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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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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8일 14시 06분 등록

 

이 글은 3기 연구원 박소라(모모)님이 쓰신 칼럼입니다 <2007. 7. 2.>

 

몇일 전 양평으로 춤떼라피 강습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도심을 벗어나 양평의 맛깔스러운 공기를 아낌없이 마셨다. 내가 찾아간 곳은 여대생을 대상으로 리더쉽 훈련을 하는 캠프였다. 리더를 꿈꾸는 36명의 여학생들이 꽃 분홍 단체티를 맞춰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육장으로 학생들이 들어서기 시작 했다. 한창 에너지가 활발하게 움직일 시기일거라는 나의 기대와 다르게, 그녀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고 몸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오늘도 쉽지 않겠군. 어디 한번 시작해볼까.’

간단하게 춤떼라피에 대해서 설명을 한 후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색함에 여기저기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음껏 크게 웃으라고 하였지만 그녀들은 웃는것 조차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이어서 리듬에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옆으로, 그리고 뒤로, 곡선을 그리며, 직선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면 한 가지 패턴이나 속도로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가슴이 아팠다. 이 친구들이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움직임을 통해서 보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수업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녀들을 멈추게 한 후, 동그랗게 둘러 앉았다. 많이 어색하냐고 묻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의 눈을 하나 하나 바라보니 질문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여러분 요즘 고민이 뭐에요? 뭐가 제일 힘든가요?”
한 여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솔직히 좀 숨막혀요. 여기에 와서 계속해서 내 목표가 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거든요. 안 그래도 요즘 취업이 안 되서 머리가 아픈데 막상 이런데 까지 와서 또 생각하려니 답답해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손뼉까지 쳐댔다.
“그러면 우리 그 답답함을 한 번 표현해 봐요.”
이제야 무엇을 할지 감을 잡은 듯 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그랗게 둘러섰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답답함을 표현해 보았다. 심하게 욕을 하는 그녀, 발악하며 온몸을 흔드는 그녀, 웅크리고 앉아 침묵하는 그녀, 팔짱 끼고 째려보는 그녀등 36가지의 다양한 화가 공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어색하고 경계로 가득 찼던 에너지가 부드럽고 느슨하게 변화해 갔다. 자신의 동작을 확장해서 그리고 반복적으로 음악에 맞추어 표현해 보자고 했다. 자우림의 ‘하하송’에 맞추어 답답함이 몸에서 모두 떨어져 나갈 때까지 신나게 흔들어 댔다.

"stop!!"
나의 목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정지했다. 거친 호흡만큼 그녀들의 몸이 격렬하게 확장되었다 축소되어지고 있었다. 우리의 몸이 본래의 호흡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다시 음악을 틀고 걷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녀들 속에서 뭔가 잃어버렸던 방향감각이 되살아났다. 처음에는 나의 신호에 따라 그녀들은 움직였지만 어느새 그녀들은 앞으로 움직일지, 뒤로 갈지, 옆으로 움직일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돌지를 스스로 결정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음악에 따라 속도를 내기도 하고 느리게도 움직임을 표현하며 빈 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비어 있음이 그녀들의 움직임을 이끌고 있었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두 팔이, 경직되어져 있던 두 팔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몸과 하나가 되어 움직여 가고 있었다. 한명 한명의 몸의 문이 열리고 리듬으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새신을 신은 어린아이처럼 폴짝 폴짝 뛰고 싶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춤떼라피를 처음 접할 때 음악에 맞춰 춤을 해치워 버리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몸을 붙잡고 있어 우리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하고 우리 자신의 본능과 내면의 소리에 따르는 움직임을 잃어버리게 한다. 어릴 적 생각이 나는가? “너는 커서 뭐가 될거니? 목표가 뭐니? 그래서 성공하겠니?”라고 물으며 나의 상상의 세계를 맴돌던 어른들을. 우리는 어릴 때부터 너무 목표 지향적인 학습을 받아왔다. 그 결과 우리는 지나치게 목적을 지향하는 감각만 발달하여 원래의 방향감각, 즉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내면의 충동과 욕구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가는지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기 보다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흔히 걷기 명상은 삶에 비유된다. 우리는 삶에서 늘 똑바로 걸어 나아가 벽을 만나면 그 한계를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길이 막막할 때에는 빈 공간을 찾아 뒤로 또는 옆으로 한 발 짝 물러서거나, 아니면 원을 돌듯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 때를 알아차리는 것, 그 빈 공간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함을 나는 그녀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싣고 36명의 춤 동지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들은 나에게 비어있음이 이끄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새삼스레 가르쳐준 스승들 이었다. 상기된 얼굴로 포옹 했던 그녀들의 체온이 아직도 내 몸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못다 읽은 ‘칭기즈 칸’을 마저 읽기 위해 꺼내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그에게 한마디 건네고 싶어졌다. “당신이 손에 칼과 창을 들고 이 땅을 정복하기 위해 나섰다면, 나는 리듬과 맨 몸으로 사람들을 정복하러 떠날 것입니다. 나는 몸의 정복자 입니다.” 심장으로 부터 퍼져 나간 나의 피가 온 몸을 돌며 환호성을 치고 있다. 고개를 돌려 창문으로 비추는 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한 여인이 비장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를 바라보고 다시한번 속삭였다. '너는 몸을 정복하는 활짝 열린 리더가 될 수 있을 꺼야.'

                                                                박소라,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gimmorris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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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19:29:17 *.169.218.205

언니. 나도 언젠가 그 춤테라피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언젠가... 언젠가... 언젠가... ;;;

언니글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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