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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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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5일 08시 50분 등록

나는 집사입니다

나는 왜 동물이 그렇게 좋을까, 사람도 물론 좋지만 동물에 대해서만큼은 애정이 각별하다. 사실 동물뿐만이 아니다. 식물도 그렇고 조류, 어류도 그렇고 하다못해 벌레도 귀엽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함께 자랐고 늘 그 아이들과 뛰어놀았었다. 그 조그마한 것들이 살아보겠노라고 콧구멍으로부터 가는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자라서 그런지 내게는 생명이 있는 것은 사람만큼이나 다 소중하다.

어떻게 인연이 되어 요즘은 고양이 테리와 함께 살지만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근심이 다 사라진다. 녀석은 사실 그렇게 수다스러운 놈이 아니다. 하루에 딱 몇 마디를 내게 건넨다. 예를 들어, 간식을 줄 시간에 내가 잊고 있는 경우 “간식 줄 시간인데 모하고 있어요?”, 지껀 꼭 챙겨 먹는 놈이다. 그리고 어찌나 깔끔을 떠는지 내가 멋 적을 지경인데 응가를 하고 나면 꼭 내게 다가와선 “내 거지만 너무 냄새가 심한 거 같아, 빨리 치워줘요.” 은근히 냐옹댄다. “알았어” 하고 부삽으로 퍼내 처리해 주면 멀리서 확인하곤 지 방으로 들어가 털을 핥아대며 몸단장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 정말 아주 심심하면 책을 읽고 있는 내 다리에 볼을 비비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쁜 거야? 냐옹” 하며 투정을 한다. 그러면 “엄마, 지금 책 읽잖아. 테리도 혼자 놀아..” 그래도 곁을 떠나지 않고 앉아있는다. 그렇구나,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하며 테리가 좋아하는 내 손을 코 앞에 들이민다. 녀석은 손이 좋은지 그것을 가지고 제 몸을 비비고 핥기도 하고 무거운 궁둥이를 바닥에 대며 자세를 잡고는 내 손을 꼭 껴안고 있는다. 나는 녀석의 배를 만진다. 그럼 다리를 쭈욱 피며 배를 보여준다. 나는 놀면 뭐하냐 하며 장 마사지를 열심히 해준다. 내일 건강한 똥 눠…

그러다 내가 불을 끄고 침대에 올라가면 눈도 안 보이는 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꼭 침대 옆으로 와선 세상에 그런 애절한 소리가 있던가 하는 것처럼 “ 나도 침대에 올려줘요…네,네,,,,. 미야옹” 하며 옆 모서리를 긁어댄다. 처음엔 “안돼!”로 밀고 나갔는데 요즘은 그 소리가 하도 처량하여 올려주기로 했다. 나보다 어차피 수명이 짧을 터인데 애정에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자라는 생각이다. 점프도 못하는 녀석이라 늘 누웠다 일어나 놈의 다리를 들어 올려주어야 한다.

침대에 올려 옆에 누이면 세상에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는 듯 골골골 소리를 우렁차게 읊어댄다. 요즘은 그 소리가 자장가 소리가 되어 이젠 오히려 내가 잘 때가 되면 테리를 부르게 된다. 녀석은 내가 팔을 뻗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을 베개 삼아 지 몸을 눕힌다. 그러다 잠드는 경우도 있지만 주인이 술 먹은 경우가 아니면 거의 내가 팔이 불편해 등을 돌린다. 그럼 녀석은 내 등이 닿는 부분에 살짝 지 몸을 대며 같이 쿨쿨 잠 속으로 빠진다. 그런데 일어나 보면 항상 녀석이 없다. 이상하다고 의문이 들어 어느 날 자는 척을 했더니 내가 잠들면 녀석은 내려가 지 방으로 들어가 자는 것이다. 

귀여운 녀석, 나를 재워주러 매일 침대로 올라오는구나... 곁에 누우면 수염이 너무 간지러워 뽀뽀는 한 번도 안 해줬는데 녀석은 가끔 내게 뽀뽀를 하려는지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수염이 한 십 센티는 족히 되는 지라 그 거리만큼 가까워지면 내가 기절하고 도망친다. 영국 신사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젠틀맨인 녀석은 절대 강요하지 않으면서 “아, 그러세요?” 하곤 딱 내가 좋아하는 범위까지에서 만족해 주는 것이다.


고양이와 목욕하는 날

녀석과의 목욕 타임은 또 각별하다. 이렇게 내가 말하는 이유는 그래야 비로소 화장실 대청소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빌딩의 지하에는 스포츠 클럽이 있고 나는 운동은 안 해도 샤워는 하러 내려가기 때문에 집에서는 거의 목욕탕을 쓸 시간이 없다. 녀석의 목욕을 빙자해 비로소 대대적인 화장실 청소가 이루어진다. 

