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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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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7일 11시 36분 등록

 

 

불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애 키우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1년 전 10여 년 만에 한 친구와 연락이 닿았어요. 어릴 때 좋아했고 간간이 떠올랐던 남학생. 그런데 그 친구에게 빠져버린 거예요. 유머에 재치에 다정함까지. 결혼 후 늘 남편에게 불만이었던 걸 그 친구가 갖고 있어서인지, 젊었을 때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 해보고 결혼한 게 미련으로 남아서인지, 정말 그 친구와 코드가 맞아서인지…. 머리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마음은 그 쪽으로 향하데요. 예전의 도덕적인 나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서도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설렙니다. 짜릿함과 행복도 맛보지만 남편, 애들, 사회의 눈이 나를 지켜본다는 죄의식에 항상 시달립니다. 우리 둘 다 가정을 지킬 거예요. 어느 선에서 그만둬야 할까요? 시간이 좀더 흐르면 식을까요? 그 친구랑 늙어서까지 좋은 동행자가 될 수는 없는 건가요? 바쁜 가운데도 머릿속에 늘 그 친구가 있어요.

 

 

선택의 누적분이 곧 당신이다

 

0. 관습 법률 윤리의 전방위 보호를 받는 유일한 공식 커플 시스템, 결혼. 그 이후의 사랑, 어찌하오리까. 이거 참, 어려운 문제다. 존재하는 모든 사회규범이 이 행위, 규탄한다. 제 사회규범이 일심이란 건, 그로 인한 '질서'의 붕괴를 모두들, 그만큼,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그 위반의 대가, '휴즈 huge'할 수밖에.

 

한편으론 그렇게 모든 규범이 죄다 동원되어 금기해야 한다는 건, 그만큼 다반사라는 방증이기도 하고. 금기만큼 충동 역시 파워풀하단 소리다. 이런 사안, 구체적 정황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런 경우는 되고 저런 경우는 안 된다 풀어보려는 시도, 소용, 안 닿는다. 사연, 안 중요하다고. 따져야 하는 건, 사회규범과 개인 욕망의 정면충돌 시 선택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거다. 그게 본질이다.

 

1. 우선 이것부터. 당신은 누구냐. 당신은 당신 선택이다. 뭔 소리냐.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난 이런 저런 사람이라 단정적으로 말들 한다. 착각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누군지를 결정하는 건 자신의 선택이다.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했던 무수한 선택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자신이 누군지 결정하는 거다. 당신은 정숙한 부인 대신 바람난 아내, 윤리적 엄마 대신 불륜한 부모, 소녀적 가슴앓이 대신 욕정의 관계를 택했다. 그럼 당신, 그런 사람이다. 사연, 필요 없다. 그 선택의 누적분이 곧 당신이다. 그 선택 자체가 옳다 그르다는 게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선택한 만큼의 사람이란 거다. 더도 덜도 말고.

 

2. 자기 선택이 곧 자신이란 거, 이거, 사실, 곧이곧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누구나 야비하고 몰염치하고 이기적이며 부도덕한 선택,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 뒤 대다수는 사연부터 구한다. 그 선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그리고 그 속에 숨는다. 그리고 공감해줄 사람 찾는다. 피치 못할 사연 있었단 거지. 자긴 원래 그런 사람 아니란 거지.

 

그런데 아름답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객관화의 임계점이란 게 있다. 그랬으면 하는 자기가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의 자신을, 덤덤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순간 있다. 자신이 멋지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 멋질 수는 결코 없는 법이란 걸 깨닫는. 이거 절로 안 온다. 도달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단한 분량의 용기가 지성과 함께 요구된다.

 

3.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는 걸 감당하는 거다. 사람들이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비용을 치르기 싫어서다. 당신은 그 관계로써 이젠 정숙한 아내, 윤리적 엄마가 아니다, 란 사실 감당하기 싫다. 그로 인한 죄의식, 불안 비용도 싫다. 반대 선택도 마찬가지다. 설레는 가슴, 정서적 충만, 격정적 사랑 잃고 건조한 결혼,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싫다. 둘다 갖고 싶다. 선택하기 싫은 거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우주 원리다. 뉴턴은 이걸 작용-반작용이라 했다. 근데 이 말 가만 뒤집어보면 비용 지불한 건, 온전히 자기 거란 소리다. 이 대목이 포인트다. 공짜가 아니었잖아.

 

4. 내 겷론은 그렇다. 자기 선택과 그 결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비용 감당하겠다면, 그렇다면, 그 지점부터, 세상 누구 말도 들을 필요 없다. 다 조까라 그래. 타인 규범이 당신 삶에 우선할 수 없다. 당신, 생겨먹은 대로 사시라. 그래도 된다.

 

p.s.
당신, 근데 이런 질문 왜 하나. 두려우니 내 편 되어달라는 건가. 나쁜 '년' 아니라 말해달라는 건가. 그건 못 한다. 동의 구걸하지 마시라. 나쁜 '년' 되는 결정, 혼자 하는 거다. 그거 못 하면 자격도 없다. 감당도 못 한다. 그냥 착한 '년'으로, 안전하게, 사는 게 옳다. 이도 저도 못 하겠거든 그냥, 들키지나 마시고. 내가 그러더란 말은 절대 퍼뜨리지 말고. 건투를 빈다.

 

- 김어준, 「건투를 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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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1 22:01:32 *.234.184.111

연구원의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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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2 00:29:00 *.36.165.182

까는거죠?

고마워요!


그냥 숙제하는 거예요. 

매주 약속은 했고 거르긴 싫고 글은 못쓰겠고 그나마 지금 내 속에 있는 거 비슷한 탐나는 글 옮겼어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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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2 07:27:34 *.234.184.111

그대 마음을 대신한 글이라고 라도 함 좋잖았을까? 그렇게 읽긴 했지만 연구원이란 자리를 대변하는 란이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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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5 13:28:29 *.36.165.182

연구원..

음..

잘 모르겠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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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2 11:27:19 *.151.207.149
재미있어. 어디서.이런 질문과 답을 얻을 수 있지? 다음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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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5 13:30:56 *.36.165.182

다음편은 저도 기대^^

 

글쓰기가 어렵네요.

자꾸만 더 그래요.

게으른 핑계인 걸 알면서도 버릇이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큰일났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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