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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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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6일 08시 42분 등록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공감 역량은 유아가 아직 말을 하기 이전에, 엄마와 아기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도 한다. 공감은 전의식적으로, 조용하게 그리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 『사람풍경』 (김형경 지음) 중에서 -



4차원 성철이의 기행

2학기 중간고사 첫날 1교시 시험을 마치고 다른 시간 감독을 준비하러 가는 나를 미술 샘이 부르신다. 다가가서 밝게 인사를 했더니 방금 전에 우리 반 감독을 하는데 성철이가 한 행동을 얼굴이 상기되어서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성철이 덕분에 너무도 당황했을 선생님께 미안했다.

상황인 즉, 이러하다. 1교시 감독을 우리 반에서 하게 된 선생님께 답안지를 나눠주고 아이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성철이가 앞 친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을 보고 주의를 주셨다. 지적을 받은 성철이가 선생님을 불러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대뜸 "여기에 선생님 욕이 써 있어요!"하면서 큰소리로 책상에 쓰여 있는 문구를 불러주더라는 것이다. 선생님은 성철이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더욱 화가 나시는 듯했다. 평상시에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시험시간에 그것도 학부모 감독님이 계시고 모든 아이들이 듣는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행동이었다고 말씀하신다. 성철이가 평상시에 개념이 없는 4차원적인 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하셨다. 성철이가 일부러 악의를 갖고 교묘하게 학부모님이 듣는 앞에서 자신을 망신 주려는 의도라고 생각하셨다.

미술샘의 이야기를 듣는데 성철이라면 악의가 없이도 그런 행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이라고 풀어드리고 싶어 1학기에 겪었던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드렸다. 1학기에 학교대표로 연구수업을 하게 되었다. 우리학교 선생님뿐만 아니라 주변학교와 교육청 등에서 내 수업을 참관하러 오셨다. 연구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지도안을 짜면서 수업시간에 질문할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준비해오도록 했다. 우정이 주제인 고사성어를 배우고 그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발표하는 것을 쑥스러워 하는 경향이 많아서 미리 준비를 잘 해온 아이들에게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발표할 사람을 물었더니 예정에 없던 성철이가 너무나 간절하고 자신감 넘치게 손을 든다. 이렇게 하고 싶다는 의사가 확실한 성철이를 외면할 수가 없어 발표를 하도록 했다. 성철이는 밝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초등학교 때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용인 즉은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가 자신들을 위해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선생님이 싸이코였어요. 얼마나 짜증이 나게 수업을 하던지 애들이 다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수업시간에 용기있고 정의로운 친구 대발이가 일어나서 '선생님 정말 재수없어요!'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화가 나서 대발이를 나무랐는데 선생님한테 의자를 집어던지고는 교실을 나갔어요. 대발이는 친구를 위해 살신성인을 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성철이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아이들이며 선생님이며 할 것 없이 좌중이 폭소했다. 난 사실 살짝 난감했지만 성철이를 나무랄 수도 없었다. 알맞은 예는 아니지만 굳이 끼워 맞추면 살신성인이 되긴 했다. 그리고 성철이가 악의를 갖고 이런 발표를 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전부터 성철이의 사고방식이 독특하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기에 정말 무척 특이한 녀석이구나 한 번 더 생각하는 정도였다.


공감능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

그런데 그건 담임으로서 내가 성철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성철이의 돌발행동이 심하게 눈에 거슬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충분히 생각할 만 했다. 미술샘의 말을 듣고 보니 시험시간에 지적받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성철이가 머리를 굴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번 건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행동이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성철이를 불러 시험시간에 미술샘과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적도록 했다. 몇 분 뒤 돌려받은 성철이의 진술내용을 보고 역시 성철이는 4차원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시험시간에 자리에 앉았는데 제 자리에 미술샘에 대한 욕이 써 있었는 데 선생님도 자신에 대한 욕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자기 욕하는 줄도 모르고 살면 미술샘만 바보 되잖아요.’ 어이가 없지만 성철이의 의도는 정말 악의 없는 진심으로 미술샘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성철이는 나름대로 미술샘에 대한 배려를 한 것이다.

성철이의 마음이 순수했다는 것은 알겠지만 표현방식이 너무 잘못되었다. 성철이에게 ‘물론 그런 것을 알면 좋을 수 있겠지만 그걸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듣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니?’라고 물었다. 지나치게 명랑 쾌활한 버전의 성철이는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제가 잘못했네요.’라고 바로 자신의 잘못을 수긍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꺼냐고 물으니 성철이는 ‘앞으로는 남들이 욕하고 있다는 걸 알려줄 때는 귀속 말로 살짝 말해주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아~빵 터진다. 때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자신의 지나친 솔직함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성철이에게 살짝 말해주었다. 이런 성철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한 친구가 그 아이는 공감능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항목을 어려서부터 배우지 못했던 게 아닐까라는 말을 했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공감과 배려는 어떤 사람에게는 태생적으로 쉬운 일인지 모르겠으나 어떤 이에게는 인간관계를 위해 배워야 하는 필수 덕목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을지는 나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2012년 5월 12일

                                                                         -- 김윤정(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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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개념은 19세기 말 독일어 Einfühlung에서 처음으로 나왔는데, ein(안에)과 fühlen(느끼다)이 결합된 말로, 미학에서 ‘들어가서 느끼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영어에서는 독일어 Einfühlung을 처음에는 그리스어 empatheia로 번역했는데, 나중에는 empathy로 바뀌었습니다. empatheia는 안을 뜻하는 en과 고통이나 감정을 뜻하는 pathos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는 안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감정을 의미합니다. 결국 공감(共感)이란 ‘아, 그럴 수 있겠다’, ‘이해가 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상대방의 느낌, 감정, 사고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해된 바를 정확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sympathy란 타인의 감정(pathos)을 본인이 같이(sym-, together) 느낀다는 의미로 empathy와 사실상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empathy와 구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sympathy를 ‘동정’이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동정은 타인의 감정과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공유(공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타인이 이미 경험한 감정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성철이는 순순한 아이입니다. 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 뿐이죠. 즉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요령과 약간의 경험만 터득하면 성철이는 누구보다 괜찮은 아이로 자라나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이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문제는 성철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수많은 어른들이 더 문제라 할 수 있죠. 왜냐하면 마음이 순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공감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즉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관심, 배려를 의도적으로 뒷전에 놓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공감이란 '아, 그럴 수 있겠다'란 마음이자 느낌입니다. 상대의 마음에 들어가서 그 마음을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상대의 고통, 슬픔, 기쁨, 눈물, 안타까움, 상실, 두려움, 평안, 불안감, 행복을 전달받아 나의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공감만 잘할 수 있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따스한 곳으로 변모할 겁니다. 공감을 위한 첫 시작은 상대와 내가 같다'라는 의식에서 시작됩니다. 또한 서로 나누고 함께 할 때 더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돌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세 사람이, 여러 사람이, 작은 모임이, 단체가, 지역이 연결된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사람이 사는, 진짜 사람 냄새가 풍기는 그런 사회로 변모될 것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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