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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8일 10시 20분 등록

내게 있는 두 가지 모습


나에게는 두 가지의 모습이 있다.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IT 기술자의 모습과 자연을 동경하면서 그속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자연주의자의 모습. IT를 전공하고 오랜 학교 생활 후에 지금의 직장을 잡고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IT만이 나의 전부인 줄 알았다. 나의 모든 삶의 보람과 기억은 회사일과 IT 관련 기술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나의 오래된 옛날의 추억과 그 속에 담겨진 꿈의 근원을 살펴보다가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가장 즐겁고 해맑게 웃던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이상하게도 계속된 인연들이 나를 자연으로 이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이 들어 얻게된 친형제보다 더 친한 형님/형수님, 그들과의 좋은 시간과 우정, 그들의 강원도로의 이주와 더불어 알게된 시골 생활의 정취, 이제는 고향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강원도 산골의 그곳, 그리고 초아 선생님께서 지어주신 나의 호 ‘熙山’, 그것이 의미하는 바 ‘산에서 빛날지니’…


누구나 쉽게 인지하듯이 IT와 자연은 서로 반대편의 위치에 있다. IT는 20세기 이래로 지속된 산업화의 최첨단 산물이다. 그 편리함과 효용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산업군을 구성하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제품과 서비스들을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경제시대의 성장을 리드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 최첨단 산업의 가장 앞에서 남들 앞에 서서 최신 기술의 트렌드의 원리와 과정을 설명하면서 첨단 기술의 전도사로서 자긍심을 느끼곤 했었다. 


하지만 자연에로의 동경을 느끼는 지금 나의 업에 대한 자부심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편리함과 효용성을 제공하는 좋은 기계화 도구를 제공하는 상당히 괜찮은 직업이지만 생계의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부여될 뿐 과연 그 안에서 내가 이 세상을 위해 어떤 괜찮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내가 더 이상 기계나 도구를 가치의 중심으로 보지 않고 사람 혹은 인간성을 보다 의미있는 보편적 가치로 보기 시작한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하나의 시사점을 발견했는데 이 둘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주제로서의 ‘따뜻한 IT’이다. IT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기본적이라 할지라도 휴머니즘에 어떤 작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지는 않을까에 대한 고민, 이것이 앞으로 나의 탐색의 작은 주제가 될 것이다.



'청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는 조금씩 나의 면모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의 IT 기술자로서의 삶은 너무도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조금씩 내 생활 속의 비중을 줄여가고자 한다. 이제는 ‘IT 전문가’라기 보다는 ‘IT 전문가들의 관리자 혹은 조력자’의 역할에 집중하고자 한다. 즉 나의 관심의 대상을 IT 기술 자체에서 IT 기술을 다루는 사람으로 전이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IT 기술 트렌드에만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내가 도와주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테니) 그들이 편하고 활기차게 일 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위로부터의 파도 막기와 다른 팀과의 협업 분위기 확립)에만 치중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식이 필요되어진다. 바로 공학적인 기술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지식 혹은 지혜가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의 보충을 위해 보다 많은 독서를 하게 되었는데 관심 분야가 바뀐만큼 기술/공학 보다는 인문학/사회과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새로 공부하려니 볼 것이 많지만 기술만을 좁게 바라보던 예전보다는 한결 마음이 편하다. 기술 보다는 사람에 대한 탐구가 힘들긴 해도 보람있고 더 따뜻하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의 제 1 인생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든 떠나도 미련이 없도록. 당장은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다른 인연이 있어 길어진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언젠가는 후회없이 떠날 수 있도록.


결별의 준비의 시작은 새로운 인생에 대한 탐색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직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갈까를 먼저 고민하겠지만 나는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가 보다는 삶에 대한 기존의 태도와는 다르게 어떤 새로운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새롭게 어떤 인생을 살더라도 그 핵심은 기존과는 다른 삶의 태도의 변화 -출세 중심의 황금 만능이 아닌 관계 중심의 청빈한 삶에의 추구, 사람을 중시하고 가진 것을 나누면서 함께 행복한 시공간을 만들어 가는 일 등 –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책에서 마주하게 된 ‘청복한 삶’에 몹시 관심이 간다. ‘청복’은 깨끗한 행복으로서 재물이나 권력 같은 세속적 욕망에 매이지 않은 사람만이 누리는 행복이다. 자연에서 얻는 행복, 청빈한 삶에서 얻어지는 만족 같은 것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청복을 추구해도 생계는 유지해야만 하는 최소 가정은 필요한 법, 이런 측면에서 구본형 선생님께서 하시는 ‘즐거운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삶의 모델의 창조’에 몹시 관심이 간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은 필요하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야 하며, 내 안에 먼저 삶의 모델이 설정되어야만한다. 간소하고 소박한 삶에의 만족 위에서 정신적으로 함양될 수 있는 다양한 지적 성장의 추구가 그것일 것이다. 동트기 전에 일어나 자신의 몸을 간단히 풀고, 시원한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자연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나의 영혼을 적셔줄 다양한 서책들과 그 속의 옛선배들과 대화에 공감하며, 내가 먹고 살만큼의 양식을 직접 재배하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이의 일을 도와 그만큼만을 얻으며, 그렇게 보낸 하루를 감사하며 지는 석양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편안한 하루의 자연적 삶…. 언젠가는 내가 살아갈 자연주의자로서의 나의 자화상이다.



욕심이 없으니 몸과 마음이 참 가볍다. 이런 자세는 당분간은 지속될 나의 현재의 업에도 무척 도움이 됨을 느낀다. 지난 주에 회사에 인사 이동이 있어 자리를 옮겼다. 밑의 팀 구성이 바뀌었는데 자리 배치가 영 곤란해서 창가 나의 좋은 자리를 팀원에게 주고 문가에 붙어 있어 번잡하고 시끄러워 누구나 기피하는 자리로 이동했다. 주변 조건은 좀 후져도 마음이 편해서인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모든 좋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때 그것이 내 수중에 없음으로써 빛을 발한다. 물건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것에 담겨진 마음으로 해서 수신자를 따뜻하게 해 주고 전달자를 빛나게 해 준다. 그것이 진정한 유물론의 핵심인 것은 아닐까? 모든 황금과 물건은 중요하다. 단 내 손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담아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달될 때. 그리하여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그 마음이 그와 나를 연결시켜 주고 우리의 관계를 돈독히 해 줄 수 있을 때. 앞으로도 딱 그만큼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다.



                                              2012년 11월 9일


                                  -- 장성우(변화경영연구소 5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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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복’은 깨끗한 행복으로서 재물이나 권력 같은 세속적 욕망에 매이지 않은 사람만이 누리는 행복이다. 자연에서 얻는 행복, 청빈한 삶에서 얻어지는 만족 같은 것이 이에 해당된다.


<조화로운 삶>의 공동 저자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삶을 보면 이들이야말로 '청복한 삶'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생활을 버리고 숲 속으로 들어가 자신 만의 농장을 개척하면서 일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을 깨우쳐 주기 위한 강의와 강연을 다니며, 책도 쓰는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니어링 부부.


어쩌면 '청복한 삶', '조화로운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만 취하는 것, 그리하여 몸도 마음도 가볍게 살아가는 것. 그래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고, 자신의 빈 곳에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죽음까지도 자신이 선택하여 자신의 의지대로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갔던 니어링 부부.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청복한 삶'을 지향한다면, 니어링 부부의 이야기를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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