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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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1일 22시 11분 등록

내가 썩 괜찮은 일을 하고 있구나싶은 날이 있다. 아주 괜찮은 남자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때다. (사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그 보다는 어쩜 저런 인간이 다 있나싶은 생각이 들 때가 더 많다.) 감동에 젖어 직업적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할까? 김약사를 만났을 때가 그랬다. 그가 카페에 들어왔을 때 훈훈한 분위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조각 미남은 아니지만 서글서글한 인상에 겸손한 태도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까지 더 해져 역시 업계에서 소문난 훈남다웠다. 정신을 가다듬고 인터뷰의 예상 질문이 될 만한 몇 가지를 묻자, 철학과 전문성이 적절히 배합된 훌륭한 답변들이 이어졌다. 훌륭한 경력에 업계 최고의 전문성, 흠잡을 데 없는 인성과 겸손한 태도를 배합하자 그가 분명 합격의 영광을 안을 적임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예상대로 그는 단독후보로 1,2차 인터뷰를 일사천리를 통과했다. 연봉협상을 위한 증빙들을 요청하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완벽한 자료가 도착했다. 희망연봉의 숫자도 과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범위였다. 회사 측도 그가 욕심이 났던지 그의 기대 수준을 거의 맞추어 주었다. 이제 후보자만 합의하면 고용 계약이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가끔 이런 순간에 과욕을 부리는 후보자들이 있다.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다. 하지만 김약사는 끝까지 매너남이었다. 덕분에 좋은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지금 그는 퇴사 절차를 밟고 있다. 누나의 마음으로 그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친절하게 정리해 보았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퇴사 매너 5계명이다.

 

1계명 직속상사에게 제일 먼저 알려라.

이직할 회사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채용 확정서에 서명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직속 상사에게 알리는 일이다. 이 때는 상사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역량을 알아보고 많은 기회를 준 것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음을 설득한다. 직속상사와 심정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이직할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가능한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입사 전에 불필요한 잡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직속상사보다 동료나 선후배, 심지어 직속상사의 상사에게 먼저 소식을 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속상사가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계명 최소한 한 달 전에 알려라.

퇴사 의사는 최소한 한 달 전에 회사에 알리는 것이 좋다. 현 직장에 마음이 떠나서 또는 새로운 출발에 마음이 들떠서 서둘러 퇴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책임감이 없고 미성숙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회사가 후임자를 물색하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좋다. 만약 한 달 동안 마무리가 어렵다면 이직하는 회사에 양해를 구해 입사시점을 다소 연기해달라고 요청해도 괜찮다. 당신이 정말 놓쳐서는 안 되는 인재라면 1~2주일 정도는 양해를 해줄 것이다.

 

3계명 카운터 오퍼는 받아들이지 마라.

당신이 만약 핵심인재라면 회사에서 카운터 오퍼를 제시할 수 있다. 보통 연봉을 일정량 올려주겠다거나 승진을 시켜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 조직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독사과일 수 있다. 회사는 조직원의 충성심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직 의사를 밝혔던 당신은 ‘언젠가 떠날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당장 얼마간의 연봉인상과 직급 상승은 가능하겠지만 조직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얼마 되지 않아 당신의 마음도 변할 것이다. 토끼를 잡은 후에는 다른 토끼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니 다시 이직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4계명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라.

앞의 과정들이 마무리 되었다면 이제 업무 인수인계를 할 차례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담당 업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자. PC에 있는 폴더와 파일들을 정리하고 주요 업체와 파트너들의 연락처를 일목요연하게 기록한다. 주요 프로젝트의 경우 경과와 성과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후임자가 업무를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임자가 정해졌다면 일주일 정도 함께 회의를 하고 거래처 파트너들을 만나며 직접 소개를 해주면 좋다.

 

5계명 인간관계를 점검하라.

이제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단계다. 생각보다 세상은 좁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연이 닿아 만날지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좋다.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던 사람이라면 용서의 아량을 발휘해 풀고 가자. 요즘은 인재를 채용할 때 전방위적인 평판조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누가 물어 보아도 당신이 능력있고 성숙한 인재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평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가끔 아까운 인재인데 퇴사할 때의 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후보자를 만나곤 한다. 최과장이 그랬다. 당시 최과장은 모 회사의 마케터 포지션의 실무면접을 가뿐이 합격하고 임원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실무 면접 결과가 좋아 임원 면접은 구색 맞추기 정도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사팀으로부터 최과장의 면접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심지어 인사담당자는 어떻게 이런 사람을 추천할 수 있냐고 나에게 따졌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수소문을 해보니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최과장은 전직장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사하면서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투서를 했다. 이 일로 회사가 발칵 뒤집어 지고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으니 최과장은 조직에 위해를 입힐 수 있는 고위험 인재인 셈이다.

 

어떤 곳을 떠날 때는 그 곳에 처음 왔던 마음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퇴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땀 흘렸던 곳이 아닌가. 그러니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것이 좋다.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떠나자.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을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중에서

 

필자 재키제동은 15년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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