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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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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9일 20시 14분 등록

우연히 손가락에 가시가 들어갔을 때, 그 사람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담담히 혼자 해결하는 사람, 가시를 빼낼 무엇을 가지고 와서 빼달라고 하는 사람, 가시가 든 손가락을 미처 느끼지도 못하는 무던한 사람, 혼자서 이리저리 팔짝팔짝 뛰는 사람, 이리저리 오가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보여주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 

 
난 어떤 사람일까? 지금 생각으론 담담하게 혼자 해결하고 싶은데 실제론 부산스레 호들갑을 떨 것 같다. 손가락의 가시는 그렇다고 치고, 실제로 호들갑을 떨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도 막상 닥치고 나니 그저 담담하다. 

 
얼마 전, 우리 집의 소유주인 순복음교회에서 전화가 왔다. 집이 팔렸는데 계약자가 들어와서 산다고 하니 이사를 하라고 했다. 부동산을 통해서 사람들이 오고 간 것이 1년 넘는다. 귀찮기도 했지만 1년 이상 매매가 없어서 자동연장 됐다며 좋아라 했었다. 그런데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전세를 구하는데 집이 없단다. 게다가 전세금은 말도 못하게 올랐다. 이놈의 나라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말이다. 할 수 있는 게 한숨이다. 

 
다른 곳으로 알아볼까도 했지만 작은 녀석이 전학은 싫다고 했다. 이제 고1이니 졸업할 때까지 동네를 옮기기는 어렵고, 그렇다 보니 선택지가 별로 없다. 부동산에서 오는 전화가 반가운 요즈음, 가까이에 나온 집이 있다길래 집을 볼 수 있느냐고 했더니 잠깐 기다리라더니 그새 나갔단다. 계약금을 들고 다니면서 집을 본다더니 진짠가 보다 싶었다. 또 어렵사리 소개받은 집은 전세자금대출이 안된단다. 집주인이 원치 않는다는 게 이유다. 마음을 고쳐먹고 본 작은 평수의 집에선 내 바닥을 봤다. 그새 좁은 집엔 눈이 가지 않게 된 것이다. 나도 별수 없구나 싶었다. 그랬더니 더는 답이 없다. 

 
큰 아이 수시 원서접수가 다음 주부터다. 자기소개서니 뭐니 이런저런 오만가지 서류를 준비한다고 노트북을 가져가서는 돌려줄 생각을 않는다. 빼앗긴 노트북을 챙기기엔 친엄마 맞나 싶어서 참았다. 그랬더니 결국 요 모양 요 꼴이다. 지금 나는 아이패드 앞에서 익숙하지 않은 자판을 손가락 두 개로 두드리고 있다. 머리는 온통 전세 전세 전세로 가득하고, 손가락은 갈 곳을 몰라 춤을 추고, 한숨만 는다. 에휴.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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