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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4일 08시 13분 등록

그림동화 '요정과 구두장이'


살다가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희망이 사라진 지점, 나는 그곳을 ‘인생의 사막’이라 부른다. 이 ‘인생의 사막’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자신을 이끌어 오던 전략들은 더 이상 먹히지 않으므로 전부를 버려야 하고, 새롭고 낯선 기술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자신이 배워온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하는 작업이므로 나는 이런 ‘버림과 취함’을 ‘인지의 전환’이라 부른다.


중년을 위한 동화는 삶의 사막을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통찰과 ‘인지의 전환’ 방법을 가르쳐준다. 독일 그림형제의 동화 중 ‘요정과 구두장이’에서 나는 하나의 전략을 배웠다.


“옛날 구두장이와 부인이 가난하게 살았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점점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어느날 가죽조각이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구두장이는 실망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구두 한짝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날 가게에 갔더니 누군가가 밤에 몰래 와서 나머지 한 짝을 만들어 두었다. 구두장이는 기뻐서 그 구두 한 켤레를 팔아서 새 가죽을 샀다. 그리고 새로 산 가죽을 열심히 잘라두고 밤이 되어 구두장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그 잘라둔 가죽들이 몇 켤레의 구두로 바뀌어 있었다. 구두장이는 놀람을 멈출 수가 없었고, 그는 다시 그 구두들을 팔아 가죽을 샀다. 그러면 다시 누군가가 와서 새 구두를 만들에 놓고 갔다. 그런데 그 솜씨가 너무 기가 막히게 훌륭해서 구두장이가 그동안 만들던 구두와는 달리 새롭고 아름다우며 특이한 구두들이었다. 이 소문이 퍼져나가 구두장이는 점점 부유해져 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날 구두장이는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돕는 사람이 누군지 꼭 찾아내서 그에게 감사를 표 합시다” 부인도 동의하여 부부는 구두방에 몰래 숨어서 초조히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두 명의 요정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 올라와 재주를 넘고 춤을 추면서 장화와 구두를 만드는 모습을 부부는 보았다. 그런데 요정들은 웬일인지 옷을 입지 않았고 맨발이었다. 요정들은 일을 다 끝내고 방안을 빙빙 돌더니 달빛 속으로 사라졌다.


구두장이 부부는 자기들이 본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요정들이 그동안 우리를 도와주었네.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자!” 라고 말하며 요정들이 옷을 입지 않았고 신발이 없었음을 생각했다. 또 계절도 겨울인지라 부부는 요정의 추위를 막아줄 옷과 부츠를 만들어 주기로 합의했다. 부부는 예쁜 양털 바지와 재킷, 따뜻한 부츠를 열심히 만들어 크리스마스이브에 가게에 놓아두고 몰래 숨어서 보았다, 밤이 되자 요정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선물을 보고 깜짝 놀라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그 옷을 입고 부츠를 신었다. 다행히 맞춤처럼 옷과 신발이 꼭 맞았다. 요정들은 서로에게 감탄을 하면서 기뻐서 춤을 추고는 다시 달빛 속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부부도 기뻐했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요정들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일을 한걸까?” 구두장이 부부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연습을 해도 요정이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아름다운 특이한 구두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부부는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독일 동화는 중년을 다룬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를 중년의 동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보통의 동화와는 좀 다른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많이 들어온 동화들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은 벌을 받는다는 식의 권선징악 구도를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짧은 독일 동화에서는 그 선입관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구두장이 부부는 자신들을 도와준 요정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했으나, 오히려 그 선물을 준 이후에 요정들이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허를 찌른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동화에서 보아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마법의 상실, 일반적으로 마법의 상실은 죄를 짓거나 악한 마음을 가질 때 생겨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동화 속 부부를 밤마다 도와주던 요정들은 오히려 선물을 받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요정들이 선물을 받고나서 감사의 표시로 부부를 위해 다이아몬드 구두를 만들어 주거나, 예쁜 구둣가게를 지어주었거나, 아이가 없던 부부에게 잘생긴 아들을 주어 그 아이가 가게를 물려받아 대대로 아름다운 구두 가게로 전해 내려왔다’ 뭐 이런 식의 전개가 되어야 우리가 알고 있던 예상된 방식이다.


