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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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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0일 11시 41분 등록

 

   4박5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번 이사를 결정하며   더 편리한 교통의 주거지를  원하는 아이들의 욕구와 맞닦뜨리며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이번 휴가를 남루했으나 낭만이 있던  2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기로 정했고,  20여 년 전 인상 깊었던 섬에,  숙박은 텐트를 치는 것으로 가족 의견 나눔에서 정했습니다

 

   막상 휴가 준비를 시작하자 이삿짐을 방물케 늘어나는 짐. 지난 20여 년 동안 섬 방문객도 늘어났으나 여전히 큰 마트는 없으며 현금 인출기조차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먹성 좋은 4인가족의 45일간 먹을 식량과 텐트까지 실은  차는 그야말로 포화 상태였습니다. 

연휴가 시작되는 새벽 5시에 뱃터에서 선착순으로 표를 팔며, 자칫하면  배를 못 탈 수도 있다고 해 집에서  열두시에 출발해 선착장에 도착 하니 새벽 3시였습니다. 놀라웠던 건 이미 사람들은 줄을 서다 못해 돗자리를 깔고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는 겁니다. 성장하고서는  섬 여행이 처음인 아이들은 그 광경을 신기해 했습니다.  그렇게 줄을 섰음에도 사람들은  첫배를, 차량은 열두시 배에 가까스로 승선할 수 있었습니다.

 45일간의 섬의 일상은 먹고, 쉬는 것이었습니다.  낚시를 하거나 둘렛길을 걷고,  아이들이 식사 당번과 메뉴를 정한대로 식사 준비를 했기에  당번이 아닐 때 저는 아이들이 잡아온 고동과 맛조개를 먹거나 종일 바다 앞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올여름은 밀란 쿤데라 다시 읽기였기에 쿤데라와  동행한 길이었습니다.  또 20여년전의 배안에서 만난 인연으로 제가 보름이나 묶었던,  나중에 저희집에도 초대되어 오셔서 하루를 묶었던  아주머니 집의 기억을 되살려 수소문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20여년 동안, 그 집은  한차례 화재가 있었고,  저수지로 수몰 되었고, 보상을 받아 하얀 양옥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은 쑥쑥자라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앞두고, 저희는 흰머리가 늘었습니다.  서로가 무관하게 산 20여년의 세월은 그렇게 긴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서로 마주 서며 손을 맞잡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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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을 하루 앞두고 저는 낡은 민박집을 통째로 빌렸고,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묶었습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감사의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더운물이 나오고 개인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느꼈다면서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미 스무살이 넘은 아이들은 섬에서의 불편함과 일상의 단순함의 양가감정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와 함께 텐트를 쳤던 것이 좋았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여름휴가에서 제가 중점을 두었던 건 아이들에게 비편의성을 겪게 하는 거였습니다. 또 지난 번 이사를 결정하면서 아이들의 욕구를 들어주며, 접어야만 했던 어른들의 갈망을 아이들에게 체험할 기회를 주는 거.  편리함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또 욕구의 과다로 이어져  물질 문명의 폐혜로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그것을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이고지고 다녀온 10여 년 만의 캠핑때문에 뵙지 못한 선물 같던 교황님의 방한. 그분의 깊은 말씀을 들으며 저의 부끄러움이 드러납니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맛서 싸우기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아직도 일몰의 풍경이 황홀한 잔상으로 꿈틀거리고,  저는 편의성이 우선인 도시에 앉아 이글을 쓰고 있지만, 동방의 작은 나라에 다녀간 교황님의 말씀스스로 가톨릭 신앙을 세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 말씀을 되뇌여 봅니다.  

 가치관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욕망에 복종해 일어나게 되고야 마는 사건사고들그러나 우리는 이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기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또 소명을 실천하고자 하는 선지자 같은 분들이 아직도 우리와 동시대를 함께 하는 한 말입니다.

 

 

 

정예서의 치유와 코칭 백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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