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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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하여
"삶이란 단 하나의 틀, 하나의 장소, 하나의 가족, 하나의 정서적 안식처, 하나의 직장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으며, 심지어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번의 사랑, 여러 개의 직업으로 구성됨을 인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은밀한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 자크 아탈리 <살아남기 위하여> 중에서 -
‘병만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서바이벌 버라이어티 쇼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이 보여준 생존 방식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베어 그릴스 Bear Gryls도 아신다고요? 디스커버리 채널 <Man vs. Wild>에 나오는 오지 생존 전문가를 아신다는 말씀이시군요. 김병만과 베어 그릴스는 오지에서 탈출하는 동안 전갈이나 벌레를 그대로 씹어 먹기도 하고 뱀의 가죽을 벗겨내 모닥불에 구워 먹기도 합니다. 김병만과 베어 그릴스를 관통하는 단어는 ‘생존’입니다. 살기 어려운 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 이들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놀라운 적응능력에 감탄합니다.
생존을 위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라고 기억해온 모습을 고수하면 변화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자연’은 언제든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덤벼 드는 ‘괴물’이 됩니다. 괴물의 공격을 피해가며 자기를 보존해 가는 길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혜를 짜 내야 합니다.
내 이름은 우데이스(Udeis)
생존을 위해 변화하는 모습의 원형을 찾아봅니다. 고대 희랍의 오디세우스야 말로 살아남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최고의 생존 전문가입니다. 이마에 눈이 하나밖에 없는 거인 괴물 키클롭스를 속이는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양과 젖과 치즈가 있는 동굴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이 동굴의 주인은 키클롭스인 폴리페모스입니다. 폴리페모스는 동굴 입구를 거대한 돌로 막아버리고는 선원 몇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식인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꾀를 냅니다. 폴리페모스에게 포도주를 권합니다. 벌컥벌컥 포도주를 마시며 취해가는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묻습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내 이름은 우데이스(Udeis)’라고 대답합니다. 우데이스는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포도주에 취해 폴리페모스가 잠이 들자 오디세우스 일행은 올리브나무 말뚝으로 폴리페모스의 하나밖에 없는 눈을 찌릅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자 이웃에 살던 키클롭스들이 도와주러 달려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고 묻지만 폴리페모스가 알고 있는 범인의 이름은 ‘아무도 아니다’ 뿐입니다. 그러니 다들 하릴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지혜는 자신을 아무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마치 자신을 보호하는 가면처럼 ‘아무도 아닌 자’를 뒤집어쓰면서 괴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그러나 뒤집어쓴 가면은 가면일 뿐입니다.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목숨을 위협하는 괴물 앞에서 자신을 감추는 또 다른 정체성을 부여할 뿐입니다. 오디세우스가 이름을 통해 괴물을 속일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기 때문입니다. 무시무시한 키클롭스의 낯선 세상에서 자기 보존을 위해 자신을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을 뿐입니다.
유비쿼터스 원칙
프랑스 최고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지켜야 할 7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이 중에서 6번째 원칙이 유비쿼터스의 원칙입니다. 요컨대 동시에 도처에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도처에 존재하기란 본질적으로 두 세계의 틈새에 사는 사람, 본래의 진실이란 없으며, 남들이 강요하려는 진실 또한 없다고 믿는 사람, 두 개의 확신이 충돌하는 틈새에서 자기만의 진실을 창조하고 자기만의 리듬대로 세계 속에서 전진하는 사람이 지니는 덕목이다."
- 자크 아탈리 <살아남기 위하여> 중에서 -
자크 아탈리의 유비쿼터스 원칙을 보고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거인 괴물에게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오디세우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외침 속에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결국 너라는 괴물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자유와 생존을 움켜쥘 수 있다’는 오디세우스의 패기가 번뜩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참된 본질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입니다.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와 아들을 기억하는 마음입니다. 김병만과 베어 그릴스도 오지를 탐험하면서도 사실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본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적응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도 자신을 보존하려는 의지는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는 유비쿼터스의 능력을 선사해 줍니다.
살아남기 위하여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살아남아야 할 이유부터 찾아야 합니다. 그 이유가 강렬하고 분명할수록 우리는 놀라운 생존능력을 발휘합니다. 평소에는 망각했던 ‘자기 존재 이유’를 기억해 내십시오. 남이 써 놓은 모범 답안지 같은 자기 존재 이유는 개나 줘 버리십시오. 자크 아탈리의 표현처럼 자기만의 진실을 창조하고 자기만의 리듬대로 세계 속에서 전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생존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자기 고백을 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자신을 가장 낮출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바로 ‘나는 나 자신입니다’라는 자기 긍지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곧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11월 17일
-- 유형선(변화경영연구소 9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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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려면 비워야 하고, 비워 있어야만 채울 수 있습니다. 아집이 단단하면, 좋은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야만 그때부터 비로소 변화는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가능해집니다. 무소유는 어쩌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사람을 그릇에 표현하기도 합니다. 작은 그릇은 작은 생각만을 담게 됩니다. 하지만 그릇이 클수록 더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제대로 사는 방법은 자꾸 무언가를 소유하려는 것보다 스스로의 그릇을 키우는 데 있다 하겠습니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작 <살아남기 위하여>를 통해 다음과 같은 7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자긍심의 원칙
2. 전력투구의 원칙
3. 감정이입의 원칙
4. 탄력성의 원칙
5. 창의성의 원칙
6. 유비쿼터스의 원칙
7. 혁명적 사고의 원칙
이 7가지 원칙의 기본적 본질은 바로 '나'입니다. '나'를 얼마나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살아남기 위한, 즉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전력투구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의 감정을 이해할 줄 알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더불어 개선을 넘어 혁명적 사고까지 가능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비쿼터스적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자크 아탈리의 주장처럼 현대는 점점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자신 만의 생존 원칙이 없다면, 결국 우리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자신의 소명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자크 아탈리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하여,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말이죠.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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