그런데, 오히려 선물을 받은 요정들이 변심을 한 것이다. 왜 이런 비극이 부부에게 발생한 것일까? 부부의 선의를 요정이 접수하지 않은 것일까?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부부는 별의 별 생각을 다했을 것이다.



마법이 사라진 ‘인생의 사막’에서


이 동화에서 부부가 겪은 일은,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사막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비극을 우리도 충분히 인생에서 만날 수 있다. 부부가 요정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했으나, 오히려 선물을 받은 요정들이 다시는 그들을 도와주러 오지 않는 일을 당하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억울함 분노 슬픔을 지나 이미 가진 것을 상실했을 때 오는 무기력까지 느낄 수 있게 될지 모른다. 


평생을 해오던 가업을 더 크게 일으키기 위해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가 모든 재산을 날린 사람의 억울함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는 자신의 사업을 망치게 할 의도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대성통곡을 할지 모른다. 더 훌륭한 경력을 쌓기 위해 안전한 직장을 사직하고 다른 곳으로 옮겼으나 그곳이 지옥이 된 사람, 더 건강하기 위해 새벽 운동을 하다가 관절염이 생겨 다시는 운동하지 말라는 의사의 경고를 받은 옆집 아저씨,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오히려 부작용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이제 겨우 30살을 맞은 여자, 남들도 다하는 투자를 했다가 퇴직금을 전부 날린 60대의 퇴직한 전직 국장, 그들은 모두 실패할 의도가 없었었다. 더 잘하려고 한 것이고 누구를 속이거나 편법을 쓰지도 않았다.


그들은 악인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니었다. 그들은 열심히 살았던 우리의 선량한 이웃이고, 최선을 다한 나의 모습일수 있다. 그들은 모두 나은 상황을 꿈꾸었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런데 그 꿈으로 오히려 마법의 상실과 같이, 그들이 가지고 있던 당연한 현실마저 잃어버리는 비극에 봉착했다.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님은 우리 역시 인생에서 이런 일을 충분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 모든 것이 새롭고 매일 매일 성취를 해나가던 강인한 사람조차 어느 날 인생에서 이런 날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런 비극이 발생한 날을 ‘인생의 사막’이라 부른다. 영혼의 어두운 밤처럼 인생의 사막을 만나면, 그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 찾아올 것이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사막, 이미 잘못 들어선 한발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 까지 와버린 상황, 따라서 되돌아갈 수도 길을 찾을 수도 없다. 오아시스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이 야자수는 기미조차 없다. 갈증나는 눈동자가 찾아낸 것은 매번 신기루로 판정된다. 후회와 통탄이 찾아온다. 그냥 여기서 말라 죽어 버리고 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이때 그들의 상태는 의식레벨 50의 ‘무기력’단계와 유사하다.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이 한번도 악의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비극이 발생했다는 억울함이다. 그들의 선의가 오히려 비극의 이유가 되었다는 점이 그들을 더 괴롭힐 것이다. 운명이 자신을 버렸고, 한순간의 판단 실수가 자신과 가족을 불행으로 몰아갔다는 자책을 계속한다. 왜 인생은 자신이 의도한대로 되어가지 않는지, 한 번도 누구를 해친 적이 없는데도 왜 자신에게 이러한 비극이 생겼는지, 그는 분노하고 연이어 슬픔과 비탄에 빠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의 단계로 빠져들 것이다.



