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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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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일 09시 02분 등록

사람들은 어머니의 강, 황하를 ‘중국의 슬픔’이라고도 불렀다. 광활한 대륙의 허리를 감고 좁은 산과 협곡을 가로질러 흐르는 황하는 자주 범람하였고, 그때마다 강물은 모든 것을 삼키고 지나갔다. 홍수가 닥치면 하늘아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물빛은 흙빛과 다르지 않았고, 세상천지는 하늘과 넘실거리는 강물만 남았다. 넘치는 강물은 괴물처럼 으르렁거리며 지축을 흔들어 댔다. 허기진 혀가 쉴 새 없이 날름거렸고, 그 끝에 닿는 족족 모든 것들이 주저앉았다. 제방은 쉽게 허물어졌고, 집들이 힘없이 무너지고 가축들은 맥을 잃고 떠내려갔다. 생계를 이어가던 땅 위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강둑을 쌓아 물길을 막는 일은 부질없어 보였다. 홍수가 지나고 난 자리... 죽음은 쉽고, 삶은 고되고 힘들게 되풀이되고 있었다.

 

기원전 3천년 어느 날 하늘에서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때는 요・순임금시절이었다. 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들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 잠시 전설로 남아있는 시대가 있었다. 여와(女媧)와 복희(伏羲) 그리고 신농(神農)으로 꼽히는 삼황(三皇)의 시절은 오제(五帝)인 황제(黃帝), 전욱(顓頊), 제곡(帝嚳)에 이어 요・순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시절은 태평성대를 누린 시절이었다고 회자되지만 사실 그다지 살기 좋은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맹자>와 <서경>에 남아 있는 조금의 기록에 따르면 성군의 시절에도 재앙은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특히 황하의 범람이 그러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져 내리면, 산이 무너지고 강이 넘쳤다. 세상이 당장이라도 끝장날 듯 천지는 두려움으로 가득 했다. 하늘과 땅 사이가 강물로 가득 채워졌다. 홍수는 20년을 걸쳐 계속됐다.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했다. 땅은 더 이상 생명을 키우지 못했고, 사람들이 굶주렸다. 짐승들이 쓰러졌으며, 아이들과 노인들이 먼저 죽었다. 마을마다 역병이 돌았다. 요임금의 시름이 깊어졌다. 요임금은 세상보다 먼저 자신의 부덕함을 탓했고, 해마다 계속되는 황하의 범람을 다스릴 사람을 찾았다. 신하들이 모두 ‘곤’을 추천했다. ‘곤’이 누구던가. 그는 앞서 중국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황제’의 핏줄이었다. 황제는 오래 전 신농을 몰아내고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군주이자 문명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이였다. 그런 황제의 핏줄이라면 능히 천제(天帝)의 화를 풀고, 백성들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곤은 요임금의 명을 받은 날부터 잠시도 쉬지 않았다. 곤의 생각은 단순하고도 분명했다. 넘치는 강물을 막기 위해 둑을 쌓았다. 사람들을 동원하여 흙을 쌓고 또 쌓았다. 공들여 쌓은 둑이 다시금 강물의 농간에 무너져도 곤은 포기하지 않았다. 강이 무너뜨린 흙을 사람들이 다시 퍼 담아 그 위에 또 흙을 쌓았다. 그렇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둑은 물길을 막아내지 못하였고, 번번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는 둑을 쌓을 흙마저도 남아있지 않았다. 둑을 쌓는 일이 몇 해 동안 계속됐지만 곤은 아직도 황하의 물길을 막지 못했다. 깊은 고민에 빠졌던 그가 문득 떠올린 것은 ‘식양’(息壤)이었다. ‘살아 숨을 쉬는 흙’인 식양은 끝없이 불어나는 흙이었다. 식양 한 덩어리만 가질 수 있다면 황하의 둑에 쌓을 흙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듯 했다. 하지만 식양은 지상에 있는 흙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제의 창고 속에 깊이 감춰져 있었고, 무엇보다 천제가 소중히 아끼는 보물이었다. 감히 아무나 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별 다른 수를 찾지 못한 곤은 마침내 천제의 보물창고로 숨어들었다. 어찌어찌해서 식양을 훔쳐낸 곤은 곧장 땅에 식양을 뿌렸다. 전설 같은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과연 식양은 땅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곤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고 다시 둑을 쌓기 시작했다.

