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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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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일 13시 52분 등록

엔딩노트(Ending Note)와 묘우(墓友)


혹시 엔딩노트(Ending Note)란 단어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아신다면, 묘우(墓友)란 단어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엔딩 노트와 묘우, 이 두 단어는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우리의 먼나라이자 아주 먼나라이기도 한 일본이 심각한 고령화 사회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계실겁니다. 더불어 실버산업이 번성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요. 이런 일본에 약 5년전 쯤 엔딩노트라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엔딩노트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써나가는 노트라 보면 되는데요, 죽기 전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장례 절차,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들의 명단 그리고 가족들에게 남기는 유언 등을 기록한다 하네요. 유언장과의 차이는 유언장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 반면, 엔딩노트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기록 정도로 보면 될 듯 싶습니다.


그리고 묘우란 ‘무덤친구’로, 함께 죽음을 준비하는 친구를 묘우라 부른다 하네요. 엔딩노트가 유행하며 미리 장례식 준비는 물론 묘자리까지 보러 다니는 노인들이 많아졌는데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 함께 묘자리도 보러 다니고 저녁에는 식사도 하며 친구가 되는 것이 바로 묘우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나이 많은 노인들이 많다보니 같이 죽음도 준비하고 깊은 외로움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이 비즈니스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하네요. 물론 좋은 점도 있긴 하지만, 웬지 일본의 실버산업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엔딩노트>


엔딩노트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요, 제목 또한 <엔딩노트>입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데요,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인 69세의 스나다 도모아키씨는 40년간이나 직장의 영업맨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매년 받아오던 건강검진을 통해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위암, 그것도 말기라는 이야기를 말이죠. 그는 침착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며 엔딩노트를 써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아버지의 마지막 여정을 다큐 감독이기도 한 막내딸이 카메라에 담습니다. 딸의 목소리를 빌어 그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과연 죽을 수 있을까요? .... 잘 죽을 수 있을까요?”


그는 슬프지 않게, 행복한 기억만을 남기고 싶다는 심정으로 엔딩노트를 완성해 갑니다. 엔딩노트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1.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한번 믿어보기

2. 손녀들 머슴노릇 실컷해주기

3. 평생 찍어주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

4. 꼼꼼하게 장례식 초청자 명단 작성

5.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

6. 빈틈이 없는지 장례식장 사전 답사하기

7. 손녀들과 한번 더 힘껏 놀기

8. 나를 닮아 꼼꼼한 아들에게 인수인계

9. 이왕 믿은 신에게 세례 받기

10. 쑥스럽지만 아내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 말하기



영화 <엔딩노트> 의 한장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말 한마디


그렇게 7개월이 지난 연초, 마침내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된 스나다 도모아키씨는 병원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눕니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막내딸 그리고 사랑스럽기만 한 손녀들까지. 하지만 그래도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이별은 아내와의 이별일 것입니다. 아내가 죽음의 문턱에 선 남편에게 묻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그러자 그가 대답합니다. 생에 처음으로 하는 말이자 마지막이 될 말입니다.


“사랑해.”


아내가 울먹이며 대답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같이 가고 싶어. 같이...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줄 너무 늦게 알았어. 더 많이 사랑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당신 내 마음 알지? 더... 더...”



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정말 소중한 것을 잃을 때가 되어서야만 비로소 그것이 무엇보다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말입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맞닥치는 수 많은 사소한 일들 때문에, 그로 인해 생겨나는 변죽같은 감정들 때문에, 참지 못하고 그 감정들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다 쏟아내고 맙니다. 그게 인생이고,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자위하며 말이죠.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에 도착한 그 날, 결국 우리는 후회의 뜨거운 눈물을 보이고 말게 될 것입니다. 더 사랑하고, 더 아껴주고, 더 보듬었어야 했는데 라며 말이죠.


엔딩노트. 꼭 죽음을 앞두고 써야 할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글로 남겨야 할 것도 아니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평상시에도 엔딩 노트를 기록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할 듯 싶습니다. 그래야 언젠가 아니, 언제라도 끝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생이란 드라마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며, 더불어 죽기 전 후회하지 않도록 소중한 사람에게만큼은 말로 사랑한다 표현하고 안아주며, 정말로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2016년 6월 28일


                       -- 차칸양(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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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변경연의 좋은 글은 다른 연구원이 아닌 저, 차칸양의 글입니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2년 6개월 전, 죽음에 대한 공부를 위해 관련 자료를 찾던 중 발견한 <엔딩노트>에 대해 쓴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의 관계에서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있을 때 잘 해."


평상시에는 별 의미없는 말 같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되면 가슴을 비수처럼 찌르는 의미의 말로 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엔딩노트처럼 죽음을 앞두게 된다면 말이죠. 그래서 이 말은 이렇게 바꾸어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없으면 (꼭) 후회하게 될거야."


맞아요. 인간은 어차피 죽음을 맞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는 동안 그것을 망각하며 살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야말로 '죽자사자' 싸우고 미워하고 가슴에 대못을 박기까지 하죠. 선인처럼 살자고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만큼은 챙기고, 관심과 배려로써 그리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시간은 유한하고, 마침내 소멸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후회만 남게 되면 살아온 인생 전부가 너무나 서글플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네요. 인생은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기만 하다고 말이죠.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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