사막을 건너는 법 -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애초 의식 레벨이 어디에 있었건, 그는 슬픔과 분노의 단계를 거치며 무기력까지 추락해버릴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이미 무기력단계로 추락해 버렸거나,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더라도 슬픔이나 분노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동화를 다시 한번 더 보자. 나는 동화의 마지막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 그러나 그들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연습을 해도 요정이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아름다운 특이한 구두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부부는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동화에서는 부부가 요정의 배신에 슬퍼했다거나 분노했다는 표현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쩌면 구두장이 부부가 그 일로 매일 매일 서로를 탓하며 부부 싸움을 하고, 요정이 돌아오기를 밤마다 기다리며 구두장이는 술에 빠져 살았고, 부인은 우울증을 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동화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림형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기력증을 겪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추락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무기력을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출생하여 성장하면서 처음부터 의식레벨 50의 무기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인식조차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무기력하다고 자각하거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원래 레벨이 무기력이 아니라 더 윗 단계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노화나 나태 혹은 어떤 불행한 사건으로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예기치 않은 추락을 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무기력을 호소하는 추락한 그들은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길 희망할 것이다. 게다가 추락의 낙폭을 크게 경험한 사람 일수록 그 추락시의 고통만큼 상승에의 욕구를 더욱 크게 느낄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의식의 상승이 추락할 때처럼 단 한순간에 획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기력으로 추락한 사람들이 겪는 두 번째 비극이다. 요정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다시 되돌아오지 않듯, 자신이 한번 경험한 의식레벨을 다시 회복하기를 기도하지만 이미 많은 이유로 그 단계로 다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때 무기력한 사람은 다시 돌아갈 수 없음에 절망한다. 예전에는 원하면 언제나 자신의 것이던 모든 것이 이제 다 사라져버렸다. 마법이 상실된 것이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 하나를 구두장이 부부에게서 배울 수 있다. 동화의 말미에 부부가 변함없이 일을 계속했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구두장이는 젊은날 구두를 배울 때 스승에게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듯, 새 요정을 찾아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았다. 그냥 매일 하던 일을 계속한 것이다. 그냥 매일 일을 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무기력단계에 빠진 사람들은 무리수를 두려는 가능성이 있다, 추락한 단계를 한 번에 올라갈 사다리를 찾는다. 그러나 이미 무기력단계로 빠져버렸다면 모든 새로운 노고가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게 하는 힘이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된 무기력의 독소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사다리를 오르기 전 그가 우선해야 하는 것은 무기력증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고, 그 길은 매일의 훈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리아드네의 하찮은 실타래가 무서운 죽음의 미궁을 빠져나오게 할 수 있었듯, 구두장이의 매일 작업이 새 기술을 취득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산을 오르는 전략과 다른 점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쟁취하며 창조해가는 젊은날의 전략과 유사하다. 그러나 무기력단계에서 나올 때는 그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자신을 학습시켜버린 무기력이 자신의 가장 큰 적이기 때문에 무기력단계에서는 모든 근육에 힘을 빼고 서서히 나와야 한다. 산을 오를 때는 모든 장비를 갖추고 훈련을 한 후 강인한 정신으로 오른다. 그러나 사막에서는 인내가 가장 크게 요구된다. 그 누구도 단숨에 뜨거운 모래사막을 지날 수가 없다. 뜨거운 모래에 발이 데어 한걸음도 걸을 수가 없을 때도 걸어내야만 하고, 매일 밤 혹독한 추위도 견뎌내야 한다. 한모금 물에 의지해서 하루를 견뎌내야 할 수도 있고, 전갈 한마리가 하루 식량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잘못 먹은 전갈의 독에 감염되어 고열에 시달려도 항생제 한 알도 구할 수 없는 곳이 사막이다. 그런 사막과도 같은 인생의 단계가 ‘무기력’을 만난 사람이 겪는 혹독한 날들이다. 사막의 모래에 빠진 자동차는 속도를 높여봤자 더 깊이 빠져든다고 한다. 그때는 타이어의 바람을 빼고 서서히 시동하여 가볍게 그곳을 빠져나와야 한다고 한다. 인생의 사막인 무기력증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말고 놀라운 전략도 세우지 말라. 구두장이가 매일 작업을 하듯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그냥 매일 하는 것이다, 그 매일이 새로운 창조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엘리엇 자크가 말하는 중년의 창조성


정신 분석가 엘리엇 자크(Elliot Jaques)는 중년의 창조성에 대해 연구한 바 있는데, 그가 말하는 중년의 창조성이란 젊은이의 그것과는 다르고, 중년의 창조성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사막을 지나는 것과 흡사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무기력을 배워버린 사람들에게 그곳을 나올 수 있을 전략을 하나 가르쳐준다.