 

세상의 비밀은 오래 갈 수 없었다. 오래지않아 식양이 도둑맞은 것을 알아차린 천제는 크게 분노했다. 그는 하늘나라의 법도를 어긴 곤을 엄히 다스렸다. 천제에게는 지상에서 고통 받는 인간들보다는 세상의 이치와 법도가 더 중요했다. 곤은 북방의 어느 음산한 땅에서 천제의 명을 받은 불의 신 축융에 의해 살해당했다. 곤의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 그 동안 곤이 공들여 쌓았던 노력들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처형당한 곤의 시체가 3년이 다 지나도록 썩지 않는 것이었다.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찝찝했던 천제는 천신을 불러 자초지종을 알아보도록 하였고, 천신이 곤의 시신을 부검하려고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 그 순간, 곤의 시신에서 뿔이 하나 달린 용이 튀어나왔다. 용은 곧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는 훗날 요・순임금의 뒤를 이어갈 바로 위대한 임금, 우였다.

 

우는 아버지였던 곤의 대업을 이어받았다. 그냥 운명처럼 곤의 치수사업을 받아들였다. 우는 태생부터가 용의 형상으로 나지 않았던가. 불을 뿜고 납치한 공주를 지키는 서양의 용과 달리 중국의 용은 물을 관장하는 신성한 존재였다. 그러니 우가 황하의 치수사업을 맡게 된 것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우는 실패한 아버지의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곤이 했던 방식대로 둑방을 쌓아 황하의 물길을 가두는 것으로는 홍수를 막을 수 없었다. 황하의 범람은 태초 이래 인간의 역사보다 오래 된 일이었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는 처음부터 알았다. 신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누가 어떤 신이 그를 도울 수 있을까. 우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먼저는 황하를 알아야 했다. 그 물길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또 어디를 거쳐 흐르며 어디로 흘러가는지. 왜 황하의 물길은 땅의 빛깔을 머금고 있는지. 왜 구불구불 굽이쳐서 흐르며 왜 그리도 사납게 몸부림을 치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는 길을 나섰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 물길이 시작되는 그 어디를 향해 중원의 넓은 땅을 구름처럼 떠돌기 시작했다. 강을 끼고 마을들이 있었고, 물길을 따라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때로는 산길을 감아 돌기도 하고, 물길을 건너기도 했다. 이르는 마을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황하는 늘 그들의 가슴 한 구석에 어두운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마을의 현자들에게 물었다. 천신만고 끝에 닿은 어느 마을에 머물 때였다. 나이가 지긋한 한 노인에게서 그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아득한 태고시절이었다. 아마도 천지를 관장하던 신들 간에 다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천지의 균형이 깨지면서 하늘의 한쪽이 무너졌고, 땅이 갈라졌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기울어진 하늘의 축을 따라 천상의 물 단지가 쏟아졌고, 지금처럼 땅 위로 물이 넘치게 되었다. 때를 맞추어 커다란 산들이 불을 품어내었고, 땅들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뒤틀리고 갈라진 틈으로 하계의 온갖 잡귀잡신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애궂은 사람들을 헤치기 시작했다. 짐승들이 두려움으로 울부짖었고, 사람들도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다. 그 때 세상을 다시 평정한 이가 여와(女媧)였다. 태초에 진흙으로 인간을 빚었던 위대한 여신 여와는 인간들의 슬픔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 여인의 머리와 뱀의 몸을 가진 여와는 오색의 빛깔이 나는 돌을 다듬기 시작했다. 잘 다듬어진 돌로 우선 하늘에 뚫린 구멍을 메웠다. 그리고 강에 살던 커다란 자라로 하여금 튼튼한 네 발로 기울어진 하늘의 축을 떠받치도록 했다. 다시 하늘이 열렸고, 그 틈으로 빛이 새어들자 땅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던 귀신들이 남아 있었다. 여와는 그 중에 가장 포악한 하나를 골랐다. 검은 용이었다. 용을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좀처럼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먹구름 뒤에서 몸을 숨긴 채 천둥같이 울부짖기도 했다가 지상의 산과 산 사이를 지나며 몸을 뒤틀기도 했다. 한 번씩 분노가 치달으면 눈에서 섬뜩한 불빛들이 번뜩였고, 아찔한 섬광을 땅에 토해내곤 했다. 용이 지난 자리를 따라 대지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고, 그 골짜기를 따라 물이 흘렀다. 하지만 여와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하루에 일흔 번도 넘게 변하는 재주를 지닌 여와였고, 일찍이 세상 만물을 창조해내었던 그녀였다. 결국 검은 용은 여와의 손에 뿔이 잡혔고, 발톱이 뽑혔으며 혀를 잘리었다. 날카롭던 이빨을 잃고, 단단했던 비늘은 남김없이 벗겨져 세상천지에 흩어졌다. 검은 용을 제압한 여와의 위세에 눌려 세상의 잡귀잡신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먹구름이 사라지자 여와가 하늘의 구멍을 메웠던 오색 빛깔의 돌이 제 그림자를 드리웠다. 찬란한 빛이었다. 빛줄기는 하늘의 어디쯤에서 땅의 어디론가 뻗어나갔다. 마지막으로 여와는 갈대 잎을 태운 재로 그때까지도 넘쳐나던 강물을 틀어막았다. 세상이 다시 평화로워졌다.

