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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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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0일 00시 55분 등록
부사장님께서 고객 임원과의 저녁 식사에 나를 배석시키셨다. 기술적인 질문을 하실지 모르니 그때 바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셨다. 비오는 금요일 저녁, 식사는 차분하면서도 화기애애하게 시작되었다.

부사장님 예상대로 고객께서 기술적인 질문을 하셨다. 내가 최근에 다루고 있는 기술과 관련된 것이었다. 일반적인 내용과 최근 외국 사례 방문을 했던 내용을 차분히 설명드렸다. 고객께서는 조용히 경청하셨다.

그 고객과는 선생님과 관련된 추억이 있다. 3년 전쯤에 스마트웍이 주요 이슈가 될 때 나는 해당 기술에 대한 프리세일즈를 담당하고 있었다. 어느날 그 고객께서 스마트웍에 대한 개념적인 연구를 부하직원에게 지시하셨고 나는 우연히 기회가  되어 그 직원과 함께 스마트웍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기초적인 개념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연구 중간 결과에 대해 고객께서 관심있어 하셔서 조금 더 수준을 높이기 위해 회사에 요청해서 작은 비용을 만들어 선생님을 초대해서 이 작업을 프로젝트화 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선생님께서 직접 고객께 설명해 드리실 수 있도록 했다. 고객과 선생님의 만남 때 나는 건물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부하직원은 나도 같이 참석하자고 했지만 웬지 그날은 스포트라이트가 선생님께 비춰졌으면 싶어서 나는 빠져 있었다. 전해들은 바로는 미팅은 아주 화기애애 했으며 선생님은 그 이후로 고객께 아침 편지를 보내 드렸고 고객께서는 그 메일을 애독하셨다고 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알려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식사 중이었지만 결례를 무릅쓰고 고객께 부고 사실을 말씀드렸다. 고객께서는 수저를 놓으시더니 아침 편지 잘 받아보시고 계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부고 메일이 와서 너무 놀라셨다면서 어찌된 일인지 여부를 물으셨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고객께서는 조용히 들으시더니 선생님과 어떤 관계인지를 물으셨다. 그래서 연구소 사정과 연구원 활동 내역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예전에 스마트웍 작업도 같이 했었다고 말씀드렸다. 고객께서 그 때 저를 보지 못했다고 하셔서 작업만 하고 결과 보고 때에는 빠져 있었다고 역시 말씀드렸다. 고객께서는 선생님을 요즘 뵙기 힘든 현자셨다고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다. 

작은 미동이었지만 그 후 고객께서 내 설명을 들으시고 받아들여 주시는 정도가 살짝 바뀜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벤더사 소속으로 제품을 팔기 위한 기술 설명이 아닌 뭔가 공감대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고객 관점에서 이해도를 높여드리기 위해 주제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시더니 갑자기 그 얘기를 회사에 와서 높은 분께 브리핑을 하고 관련 전략 수립 작업에 참여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 부사장님께서는 그런 초대를 놀라와하셨다.

무슨 이야기일까? 선생님은 돌아가신 이후에도 나에게 새로운 인연과 기회를 만들어 주고 계신다는 점이다.  살아계실적 배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 덕이 남아 사후에도 남겨진 제자에게 고객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이를 통해 내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시고 계신 것이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선생님께서 맺어주신 소중한 인연, 더욱 소중히 하고 고객께서 성공하실 수 있도록 내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고객의 눈에서 선생님의 시선이,  그 따스함이 느껴지는듯 하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지켜 보심을 알고 더 열심히 살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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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1 12:44:11 *.143.156.74

오랜만에 성우 선배 글보니 너무 반갑네요.

저도 사부님께서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제자가 스승을 넘어섬으로써 스승을 빛나게 해드림을제일 바라고 계실 것 같아요.

선배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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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1 15:08:00 *.193.222.173

우린 모두 이런 생각이구나. 글 보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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