엘리엇 자크는 수백 명의 성공적인 예술가, 작가, 작곡가들의 인생을 검토한 후 창조성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유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불 속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운 창조적 작업’에서 유래한다. 조각이건 소설이건 음악이건 이는 완전히 예술가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창조성이다, 젊은 시절의 모차르트가 그의 귓가에 들리는 악상을 듣고 악보에 옮겨 적은 창조성인데, 이런 창조성은 미친 듯한 영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불행히도 나이가 먹을수록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중년의 창조성은 1%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이후의 예술가들은 두 번째 유형의 창조성을 보이는데, 자크는 이것을 ‘잘 다듬어진 창조성’이라고 말했다. 이때의 예술가들은 불완전한 영감으로 일단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재작업을 거듭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진다. 젊은이들의 특징인 발작적인 창조적 불꽃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계속되는 일의 습관을 지속할 때 그들은 성숙하고 진화해 가며 그들이 기댈 만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창조성을 99퍼센트의 영감이라고 한다면, 성숙한 창조성은 99퍼센트의 땀이라고 할 수 있다. 부지런한 구두장이가 요정의 마법을 능가할 수 있게 되는 지점이다. 젊은 날의 마법은 사라졌지만 매일의 땀으로 새로운 창조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빛나던 창의성을 되찾을 수 없다고 낙심하던 그 자리에 무르익은 작품 하나가 남겨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의 작업을 지속하여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때 원래의 자신의 레벨단계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젊은 날 우리는 산을 옮길 만한 열정을 누구나 한번쯤 가진 적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기력에 빠진 어느 날 더 이상 과거의 전략으로는 그 사막을 헤쳐나갈 수 없음을 알게 되고 절망한다. 그때가 바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산을 오르던 전략을 버려야 할 때이다. 젊은날 배웠던 모든 기술을 포기하고 근육의 힘을 빼고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인지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막에서는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 인지의 전환이다, 산을 오르며 살았던 인생에서는 힘을 빼는 것을 알지 못하므로, 힘을 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인지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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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이가 마법의 상실이라는 혹독한 인생의 시련을 이겨낸 방법이 새롭고 특별한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보았다. 우리 역시 그 구두장이처럼 하던 일을 그냥 매일 하는 것이다. 사막을 빠져 나가겠다고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하루에 100리를 가겠다는 무리를 해서도 안된다. 매일의 분량을 매일해야 하는 것이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단순하지만 놀라운 생각의 전환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이렇듯 인지의 전환은 우리가 이미 알던 것을 버리고, 사물을 새롭게 보고 자신이 이미 가진 가장 단순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어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사막에서 나오게 하는 비밀의 무기가 된다는 것, 그 훈련이 무기력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상승하여 자신의 원래 의식레벨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이 될 것이다. 그림형제의 동화에서 배운 인지 전환의 전략 하나이다.


(끝)


                                      2012년 9월 22일


                         -- 박경숙(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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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생애 처음으로 혼자 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1인 기업가라고 하는 멋진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실은 백수와 프리랜서의 중간 경계를 걷는 사람에 불과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 밖에 겪지 못했지만, 이 길은 많이 외롭네요. 직장에서처럼 같이 하는 사람도 없고,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데 외부로부터 누군가가 일을 주지 않으면, 그리고 그 기간이 길어 진다면 낭패감, 좌절감, 절망감은 점점 커가게 됩니다. 그래서 1인 기업가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날개짓하지 않으면 언제든 추락하고 말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인 기업가에게 날개짓은 숙명입니다. 힘들어도 외로워도 고통스러워도 날개짓을 멈출 수 없습니다. 마치 사막이나 바다를 건너는 것과도 같습니다.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문다면 이는 곧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지 못한다면 1인 기업가의 삶은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처럼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쉼없이 해야만 하는 날개짓의 비결은 바로 꾸준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는 빠르고 강한 날개짓을 통해 조금 더 빨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을 생각한다면 별 의미도 없는, 그저 힘만 빼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래, 그리고 멀리 가려면 가는 듯 마는 듯 자신도 모르게 기계적으로 날개를 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숨쉬 듯, 상념에 빠지듯 매 끼니의 밥을 먹듯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 만의 길을 가야만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제게 있어 날개짓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저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쓰지 않는다면 심연에 혹은 사막 가운데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정체, 머무름은 곧 소멸입니다. 글을 쓰며 다른 길, 방법 또한 모색합니다. 글은 제게 중년의 창조성을 만드는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구두장이 부부가 요정이 떠난 후에도 자신 만의 일을 계속했듯, 저 또한 저만의 일을 꾸준히, 그리고 걷게 될 것입니다. 이 길이 제가 가고자 하는 올곧은 방향이며, 제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결국 나만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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