 

노인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났다. 그러나 우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비록 여와도 검은 용도 더는 이 땅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홍수는 계속되고 있었고 사람들의 슬픔도 그칠 줄 몰랐다.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던 검은 용의 후예들은 여전히 세상의 어두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귀신을 보았고 또한 여와의 전설을 믿었다. 또 다시 여와가 나타나 그들을 물리치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기 전에는 오직 귀신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만이 홍수의 두려움을 피해가는 길이라 여겼다. 어느 마을에서는 마을의 처녀가 산채로 제물로 바쳐지는 일도 있었다. 노인들은 귀신의 정체가 용이라고 했고, 승천하지 못해 원한이 맺힌 이무기라고도 했다. 우는 그들의 행적들을 하나하나 찾아 또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했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길이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황하를 따라 떠돌던 우가 강물이 보이는 어느 언덕에 이르러 지친 몸을 기대고 앉았다. 그는 홍수가 지나고 난 다음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홀연히 물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점점 짙어지며 우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후 안개가 짙은 저 편에서 푸른 옷을 걸쳐 입고 백발의 기다란 수염을 가진 이가 자라를 타고 나타났다. 노인은 말이 없었다. 자라에서 내린 노인은 우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었고, 가슴에 품었던 푸른색 돌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그가 누구인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묻고 싶었지만 안개 속에서 우는 나른한 기운에 휩싸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우가 푸른색 돌을 받아 들자 노인은 두어 걸음 물러나 다시 예를 갖추고 천천히 사라졌다. 안개가 걷히고 나서야 우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우는 손에 들린 돌을 찬찬히 살펴봤다. 푸른색 돌에는 노란색의 줄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래쪽의 굵은 줄기로부터 하늘로 향해 뻗어나간 나무줄기처럼 보였고, 어찌 보면 핏줄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그림이 뭘까... 세상에나... 그것은 다름 아닌 황하의 물줄기였다. 돌에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황하의 물줄기들이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새겨져 있었다. 우는 비로소 노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황하의 신이었고, 흔히 사람들이 강의 신이라고 불렀던 하백(河伯)이었다.

 

하백으로부터 황하의 물길이 새겨진 푸른 돌을 얻은 우는 이제 신들의 눈높이에서 강물을 읽을 수 있었다. 물길이 시작하는 고원은 사막이었다. 황하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땅에서 시작되는 물길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진 비는 모래가 산처럼 쌓인 고원을 지나며 주변의 모래를 고스란히 쓸고 내려갔다. 황하의 물빛이 흙빛을 띠는 이유였다. 물길은 좁아진 협곡 사이에서 요동을 쳐댔고, 수직의 힘으로 내리 꽂히기도 했다. 모래는 물길을 타고 흐르다 강물이 숨을 죽이는 곳에 이르면 강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모래 위로 또 다른 모래들이 덮였고, 강바닥은 점점 더 높아졌다. 대륙의 어디서부터는 주변의 땅보다 강바닥이 더 높았다. 강은 땅보다 높게 흘렀다. 제방은 약했다. 모래는 힘이 없었고, 강바닥에 충적된 모래를 파서 쌓은 제방은 물을 만나면 여지없이 맥을 잃어버리곤 했다. 성난 물길 앞에서 제방은 지레 겁을 먹고 허물어지고 말았다.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우는 그 후로도 한참동안 황하를 바라보며 지냈다. 홍수가 지나고 난 땅에서조차 살아남아 긴 머릿결을 치렁거리는 버드나무를 지켜보며 아주 오랜 옛날 혼란 속에서 구멍 난 하늘을 메우던 여와를 떠올렸다. 강가를 따라 약한 햇볕에도 잘게 부스러지는 모래를 보며, 천제의 보물인 식양을 훔쳐내었던 곤의 답답했던 심정을 헤아려보기도 했다. 바람에 무심히 흔들리는 갈대를 보면서 귀신들의 소행 앞에 약해지는 사람들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황하가 가로지르는 너른 땅에는 돌도 바위도 나무조차도 드물었다. 다만 너른 수수밭이 보일 따름이었다. 수수는 억척스러웠다. 이따금 강에서 바람이 불면, 수수밭은 잠시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다시 일어서곤 했다. 땅을 움켜쥔 뿌리는 바람보다 질겼고, 홍수 앞에 사람살이보다 잘 견뎠다. 언제까지나 강둑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우는 일어섰다.

