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칸양
- 조회 수 776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도대체 언제까지 배우기만 할 거야?
세계적인 명지휘자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는 원래 첼로 연주자였다. 불행하게도 그는 아주 심한 근시여서 앞에 놓인 악보조차 잘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관현악단에서 첼로 연주를 할 때마다 토스카니니는 항상 악보를 미리 외워야만 했다. 그런데 한 번은 연주회 직전에 갑자기 지휘자가 공석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악단에서는 지휘자를 대신할 사람을 바쁘게 찾았는데, 악단을 지휘하기 위해선 연주할 곡을 악보 없이 전부 외우고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 많은 오케스트라의 단원 중에 곡을 전부 암기하여 외우고 있는 사람은 오직 토스카니니뿐이었다. 그는 임시 지휘자로 발탁되어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그때 그의 나이 19세, 그 순간 바로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탄생하였다.
이 일화를 보면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선택의 순간들이 단지 여러 사항들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만이 아니라 동시에 기회의 순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무엇인가를 배우러 다니는 나에게 어느 날 한 친구는 “도대체 언제까지 배우기만 할 거야? 그걸 이젠 사용할 때도 되지 않았어?”라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그저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서...”라고 얼버무릴 뿐이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기가 두려워 무언가를 배우는 것으로 아예 새로운 시도 자체를 차단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부족하니깐 더 배워야 해’라고 합리화시키면서. 삶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일상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고 이 편안함을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으로 겪게 될 변화로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변화라는 단어는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귀찮은 마음까지 들 때도 있다. 별다른 변화 없는 일상에 파묻혀 지내는 것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떨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뭔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다가도 뜻밖의 일이 주어지게 되면 갈등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 불안감들
그동안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몸이 마치 ‘넌 잘 해낼 수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먼저 반응한다. 신경이 곤두서고 밤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미리미리 좀 더 준비할 것을, 그동안 배운다고 한 것들은 다 어디로 간 거니. 괜히 한다고 했나? 지금은 못 하겠다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는데... 겨우 잠이 들었나 싶으면 어느새 다시 눈이 떠진다. 학교에 가서 상담을 시작하기 전 조를 나누기 위한 O.T. 에 참석만 하고 왔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압박이 심했나 보다. 소화가 왜 이렇게 안 되냐 하고 있는데 급기야 화장실 변기를 붙잡게 만든다. 시작도 하기 전에 몸은 벌써 ‘나 죽겠네’를 외치고 있다. 이 죽일 놈의 책임감 때문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O.T. 참석 후 내가 맡은 학생들이 잘 되어야 하는데 혹시 내 능력이 모자라서 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면 어쩌지? 와 같은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뭐가 제일 걱정되는 건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순간인데 실수할 까 봐. 그 실수로 인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그게 겁나.’ 이렇게 대답하고 있지만 이상한 것은 전 같으면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최악의 상황을 그려가며 미리 걱정을 하고 있었을 텐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자꾸 긍정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된 거다. 사실 이게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과거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이제까지 미리 상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깐 이번에도 이런 일은 없을 거야’ 라며 안도 아닌 안도를 했었는데 이번엔 그와 반대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긍정적인 상상이 되니 오히려 불안한 거다. 이번엔 정말 안 좋게 상황이 흘러가면 어쩌지? 라며 억지로 안 좋은 상황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방법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다른 이들보다 능력이 모자라다고 느끼며 가졌던 열등감은 나를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게 만들게는 해주었지만 한편으론 열등감을 하나의 방어막으로 만들고 스스로 어떤 시도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합리화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부족하니깐 조금 더 하자.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야. 너 아직 자신 없잖아.’ 이런 생각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전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니 선뜻해보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실패를 다루는데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잭 웰치는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실패하여 거기에서 깨달음을 얻거나 혹은 성공을 해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점점 더 향상된다. 고 하며 아무리 끔찍한 위기라도 모든 위기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고 말한다. 처음 토스카니니가 지휘봉을 잡게 되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뜻하지 않은 기회를 잡게 된 것에 기뻐하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그가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 명의 명지휘자를 영영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첫 지휘가 어떠했는지는 모른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는 지금 사람들의 기억에는 명지휘자로 남아있다. 첫 시도에서 완벽한 결과가 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몸으로 겪게 되는 깨달음이다. 그런 과정들이 하나하나 쌓이게 되면 그만큼 사람은 서서히 발전하게 된다. 또한 실패도 당당히 자신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면 설사 지금 당장은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딛고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게 된다.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모든 일에 성공만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실패는 누구나 안고 가야 할 마음의 짐 일지도 모른다. 실패를 다루는데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삶에서 겪게 되는 위기의 순간은 어쩌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워야만 하는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죽을 것만 같았던 시간도 되돌아보면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자신의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도록 해 주지 않았던가? 매 순간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그중 어느 하나는 나에게 큰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다. 과거 뜻밖의 기회 앞에 순간적으로 드는 두려움 때움에 잡지 못한 기회들을 그냥 보내버리지 않고 선택했다면 지금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기회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기회가 왔을 때 당당히 잡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자신의 나아가고자 하는 분야의 필요한 역량들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불완전함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경험을 통해야만 그 불완전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일은 사람을 설레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하기도 한다. 두렵다고 해서 ‘좀 더 준비하고 다음에 하자.’하며 자신 앞에 놓인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영영 준비만 하다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때 내가 그 기회를 잡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되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뒤는 그만큼 봤으면 충분하다. 이젠 앞도 봐가면서 노를 저어보자.
