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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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카페에서의 모임 하나가 시작된다. 책 읽는 남자들이랑 사는 얘기 나눠보려는 순수한 맘으로다가. 흐흐흐.
첫 책은 장자(莊子)다. 내겐 자유의 다른 이름인 장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북극 바다에 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 하였다. 곤의 길이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하는데, 붕의 등도 길이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붕이 떨치고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도 같았다. 이 새는 태풍이 바다 위에 불면 비로소 남극의 바다로 옮아갈 수 있게 된다. 남극 바다란 바로 천지인 것이다.
뭔소린가 싶다가 이내 구본형 선생님께서 언젠가 내게 주신 답글이 떠올랐다.
열심히 쓰도록 해라. 글을 쓸 수 있으니 좋지 않으냐? 글을 아주 잘 쓰도록 해라. 그 일로 유명해지도록 해라. 조금 써서는 먹고 살 수 없다. 그러나 많이 쓰면 먹고 살 수 있다. 많이 쓰면 잘 쓰게 된다. 잘 쓰면 너는 그 일로 먹고 살고 또한 유명해질 수 있다. 얼마나 걸릴까? 운이 좋으면 더 짧을 것이고 보통의 운이라면 10년 후엔 잘 쓰게 될 것이다. 겨우 쉰 살의 문턱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먹고 즐기는 길이 열린다면 너는 자유다. 나쁜 운이라면? 그것도 밑질 것 없다. 이미 즐기지 않았느냐?
자유라.. 자유. 여전히 계속되는 고민이다. 사랑과 자유라는 멋진 신세계 말이다. 20년 전 내게 결혼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물론 둘 다 알지 못했지만, 그때의 미친 호르몬은 덜컥 사랑을 선택했다. 결혼이 사랑이라 여겼던 것이다. 좋은 엄마, 친구 같은 아내의 자리는 내가 몰랐던 나의 바닥들을 경험하게 했고 미친 호르몬이 정점을 찍던 30대의 나는 자유를 꿈꿨다. 그즈음 장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알듯 모를 듯한 비유와 은유가 자유를 닮아있었다. 결혼이라는 바다에 수영을 배운 적 없이 풍덩 빠진 채 허우적대던 내게 날개가 있으니 날아보라고 했던 것이다.
물음은 계속되었다. 내게 날개가 있는 걸까. 있다면 대붕처럼 날면 되는 건가. 왜 대붕이어야 하는가.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버릇처럼 잊은 채 하루살이로 살곤 했다. 게다가 위안 삼아 떠들기까지 했다. 하루살이면 어때? 하루살이가 어때서? 하루살이로 살기도 버거운데 다른 꿈을 꾸다니 욕심이잖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갑자기 홀연 느닷없이 떠올리곤 했다. 내가 진짜 하루살인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뭐지? 변덕인가!
장자를 다시 읽고 싶었다. 잊고 지냈던 자유를 기억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하루살이가 아닐 거라는 답이라도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 변덕이 실은 건강한 거라는, 잘 살고 있는 거라는, 욕심만은 아닐 거라는, 또 다른 위로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운 좋게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함께 읽게 되었다. 좋은 질문 하나씩을 준비하는 것이 유일한 과제다. 가볍지만 고민하게 하는 까다로운 숙제를 하면서 이참에 내 변덕에 대해 들여다볼 생각이다.
우리는 내일 만난다. 설레고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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