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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일 17시 18분 등록

폭염을 지나는 법

 
연일 온도 기록을 갱신하는 폭염에 어찌 지내고 계신지요. 에어컨을 마다하던 제가 드디어 에어컨을 구입하고 나니 아이가 이제야 인간의 집이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1994년, 그 여름 저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는데 올해가 그해에 이어 가장 더운 해라고 하니 제가 그동안 여름을 싫어했던 이유가 더 자명해집니다.

해마다 떠나던 여름 여행을 보류하고 여름을 지키고 있던 중 큰 아이 생일을 맞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모처럼 매년 여행을 가느라 당겨 차렸던, 당일 생일상을 차리게 됐습니다. 수험 스트레스로 대상포진에 걸린 아이는 좋아하는 유분,당분, 육류 섭식 금지 처방을 받았기에 생일상 메뉴는 수박케이크, 베트남 쌈에 미역냉국, 해파리냉채, 부추잡채, 과일펀치 입니다.
 
여느 때처럼 요리를 하며 저는 또 생각에 잠깁니다. 존경하는 이의 갑작스런 부고를 받고 KTX를 타고 먼 길, 조문을 다녀오며 지난겨울, 목소리를 듣고 싶다던 그분의 기별에 응답하지 못했던, 송구함에 내내 자책을 하던, 무심히 받았을 리 없었을 후원금으로 목숨을 버려야 했던, 우리 앞의 작은 빛이라고 여겼던 정치인의 빈소에 조문하며 종내 눈물 흘려야 했던 일, 너무나도 오래도록 기다렸던 두 제자의 책이 출간된, 오랜만에 멀리서 찾아온 벗과 해후하며 일상을 나눈 일. 신상에 변동이 생겨 우울을 감추지 못하는 제자.

이윽고 식구들이 모인 저녁상에서 무더웠던 여름에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못해 엄마가 아직도 그때가 되면 몸이 좋지 않은데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몇 십 년, 생일상까지 차려야 하니, 절대로 결혼하면 여름에 아이를 낳지 말라는 제 말에 ‘그럼 언제 아이를 가져야 여름에 낳지 않는 거야’라는 둘째의 물음에 폭소가 터집니다.

연구원에 출근해 금세 등이 젖는 종로통 길을 걸어 영풍문고에 갑니다. 걸으며 생각합니다. 제게 오는 이들의 그 특별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2018년, 이 여름도 속절없이 나날이 야위어 가고야 말 것이라는, 이십 여 년 전의 폭염이 힘겨웠을 터임에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거처럼 이 폭염 또한 대수롭지 않은 일로 기억 될 거라고.

결국 우리에게 기억되고 되풀이 이야기 하게 되는 건 폭염의 한복판을 지나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했던 가 일뿐입니다.

나라밖으로 멀리 여행을 떠난 제자들이 간간이 풍광을 보내옵니다. 그처럼 일 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터키로 연수를 떠난 연구원들이 전해 줄 소식을 기다리며, 제자들의 글을 기다리며 종로통을 걷고 또 걷다 보니 싫었던 여름과 친밀해지는 법을 알게 됩니다.

폭염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기어코 나날이 사위어 가고야 말 이 여름, 함께 걷기를 청합니다.   오랜만에 수요편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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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 교육프로그램 안내

저희 연구원에서 오랫동안 칼럼니스트였던 저자들의 두 권의 책이 출간 됐습니다.

연구원 1기 김유진 작가의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오랫동안 가족상담사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일구어 나가고 있는 그녀의 책을 신청하시면 책을 보내드립니다.  성황리 마감되고 한 번 더 진행되고 있으니 https://cafe.naver.com/east47/52925  링크를 클릭해서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소년 상담사로서 학교 현장에서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의 인문학 강사인 이민서 작가의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학습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사춘기 수업> 또한 이벤트 를 진행하고 있으니 링크를 클릭하시길 바랍니다.
https://cafe.naver.com/east47/5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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