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간

'선생님, 지난 구 년 간의 피로가 누적되어 몸살이 단단히 나신 거예요.

제발 꼭꼭, 쉬세요'
오늘 아침 제게 보내 온 그녀의 메일이 이렇듯 다정합니다.

 사월이 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달인지라 오월이 오면 언제나 그랬듯 좋아질 줄 알았는데 오월 내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녀야 했습니다. 항생제보다는 순한 약을 권하시는 평소 주치의를 마다하고 수소문 끝에 간 병원 의사 선생님은 일주일간 절대 침묵이라는 처방을 주셨습니다. 인후염이 심해 성대이상소견이 있다면서 말입니다.

며칠 전 세미나 때 연구원들은 목이 쉰 제목소리를 들으며 자꾸 다른 사람 같다며 불편해 했습니다. 저도 제소리가 낯선데 오죽 했을런지요.  그러나 제 열정은 늘 제가 조절 불가한 영역에 있으니 그마저도 감수 해야지요.  

독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니 두통이 심해 글이 한 줄도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몸은 좀 움직일만 해져서 며칠 챙겨주지 못했던 가족을 위한 요리를 하며, 그래도 언제나 돌아올 부엌이 있어 감사하다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피터드러커가 전한 ‘그대는 어떻게 기억 되고 싶은가’라는 구절, 지식근로자로 살 수 없다면 저는 이렇게 부엌과 마당을 오가며 산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몸이 아프니 글이 한 줄도 써지지 않는다던 스승의 목소리도 들리고 이래저래 사월에 이어 오월도 그리운 계절입니다. 그리움이 향하는 곳으로 달음질 해 가보면 어딘 가에 있을 맨발로 서 있을 그들이 아슴해, 서러운 그런 계절. 마치 침묵 피정중 인 듯 침묵하니 말하며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입니다.

저는 곧 나아질 예정입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제자가 보냈던 그 편지처럼 피로가 누적되어서라니요. 그리고 막 시작한 새 원고를 쓰며 건강 박사가 되어 보려구요, 연구주제, 첫 번째 수혜자로 자신이 되고 독자가 되니 책을 쓴다는 건 참으로 탁월한 일 아닌지요.

독자분들, 심신의 건강을 기도하며 오월의 마지막 날, 하오에 편지 드립니다. 유월엔 씩씩하게 인사드리겠습니다.

1.  저희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책성장 책 카페에서는 좋은 책을 나누고 싶거나 책코칭이 필요한 부모님, 직장인, 모든세대의 분들께 인문학연구원들이 책코칭을 해 드리니 오셔서 함께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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