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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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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6일 03시 53분 등록

 
 
 

  여름밤의 공포물보다도 더 끔찍한 기사가 사회면을 차지하고, 며칠 사이로 이름을 바꿔 방문하는 불청객, 태풍소식이 불쾌지수를 올리는 이즈음입니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한 선배는 여름을 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제게도 오래전부터 여름이 견디는 계절이 되었다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때문에 별스런 일정이 없는 한 8월은 제게 방학입니다. 되도록 강연도, 세미나도 외출은 물론, 여행도 삼가며 사람들도 되도록 만나지 않는 관계의 방학, 일상을 간소히 지내려 합니다. 

 

  선배와 전화를 끊고  제게 왜 여름이 ‘견디는’ 시간이 되었는지 곰곰 생각해 보고 몇 가지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에어컨이 싫어 에어컨 없이 지내는 터라 가족들 한끼 식사를 챙기려면 땀으로 몸이 흠씬 젖는 것도,  입맛이 없어지는 것도, 여름출산 후 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한 산후통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도, 그 때문에 에어컨을 싫어하게 된 것도, 또 해마다 이맘때면 거의 종일 책상에 몇 시간씩 앉아, 심지어 날 밤을 새기도 하며  줄창 원고를 써 댔는데 그 원고들은 고스란히 서랍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것도 제가 여름을 즐기지 못한 이유일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 유독 입맛을 잃는 저는 요즘 거의 매일 손수 만든 육수의 물 냉면과 과일로 끼니를 때웁니다. 어제 아침에도 과일로 아침을 먹으려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제가 좋아하는 과일은 없고, 누군가 보내주었던, 하지만 먹고 싶지 않은 사과뿐이었습니다. 과일과 채소를 즐기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어릴 때부터 사과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과를 누군가 보내 주었을 때 저는 딱 한 개, 맛 보았을 뿐, 가족들이 맛나게 먹었습니다.  주고받는 마음을 즐기는 저였기에 그 선물을 준비했을 이의 정성이 제 마음 같이 느껴지고, 어여쁘기도 해 ‘맛있다’는 답례를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사과'를 보내주었을때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제 태도가 보낸 이의 정성에 결례가 된듯 하여 미안해졌습니다.

 

  어쨌든 요기를 해야 했던 저는 사과를 꺼내 한 입 베물었지만 그뿐,  더 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몹시 시장했던 저는 사과를 접시위에 올려놓고 '어떻게' 그 사과를 먹을까를 궁리해 사과를 슬라이스 하듯 썰어 보았습니다. 그리곤 한 조각을 먹어 보았는데, 놀랍게도  제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저는 사과의 식감 때문에 사과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자끄 루소는 '진정한 자유는 하고 싶은 것뿐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의지가 생길 때 비로소 자유할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름을 즐기려면 여름을 '견뎌야 했던' 이유들을 역설적으로 뒤집어 놓고 새로운 의미부여를 할 수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단지 사과를 조각내는 방법을 바꿨을 뿐인데 사과의 맛을 새롭게 경험한 거처럼 말입니다.
 여전히  누군가 사과와 다른 과일 중  선택하라고 하면 사과를  사양하겠지만 적어도 냉장고속의 사과를 제대로 즐길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또 팔월이 가기전에 미뤄두었던 약속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들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또는 해제하니 왠지 여름이 가쁜하게 다가옵니다.

혹시 그대, 여름 아침.  입맛이 없으시다면 얇게 저민 사과를 드시는 건 어떨까요.  향긋한 향과 부드러운 사각함을 느끼시면서.  우리의 꿉꿉한 여름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청량하기를 오늘 아침, 오래, 기도하겠습니다. 
 
 

 http://cafe.naver.com/east47/2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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