를 걸어보기로 하고 잘 담아서 냉장고에 넣었다. 내가 젤 좋아하는 음식은 먹다 남긴 거니까 말이다. 물론 까먹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오늘은 설거지를 뒤로 미루고 나갈 거다. 어제, 설거지하고 나간다고 하고는 어영부영 방황하다가 늦어서 오늘로 미뤘다. 그렇게 미룬 지가 며칠 째다. 더는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매일 체크하는 ‘비움 일기장’에 표시해야 한다. 어제는 디톡스 시작하고 처음으로 12개 공란에 몽땅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운동만 체크를 못 했다. 오늘은 기필코 12개 동그라미에 도전하려고 저녁도 일찌감치 챙겼다. 2달은 지난 것 같은데 이제 2주째다. 반이나 남았다.


운동, 얘랑 진짜 친해지고 싶다.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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