2011년 11월 6일
-- 노미선(변화경영연구소 7기 연구원)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
배움이 취미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배움을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또한 쉽게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자 쉽게 포기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배우다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서면, 그리고 그 단계를 넘어가기 힘들다 느끼면 '이 정도면 됐지, 뭐.'하며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리고 다른 배움을 찾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결코 전문가는 되지 못합니다.
사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나의 기술을 제대로 터득하고 높은 수준까지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계단과 같은 성장패턴을 밟아 나가야만 합니다. 평지를 걷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높은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순간적이며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마치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리는 것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에너지는 오랜 기간의 연습과 훈련, 그리고 노력에 의해 조금씩 쌓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코 한 번에 혹은 단기간 내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핸드폰이 충전되는 것처럼 그 쌓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노력을 하다가 '난 안되나 봐'하며 포기를 하게 됩니다. 결국 계단 앞에서 등을 보이고 마는 것이죠.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하는 것"입니다. 단 10분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이란 주기는 마음뿐 아니라 몸에까지 습관을 만들도록 도와줍니다. 마치 밥을 먹듯 당연스러운 일이 되는 겁니다. 그럴 경우 우리의 마음과 몸에 에너지가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누적된 에너지가 결정적인 순간에 작용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계단 하나를 넘는 기적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겁니다.
준비된 자라 함은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충만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결정적 기회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그 기회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머리로는 걱정과 불안이 한가득이지만, 그럼에도 마음과 몸에서는 한번 기꺼이 도전해 보라는 신호를 계속해 보냅니다. 가슴이 뜁니다. 도전이기 때문에, 실패가 걱정되기 때문에, 그럼에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기 때문에. 실패해도 좋습니다.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에너지의 범위를 더 넓혀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으로써 에너지는 더욱더 쌓이게 되고, 이는 곧 계단의 높이를 처음보다 낮게 만들어 줍니다. 실패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매일의 노력으로 습관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가 충만한 자신을 만드세요.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은 두려움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걱정과 불안이 발목을 잡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자신 있게 노를 저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더 이상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는, 준비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76 | 현재의 일, 만족하시나요?(10기 이동희) | 차칸양 | 2020.09.16 | 13181 |
675 | 엔딩노트, 당신의 정말 소중한 사람은 누구입니까?(4기 차칸... | 차칸양 | 2020.09.02 | 7882 |
674 | 마법이 사라진 '인생의 사막'에서(6기 박경숙) | 차칸양 | 2020.08.24 | 7483 |
673 | 내 속의 두 모습(5기 장성우) | 차칸양 | 2020.08.18 | 7468 |
672 | 저렴하게 인생을 즐기는 법(2기 한명석) | 차칸양 | 2020.08.11 | 7586 |
671 | 아저씨, 힘들다...(10기 강종희) | 차칸양 | 2020.08.03 | 7674 |
670 |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4기 오현정) | 차칸양 | 2020.07.21 | 7617 |
669 | 잘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의 차이(5기 김성렬) | 차칸양 | 2020.07.14 | 7754 |
668 | 정예서/슬픔이 슬픔에게,임영웅 | 효우 | 2020.04.24 | 8002 |
667 | 정예서/우리가 투표를 행사해야 하는 이유 | 효우 | 2020.04.15 | 7788 |
666 | 정예서/ 질문의 힘, 봉준호 | 효우 | 2020.02.12 | 8134 |
665 | 정예서/ 에메랄드빛 두려움 | 효우 | 2019.08.22 | 8538 |
664 | 인사동 외팔이(6기 이은주) | 차칸양 | 2018.12.21 | 8896 |
663 | 사랑과 우정을 넘어(6기 이선형) | 차칸양 | 2018.11.30 | 8102 |
662 | 4차원 성철이(6기 김윤정) | 차칸양 | 2018.11.16 | 8196 |
661 | 잘 다듬은 창조성(4기 이한숙) | 차칸양 | 2018.11.10 | 8299 |
660 |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9기 유형선) | 차칸양 | 2018.10.26 | 8121 |
659 | 고양이는 무엇으로 사는가?(3기 이은남) | 차칸양 | 2018.10.05 | 8195 |
» | 당신, 매번 준비만 하며 살고 있진 않나요?(7기 노미선) | 차칸양 | 2018.09.28 | 7762 |
657 | 수학 100점 맞는 방법(8기 최세린) | 차칸양 | 2018.09.21 | 82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