녀석들은 물을 싫어한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대청소를 하는 낌새가 보이면 그 하얗고 이쁜 배를 지면에 아주 깊게 착지하곤 나의 눈치를 슬슬 살핀다. 내가 아무리 걸레질을 해도 저완 상관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눈치다. 그런데 녀석은 안다. 잘못하다간 오늘이 목욕 날이구나 하는 것을…., 그래 나는 꼭 테리에게 말을 해 준다. “오늘은 자기가 목욕해야 될 것 같아요.... 일단 각오를 부탁해요…,,,,” 녀석은 늘 그렇지만 못 들은 척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바닥에 밀착하고 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주인은 나오지 않겠다는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들고서는 어차피 씻을 몸인데 하며 털 많은 녀석의 몸을 사정없이 볼에 비벼대곤 한다. 목욕탕에 들어가서야 녀석은 세상의 속절없음을 인식하는 듯하다. 체념한 표정으로 목욕 자세를 취한다. 나는 절대로 난폭하게 굴지 않는다. 샤워기의 온도를 적당히 맞추며 “이쁜 테리 오늘 목욕해야지…그치?” 녀석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지만 샤워기가 꼬리에서 다리로 가기 시작하면 목을 우아하게 위로 들어 젖히며 “그래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즐기면서 하리다” 하는 폼새다. 뭔가 아는 놈이다.

녀석은 익숙한 듯하다. 나는 아주 빨리 목욕을 시킨다. 더운물에 어느 정도 털이 익숙해지면 비누를 꺼내어 거품을 낸다. 마지막에 얼굴을 빡빡 문질러 준다. 눈이 매운 듯 꼭 감고 있다. 그러면 또 잽싸게 샤워기를 얼굴에 뿌려주고 눈부터 닦아준다. 녀석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목욕을 마치고 타월로 대충 짜내고선 녀석의 엉덩이를 툭 친다. 그럼 녀석은 지 몸에 묻은 털을 세게 흔들어 대어 목욕탕 벽에 있는 대로 튀겨놓고는 우아하게 폴짝하고 뛰어 밖으로 나간다.

비로소 주인은 오래간만에 목욕탕 대청소를 시작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떡 저 하나일 텐데 아니 왜 이렇게 지저분한 거야,,, 하며 보는 사람도 없는 데 놀라는 척하는 주인이다. 사실 그곳만 그럴까? 많은 의문이 들지만 내 방은 형광등 조명이 아닌지라 나도 모르고 손님도 모른다는 끝내주는 곳이다. 

이윽고 청소를 끝내고 나면 테리는 구석에서 제 몸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고개를 아주 많이 사용하는 지라 목 근육이 발달되어 있다. 나는 그즈음 녀석에게 다가가 드라이로 말려주거나 목 부분을 마사지해준다. 그리고 손톱과 발톱을 날카롭지 않게 정렬해 주곤 한다. 고양이는 일부러 사람을 할퀴는 게 아니라 두려워서 발톱을 세우거나 하고 또 낯선 곳에서는 내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꽉 잡으려고 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녀석은 모든 것이 다 끝나면 시장기를 느끼는지 꼭 가서 음식을 먹는다. 털이 다 말라 보송보송해지면 내게 다가와선 또 지 몸을 비벼댄다. 그건 이런 말이다.’ 나를 씻겨줘서 고마워요… 야옹.” 나는 녀석에게 “아 테리한테 이쁜 냄새나요..” 하고 칭찬해준다. 목욕을 한 날은 녀석이 아주 잘 잔다. 마치 사람이 그런 것처럼 그 날은 기분이 좋은가 보다. 나는 샤워한 날은 녀석을 꼭 끌어안고 칭찬을 해준다. 녀석이 알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샤워를 싫어하면서도 또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너의 진정을, 나의 진정을 그렇게 서로 믿으며

오늘은 사실 가슴이 덜컹한 날이다. 녀석의 송곳니가 빠지면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다. 젖니도 아닌데 빠져 버렸다. 녀석은 갑자기 화악하는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지가 그 피를 다 핥고 있다. 주인은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에 동물병원에 전화하지만 오늘은 주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녀석의 이빨을 고이 보관해 둔다. 조금 있다 보니 다시 사료를 먹고 있다. 아 정말 다른 건 몰라도 밥을 먹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세상의 기쁨 중, 제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농부가 제 논에 물이 들어가는 순간이라고 했던가.. 나는 테리가 밥을 잘 먹고 응가를 제대로만 싸 주면 바랄 게 없다.

