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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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이른바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에 종사합니다. 직업뿐 아니라 멋스런 옷차림. 유려한 언어구사, 적당히 몸에 밴 배려로 사람들과 첫 인사를 나눌때부터 주목을 받곤 합니다. 그에 비해 늘 함께 다니는 그의 친구, H는 옷차림도, 말씨도 배려도 늘 한 템포씩 반응이 늦습니다. 그런 그 두 사람에게 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라고 가끔 우스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K가 늦은 밤시간,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힘들 때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어도 생각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평소보다 가라앉은 어조의 K 말을 저는 그저 듣고 있다 상심이 깊어 보이는 그에게 점심을 청했습니다.
식사를 하며 그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럼 함께 다니는 H는 어때?”
“H는 이야기 할 사람이 저 말고도 많아요. 그런데 저는 H에게도 힘든 걸 말하기가 어려워요.”
“왜 힘든 마음을 사람들과 나누지 못하는 걸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K는 입을 엽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 거 같습니다. 또 그랬다가 그 관계에 금이 가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있구요."
K는 생각 속에서 답을 찾아낸 듯 보입니다. 사람들에게 K의 이미지는 이상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만큼 멋진 모습입니다. 또 스스로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그에게 말 못할 고충이 있다고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그의 고민을 오픈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지요.
반면 H는 어떤 일이 생기면 적당한 사람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 저에게도 전화하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런 그의 첫 마디는 늘 “저는 왜 이런 일을 잘 못하지요. K는 혼자서도 잘 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이런 일이 힘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시작이 그러니 감춰두고 못할 말도 별로 없습니다.
H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 가까운 지인들은 그 일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공식적인 자리에서 H의 사정은 늘 이해되고 존중받게 됩니다. H의 그런 점이 소탈한 매력으로 여겨지기도 하지요. 어려운 일을 쉬이 털어 놓지 못하는 K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경우와는 대조적입니다.
H는 사람들 속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K가 빛날 때 곁에 있어주고, 기꺼이 그런 K의 좋은 점들을 인정해 주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H의 곁에 가까이 있는 이유는 H가 사람들과 있을 때의 자연스러운, 편한 모습인 까닭이지요. 반면 K는 자신이 주목을 받지 못하면 주목받는 이에게 질투의 감정과 그 시간이 낭비되는 듯한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달이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별들의 희생위에 빛나는 아름다움이라 싫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하나 모두 작은 우주이다.’
구본형 선생님의 『떠남과 만남』中
어디선가 주목을 받게 되면 반드시 그 주변에 나를 빛나게 해주는 별이 있다는 걸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언제든 스스로 달보다는 별이 되는 즐거움, 무대에서 내려와 남을 빛나게 해 주는 역할, 그런 때 K에게는 스스럼없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스스로 더 넉넉해지는 편안함이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워지겠지요.
정예서의 치유와 코칭의 백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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