 

우는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강바닥에 흙을 파내고 물길을 깊게 했다. 그렇지만 곤이 했던 것처럼 퍼낸 흙을 그대로 제방에 쌓지 않았다. 질긴 수수의 뿌리로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그 속에 흙을 담았다. 그리고 제방에 쌓인 흙더미 사이에는 버드나무를 심었다. 갈대도 심었다. 물길이 몸부림을 치는 곳에서는 아예 제방을 허물어 물길을 내주었다. 터진 물길을 따라 수로를 연결하고, 크고 작은 저수지들을 팠다. 차츰 강물이 숨을 죽였다. 물길이 시작하는 상류 쪽에는 나무를 심도록 했고, 강물이 숨을 내려놓는 하류 쪽에는 비옥한 흙으로 땅을 일구기도 했다. 우는 멀리 보고, 오래 생각했다. 강물의 시작과 끝을 보았고, 강물을 끼고 사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다. 우는 물길을 가두기보다는 달랬다. 그것은 마치 오랜 세월 강물을 끼고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열기 전에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설령 억지로 움직인다 해도 오래가지 못했다. 강바닥의 흙을 퍼내는 것도, 제방을 쌓는 일도, 홍수의 아픔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삶도 사람의 몫이었다. 홍수는 두렵다고 피할 수도 아프다고 없앨 수도 없었다. 강을 떠나 살 수 없는 인간에게 홍수는 막아야 하는 것이기보다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우는 황하의 물길을 따라 떠돌며 배웠다.

 

우는 또한 솔선수범하였다. 손발에는 굳은살이 박혔고, 종아리에는 잔털조차 남지 않았다. 사람들로 하여금 강바닥의 높이와 물의 깊이를 재도록 하였고, 강바닥을 퍼내야 할 때와 제방을 더 높여 쌓아야 할 때를 알도록 하였다. 우를 시기한 고약한 몇몇 귀신들이 훼방을 놓았다. 특히 홍수를 일으키는 수신의 우두머리 공공은 일을 삼고 방해를 했다. 그는 머리가 아홉 달린 큰 구렁이를 시켜 틈만 나면 제방을 허물기도 하고, 흙을 쓸어다가 수로를 메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렸고, 애궂은 마을의 처녀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우는 더는 마을의 처녀들을 제물로 바치지 못하도록 했다. 책을 지어 온 천하에 떠돌던 잡귀잡신의 소행들을 알렸고, 청동으로 만든 세발솥에 그 모습들을 단단히 새겨 넣었다. 두려움을 넘어선 자에게 강은 풍요와 함께 존재했고, 슬픔을 견뎌낸 자에게 강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귀신들은 늘 그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 용기 있는 자에게 신은 너그러웠지만, 나약한 자에게 더없이 짓궂었다.

 

십 수 년의 해가 지나자 마침내 황하의 물길이 온순해졌다. 황하는 이제 좁은 물길에 갇혀 몸부림치는 대신 넓은 논밭 사이로 퍼져 흘렀다. 땅은 다시 비옥해졌으며, 들판에서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우의 업적을 오래도록 기억했고, 지금껏 위대한 우임금이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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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3:01:26 *.30.254.29

아무도 못말려.

너의 만리길 구라..

 

가끔 궁금해.

네 마른 몸뚱아리 어디에 저런 구라가 들어있는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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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8:49:37 *.47.199.136

허걱.. 이제 시작한 지 얼마가도 못혔는디...ㅋㅋ

나도 내 속이 궁금혀...형...ㅋ

나는  글을 왜 쓸까 생각해보다가...

 

연애편지를 쓰다가 들키면 소설이라고 우기려고

 

참 이말 딱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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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02:29:47 *.114.232.44

나중에 종이로 뽑아서 읽으려고 쌓아두는 중이요~!

그래서 지금은 미안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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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22:09:48 *.33.12.91

앗, 늘씬한 외모의 나쁜 손, 바로 저거였다. ㅋ

 

글죠... 이?

분량이 좀 많아서 인터넷으로 올리기가 참 거시기허네요...ㅎ

반으로 뚝 잘라 봤더니.. 반토막만 물고기를 손님상에 내놓은 것 같고...

다 올리자니.. 접시가 작고..

모아놨다.. 읽는 거도 좋은 생각이네용ㅇ..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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