눈도 안 보이는 데 송곳니까지 빠졌다. 녀석이 가여워 견딜 수가 없다. 윗 이는 전에 기르던 이가 부러뜨려 놓아 저래도 잘 씹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차에 녀석이 밥을 먹고 있다. 그리곤 그 앙증맞은 입을 있는 대로 이리저리 운동하며 사료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인간 승리가 아니고 고양이 승리다… 테리야, 엄마는 그저 고맙구나…

사실 오늘은 예정에 없었는데 이가 빠져 정신이 없었는지 어쨌는지 녀석이 이상하게 응가를 잔뜩 묻히고 나왔다. 걷는 폼이 수상쩍어 꼬리를 들쳤더니 이거 아주 큰 사건인 것이다. 대형사고다. 오늘따라 찬물이 안 나오고 뜨거운 물만 나오는 아주 요상한 시스템. 여기저기서 물을 길어다 녀석을 씻기는 난리다. 저도 보통 깔끔이 아닌지라 몹시 찝찝했을 것이다. 

내일이면 주인은 제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데 꼭 어딘가 가기 전에 고양이가 사고를 친다. 주인은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그래 테리에게 꼭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내가 이래서 저래서 거긴 꼭 가야 되거든. 그러니 니가 이해 해조…., 부탁해. 테리….

나는 녀석의 말을 내가 알아듣듯 내 말도 녀석이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무슨 일이던 테리에게는 말해준다. 녀석은 늘 졸린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나는 녀석이 이해해 주리라 굳게 믿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동물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건 서로의 느낌이다.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신뢰하는 그 느낌으로 살아간다.

너의 진정을 나는 알았노라, 나의 진정을 너는 알았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부디 목록을 적어 말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런 느낌이 우리의 삶 속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그런 믿음이 현실로 나타나면 그때는 감동의 희열에 두근두근한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미국에 사는 친구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 붉은색 털실 가디건에 초콜릿, 그리고 내가 좋아한다고 말한 향수… 모자….. 정감 있게 포장된 그것들..

그녀는 이것을 고르며 내게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색깔이며 사이즈를 떠 올렸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마음이 고마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동시에 뭉쿨해진다.

사람이 사는 것은 이런 것이다. 이런 정. 잔잔한 정. 폼 잡지 않는 너, 그리고 나…. 우리..

오늘은 테리 때문에 울컥했고, 멀리서 온 소포가 또 나를 감동하게 한다. 

“오늘 하루 그대들 때문에 행복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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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테리를 데리고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노환으로 이가 빠지기 시작합니다. 치아 손질하느라 가벼운 마취 주사를 맞혔더니 녀석이 걷는 게 힘든가 봅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어 잠시 안아주고 안정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통조림을 땄습니다. 먹어 줍니다. 아주 씩씩하게 잘 먹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앞으로도 이삼 년은 문제없을 거라고 합니다. 지금 보니까 쿨쿨 자고 있습니다. 마음이 든든합니다.


                                                                                     2008년 1월 14일

                                                                 --  이은남(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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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귀찮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의외로 돈도 많이 들어가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을 신뢰하고 따르기 때문입니다. 따스함, 정, 무조건 믿음, 이것이 바로 반려동물들이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선택하고, 이들과 평생을 함께 합니다.

작년 말부터 반려견(장모 치와와)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11월생이니 이제 10개월 좀 넘긴 아기(사람 나이로는 청소년 정도)라 할 수 있죠. 새끼 때는 얌전한가 싶더니 지금은 천방지축입니다. 눈만 마주치면 놀아달라 덤빕니다.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어찌나 발걸음이 가벼운지 마치 축지법을 쓰는 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꼬리는 일자로 세우고, 통통통통 그렇게 지면을 튀어 다닙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밤새도록 토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참 답답합니다. 가여움, 불쌍함에 어쩔 줄을 모르게 됩니다. 다행히 그다음 날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리고 제대로 먹고 활기차게 뛰어놀면 마음이 놓이게 되죠. 그렇게 한 식구가 되어 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아들이 군대에 간 후, 그래도 그 빈자리를 많이 채워준 건 반려견이라고 말이죠. 강아지의 투정, 어리광, 떼, 안김, 따름, 눈빛 이런 것들이 슬픔, 우울을 많이 완화시켜 줬다고 합니다.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려견의 경우 약 15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하네요. 이제 1년 같이 살았으니 앞으로 14년 정도를 더 같이 살 수 있을 겁니다. 살며 같이 늙어 가겠지요. 살다 보면 완전 한 식구가 될 겁니다.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분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지겠지요. 사람 또한 동물이고, 그 동물들끼리 서로의 마음, 체온이 통하는 사이가 되어 하루하루 살아가게 될 테니까요.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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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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