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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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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9일 11시 22분 등록
 

 

신정을 지낸 저희집 , 신년 첫 손님으로 지인들이 방문했고 . 저는 그들을 위해 준비한 만둣국으로 상을 차렸습니다. 여느해 같았으면, 이미 두어번 만두를 빚어 한참 먹고 있을 1월이었음에도 만두를 빚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신년회에 올 손님들을 위해 급작스럽게 빚게 된 만두는 아이 둘이 기꺼이 일을 분담해 할 수 있었습니다. 본래 해마다 김장을 해 그 김치로 만두를 빚는데, 집안의 이러저러한 일이 겹쳐 김장도 못했던 처지라 묵은 지가 담겼던 대형 김치 통 두 개를 비워야했습니다.

 

  먼저 김치를 성글게 썰어 믹서기에 커트하면 워낚 그양이 많기에 두 개의 소형 짤순이를 쉬지않고 돌려 일일이 짜놓습니다. 또 손두부 열두모를 눌러놓고, 돼지고기를 밑간 하여 살짝 볶아 물기를 짜고, 국간장으로 간을 슬몃한 숙주와 삶은 당면을 일일이 자릅니다.

해마다 만두를 빚을때면 늘 하는 농담은 “엄마 우리 나중에 만두가게 하면 어때요” 라는 말입니다. 아이들과 저는 마치 만두가게의 일꾼들처럼 호흡이 척척 맞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꾀쟁이 작은 아이도, 만두를 만들때는 부지런한 큰 아이와 협업을 즐기는 듯 끊임없이 하하호호 입니다.

  이윽고 만두를 열 개쯤 빚었을 때, 아이들은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만두를 빨리 쪄내라고 아우성입니다. 저는 만두가게 주인처럼 또 몇개를 먹을 건지 주문을 받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만두를 먹으며 큰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진짜 행복해요. 가족들이 함께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들어 먹는거. 이런 게 진짜 행복이지. 나도 결혼하면 꼭 이렇게 만두를 빚어 먹으며 설을 지낼래요. 그때는 만두 더 많이 만들어야겠네. 어이 꾀공주 꾀부리지 말고 빨랑 만들어” 장난기 섞인 큰아이의 말에 작은아이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아, 이런게 행복이지. 만두만 생각하면 침이 고이고, 너무 기다렸던 맛이야.  맛난 만두는 몽땅 내가  먹어줄테니까 부지런히 만들어. ”

 

두 아이의 명랑한 대화를 듣던 제 마음에 고요하고 따듯한 평화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마트 주인이 만두가게 하는 줄 알았다며, 배달해준 만두피 600개를 다 빚어 냉동고에 넣었습니다.

 

오래전, 가족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만 달려가던 제게 가족은 도무지 해답을 알 수 없는 관계였고 그 관계로 삶이 무의미해 지칠 때면 저는 홀로 만두를 빚었습니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400여개를 해마다 빚던 그 시간은 우리가족에 대한 온갖 고민을 그 안에 꼭꼭 싸매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어렴풋 어느덧 가족의 관계를 이해 할 즈음, 더 이상 아픈 가슴으로 홀로 빚는 만두가 아니라 설음식을 준비하는 만두빚기를 즐길 수 있을만큼, 아이들이 성장했습니다. 그동안 수 많은 시행착오를 해온 제가 무엇보다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살펴보며 또 조금은 성장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초대했던 지인들이 돌아가고 외출에서 돌아 온 아이들은 냉동고를 열어 보며 또 동시에 묻습니다. "엄마 만두 너무 많이판거 거 아냐. 뭐라 그래요. 만두 맛있다 하지요."

" 만두 많이 못 팔았어. 그게, 사람들이 우리만큼 만두를 좋아하진 않더라. 고향이 틀리면 음식 문화도 좀 다르거든, 고기와 김치를 넣어 함께 만든 만두를 처음 보는 이도 있더라고."

“그래? 만두 많이 남았겠네. 그럼 엄마, 싸주진 않았지. 그런데 그렇게 맛난 만두를 왜 덜 좋아해. 우린 정신 없이 한 번에 열 개도 먹는데. 암튼 다행이다. ”

 

아이들이 지인들이 오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농담처럼 만두를 싸주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나갔던 터였기에 "당연 안싸줬지. 너희들 작품인데, 어떻게 싸줘." 라며 웃었지만 실은 그날 손님들에게 저는 소량의 만두를 들려 보냈던 차였습니다.

 

지인들에게 팔팔 끓인 육수에 만두를 넣으며 일일이 몇 개 먹을거냐고 주문을 해 꼭 그만큼을 끓여 냈던 저는 생각보다 주문 갯수가 적어 놀랐습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설것이를 하며 저는 또 생각에 잠겼습니다. 만두를 몇 백 개씩 만들던 것은 친정, 북쪽이 고향인 어머니의 음식 문화였고 그것을 보고, 먹고 자란 제가 어머니가 아니 계신 지금에도 그것을 잇게 된 거고, 또 그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그것을 이어 갈 우리집의 음식문화가 된 거,  만둣국을 먹을 즐거움에 그 수고를 마다않고 그 많은 만두를 빚어 냉동고에 놓고 겨울내내 만듯국을 끓여 먹는게 가족의 음식문화로 어느사이 자리매김 된 것이지요.

오랜 세월 홀로 만두를 빗던 외롭던 시간. 그 시간이 이제 가족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설 준비를 하는 시간으로 바뀐건 오래 앓았던 시간이 준 지혜의 선물인가 봅니다. 그동안 어떻게 역할을 해야하는 지 몰랐던 어른의 무지함으로 상처 주었던 아이의 어린 가슴들, 해마다 만두 600여개를 함께 만들며 따듯한 추억으로 자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또 30포기의 늦은 김장을 했습니다. 김장 시기가 늦어 작년보다 그 양이 반으로 줄었지만 채칼을 쓰고, 속을 버무리고 차곡이 김치를 담았습니다. 김장이 끝나고, 배추 된장국을 끓이고, 돼지고기를 삶아 배추속과 함께 먹으며, 아이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김치공장이라고, 부자가 된 듯 하다고 우스개를 했습니다.

 

아직도 아이들과 붉은 신호등이 될때가 간간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은 엄마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같은 예전의 그 미성숙한 어른이 아니라는 신뢰를 품게 된 거 같습니다. 저 또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때때로의 조마조마함이 잠시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대, 이제 내일부터 설연휴네요. 신정을 지냈지만 올해 특별한 의미가 많은 설인지라 저는 백설기를 주문해 두었습니다. 어디에 사시는지 몰라 배달은 못해 드리지만 독자분들께도 무병장수를 빈다는 그 백설기, 떡을 나눠드리는 마음으로 음력설을 보내겠습니다.

그대, 부디 평화롭고 넉넉한 설을 지내어, 다음해 설이 될 때까지 그 역동으로 다가올 나날을 지낼 수 있기를요.

 

 

 

 

http://cafe.naver.com/east47/22400

 

정예서의 치유와 코칭의 백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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