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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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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5일 13시 27분 등록

 

이제 나한테 새로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야. 내가 아직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는 일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는 걸 봤을 뿐이지. 어쩌면 그건 아무 일도 아니야. 어쩌면 그냥 밤에 잠이 드는 것과 같은 일이겠지. 따지고 보면 우리는 매일 밤 죽는 거나 마찬가지잖니? '제 몸뚱어리와 이름을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고, 욕망을 느끼고, 전화를 걸고, 점심 초대를 받고' 그랬던 의식이, 잠드는 순간에 '휙!' 사라지는 거니까. 물론 잠잘 때도 의식이 아직 조금은 남아 있겠지. 그러니까 꿈도 꿀 테고.

 

하지만 꿈을 꾸는 게 누구냐?

그 꿈에 대해 증언해 줄 사람은 누구지?

 

아마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잠자는 것과 비슷할 게다. 어쩌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지 모르지.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할까? 다들 죽었는데! 천만 억만 명의 사람들이, 바빌로니아인이고, 호텐토트족(아프리카 남부 원시 부족)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죽었는데…. 하지만 막상 우리 자신에게 그 순간이 닥치면, '아!' 완전히 넋이 나가는 거야. 왜 그럴까? 다들 죽기 마련인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은 화두가 될 거야. 물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 봤지만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거대한 공동묘지란다. 존재했던 모든 것이 묻힌 그야말로 무지무지하게 거대한 공동묘지…. 땅을 파 보면-썩어서 티끌로 돌아간 육체 대신 남은-뼈들이 나와. 모두 생명의 찌꺼기지. 이 지상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죽었는지 상상할 수 있겠니? 그것들이 다 저기 있는 거란다!

 

우리는 한없이 거대한 공동묘지 위를 그저 계속 달리고 있는 거야. 하지만 묘지라고 하면 우리는 항상 슬픔의 장소, 고뇌와 눈물의 장소를 생각하니, 참 이상한 일이지? 사실 지구라고 하는 이 거대한 공동묘지는 정말 아름다워. 땅 위에서 자라나는 꽃들이며, 그 위를 바삐 오가는 개미나 코끼리들을 생각해 봐라. 그 묘지는 바로 자연이란다!

 

신기하지 않니? 자연은 그냥 제 길을 가. 네가 죽는다고 자연이 신경이라도 쓸까? 네가 병들어 고통스러워한다고? 아니야, 그냥 흘러갈 뿐이야. 모든 게 흘러가. 병도 고통도. 그게 바로 자연이 주는 아주 위대한 교훈이야. 한 순간이라도 멈춰 서서 부드럽고 은밀하게 바람에 나부끼는 자작나무 이파리들을 관찰해 봐라. 그럼 내 육신이라는 것도 아주 하찮다는 걸 이해하게 돼.

 

자연은 눈부실 만큼 무심해. 자연을 흔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왜 우리는 자연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걸까? 흥분하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는 법을 말이야. 그러면 호들갑 떨지 않고 모든 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 거야. 그래 봐야 아무것도 아니지. 무엇을 위한 일도, 누구를 위한 일도 아니야. 이 나무를 위한 것도 아니고, 이 풀밭을 위한 것도 아니고, 하찮은 노란 꽃을 위한 것도 아니야. 그런 존재들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매일 매일 자라고 변화하며 이 거대한 전체의 일부가 돼.

 

주위를 둘러봐라. 저 강이며, 숲이며, 영원히 변화하는 저 경이로운 자연을 말이야. 그런 변화의 본질은 '작년의 그 상태'로 매번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에 있어. 자연이 인간의 행위 따위에 무슨 신경을 쓰겠니. 매일 매일 벌어지는 사건들, 전쟁들, 폴 포트, 마오, 미국과 테러리즘에 무슨 관심이 있겠니. 아무 상관도 않지! 모든 게 찰나고 모든 게 무상한 거야. 위대한 문화도 다 소멸됐지! 모래사막 위로 스핑크스가 높이 솟은 적이 있었지만 그 곳에 이제는 아무것도 없어. 다른 모든 것도 그렇게 끝이 나지. 그러나 우린 지금 여기에 있다.

 

-티찌아노 테르짜니, 「네 마음껏 살아라」중에서

 

***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오픈한 지 1년, 카페에 다시 바람이 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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