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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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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3일 08시 06분 등록

성시경과 권진아가 김현철의 ‘잊지 말기로 해’를 리메이크했다. 한때 김현철이 얼마나 스타일리시한 싱어송라이터였는지, 그가 만드는 노래가 얼마나 새로웠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많지 않으려나. 그러나 나는 기억한다. 초딩 시절 오빠가 처음 제 돈 주고 사온 테이프, 오글대도 청아하던 'Air Supply'와 보컬의 신과 기타의 신이 공존하던 'Queen'으로 시작하여 흥겹고 애처로운 'ELO', 전설의 세션밴드 'Toto', 반항과 불안정의 간지 'Tears for fears', 프로그레시브하게 근사했던 'Yes'를 졸업하게 만들고 우리 삼남매에게 가요의 시대를 열어준 것은 분명히 김현철과 조규찬이었다. 김현철의 재능은 특히 듀엣곡에서 빛났다. 갸날픈 미성을 가진 오빠와 확실한 가창력의 동생이 늘 듀엣으로 부르던 노래 중에, 김현철과 조규찬의 곡은 늘 18번의 전당에 올려져 있었다. 그 김현철의 ‘잊지말기로 해’가 아마도 한 이십 년 만에 차트에 올라왔다. 


성시경은 감미롭고 권진아는 청아하다. 원곡의 장필순과 김현철은 달랐다. 장필순은 따뜻했고 김현철은 …음… 그는 생목이었다. 뭐, 김현철의 재능은 보컬이 아니라 작곡이니까. 좋다. 원곡도 좋고, 트렌드에 맞게 세련되게 바꾼 편곡이 잘 어우러지는 리메이크곡도 많이 좋다. 멜* 차트에 오른 다음 곡은 아직 데뷔는 커녕 오디션에 한번 나왔다가 단번에 음원차트에 오른 고등학생의 노래다. K pop star를 보다가, 그 애, 그렇다. 그는 애다. 19살. 고 3이라는데 애가 덩치도 작고 생긴 것도 참으로 평범하여 여드름 만발인 게 그냥 뒷집 아들 내미다.


노래는 ‘사랑에 빠지고 싶다’라는 제목이다. 자식이 여자친구 하나 없을 것 같은데 뭔 노래를 이리 가슴 시리게 부르노. 2분 25초 동안 그 애의 목소리는 내 감정의 현을 폭넓은 진동으로 울린다. 나는 내 의도와 달리 그냥 휘둘리는 감정의 파도에 잠깐 취한다. 


이런 인생 괜찮아 보여

난 너무 잘 살고 있어 한데 왜

너무 외롭다 나 눈물이 난다

내 인생은 이토록 화려한데

고독이 온다 넌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 순간 진짜 행복하니

사는 게 뭘까. 왜 이렇게 외롭니.


헉, 이 자식이 어디서 이런 노래를 골라왔어. 노래 듣다가 또 울컥, 두 아들 녀석한테 또 눈물 새는 엄마 모습을 들킬 뻔 하였다. 그러더니 젠장. 그 다음에 나온 열다섯살 짜리 중학생 여자애가 고른 노래는 하필이면 나미의 ‘슬픈 인연’이다. 갑자기 추운 노래방 구석, 화면에 떠오른 노래의 제목에 왠지 더욱 등골이 시리던 옛 장면이 떠오른다. 명륜동 뒷골목. 추억이 두세 겹이다. 노래는 나미의 버전으로도, 공일오비의 버전으로도 더 없이 애절했다. 애절하다 못해 비장했다. 열다섯 어린 여자애는 그 맑고 어린 목소리로 슬픈 인연을 마치 성냥팔이 소녀처럼 부른다. 에고고… 니들이 오늘 작정을 했구나.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후려치던 심사위원 양사장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이를 바라보더니, 끝내, ‘아저씨, 힘들다’고 고백한다. 으악!!!! 느끼해서 못 견디겠다며 일어서는 양 옆의 심사위원들과 함께 박장대소가 터졌지만, 나도, 나도 그 노래를 듣고 있자니 힘들었다.


노래는 순식간에 시간을 뛰어넘어 있는지도 몰랐던 기억의 그 장소로 나를 데려가고, 그 때 그 감정의 단초를 되짚게 만든다. 그랬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는 그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나는, 잊었다. 지금 그 노래가 휘저은 내 속의 감정들은 그냥 아무런 연유도 없이 추억의 꼬리표도 없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노래만 나오면 흔들리는 나는 그냥 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서, 아주 잠깐 좀 다른 감정들을 누려볼 기회에 뛰어드는 것이다. 아, 이 남다르게 주책 맞은 감성의 마흔 세 살이 누려보는 황홀한 감정의 쓰나미여. 그러니까 이번 칼럼은 결국 오디션 프로마다 본방을 사수하는, 멜론 차트를 주간으로 업뎃하는, MAMA 2014의 인피니트 무대가 열나 멋져서 흥분하는 나를 위한 변명이다. 


아줌마도 가끔, 힘들거든.



                                                   2014년  12월 8일


                                  -- 강종희(변화경영연구소 10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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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노래가 좋은 이유는 그 노래를 듣는 동안, 그 시절 그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노영심이 리메이크해서 부른 '그리움만 쌓이네'를 들을 때마다 총각시절 생각이 떠오릅니다. 제 친구들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그래서 가끔씩 노래방에 가곤 했지요. 90년대 중반 저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었고, 그날은 친구들에게 제 여친을 소개시켜 주는 날이었죠. 그날도 적당히 알콜을 섭취하고 노래방으로 직행했죠. 그렇게 한곡씩 부르는데 여친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웬일일까요. 극구 사양을 합니다. 자신은 노래를 잘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즐겨 부르지도 않는다고 말이죠. 그러나 그냥 넘어갈 친구들이 아니죠. 첫 소절만 부르면 떼창으로 같이 부를테니 무조건 시작만 하라고 종용합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녀. 결심을 한 듯 책자에서 곡 제목을 찾은 후 번호를 누릅니다. 노영심의 그.리.움.만.쌓.이.네. 이 노래는 1979년 여진이란 가수가 발표한 곡으로, 초창기엔 그렇게 인기를 끌진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1995년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리메이크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었죠. 노영심 또한 전문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노래를 잘 하진 못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때문에 더 매력 어필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 여친의 떨리는 목소리가 반주와 함께 흐릅니다. 약간 불안정한 음정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떼창을 하겠다던 친구들 또한 그냥 조용히 듣기만 합니다. 노래가 흐르고, 시간도 흐르고, 우리의 감정도 물 흐르듯이 그렇게 흘러 갑니다.


벌써 23년 전 일이네요. 오늘은 당시 '여친'에서 지금 '아내'로 위치를 바꾼 그녀와 함께 그 노래를 들어봐야겠네요. 그 날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말이죠.^^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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